3.1운동 100주년 세계종교인 평화기도회 현장

국내 종교지도자 7인과 20개국 종교인, 학자 등 대표자 13인이 평화기도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무대 뒤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의미를 담은 날개모양 애드벌룬이 펼쳐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불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대표하는 7명의 종교지도자들이 동판에 새겨진 평화기도문을 힘 있는 목소리로 낭독했다. 장내 대중은 스크린에 뜬 기도문을 마음으로 함께 읽었다. 기도하는 이들은 100년 전 선열들의 얼을 되새기며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2월 20일 파주 도라산 역사 안. 한국 7대 종교지도자들과 시민들이 100주년을 맞은 3.1절을 앞두고 한 자리에 모였다. 식민지 저항운동을 체험한 세계 20개국 종교인, 역사학자도 함께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향한 의미가 한층 더해졌다.

분단과 통일 상징하는 도라산 일대서 개최
7대 종교지도자 및 세계 종교인·학자 함께
3.1운동 정신 계승해 ‘평화의 미래’ 발원해


국내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김희중, 이하 KCRP)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종교인 평화기도회’를 개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불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개신교)·오도철 교정원장(원불교)·김영근 성균관장(유교)·이정희 교령(천도교)·김희중 대주교 대리인 이기헌 주교(천주교)·박우균 회장(한국민족종교협의회) 대리인 김태성 교무(KCRP 사무총장) 등 7대 종단 수장단을 포함한 국내외 종교인 등 300여 명의 참가자들은 3.1운동 정신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세계평화의 공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도에 동참했다.

평화기도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평화를 도모하는 장소서 개최됐다. 도라산 일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철도선 지지목인 침목에 서명한 뒤부터다. 도라산역은 한국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역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 주변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위치해 있다. 
 

개막 공연으로 온해피 어린이합창단원 33명이 ‘아름다운 세상’을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맑은 노랫소리가 역사 안에 울려 퍼졌다. 온해피 어린이합창단원 33명이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세상’을 부르며 평화의 미래를 노래했다. ‘33명의 어린이’는 1919년 종교인들로 구성된 민족대표 33인이 비폭력 평화의 정신을 알렸다는 의미가 담겼다.

기도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의 평화를 위해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종교계가 이끈 거국적인 비폭력 평화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취지로 거행됐다. 국내 종교지도자 7인은 동판에 핸드프린팅과 함께 새겨진 평화기도문을, 세계종교인 대표 13인은 각자 준비한 평화기도문을 자국어로 낭독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한 발원을 영원히 기억한다는 의미로 기도문에 합동 서명했다.

먼저 KCRP 공동회장단인 7대 종단 수장들이 무대에 올라 ‘기억’ ‘청년’ ‘어머니’ ‘평화’ ‘연대와 협력’ ‘즐겁고 새롭게’ ‘생명의 순례’를 키워드로 기도문을 종교 가나다순으로 읽었다. 원행 스님은 “3.1운동 정신은 ‘청년’의 기상이다. 100년 전 힘 있는 자에게 무릎 꿇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에 용감하게 민족 자주독립의 새 시대를 선언했기 때문”이라며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훗날 반드시 이뤄질 세상,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해 희망과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신교 기도문에는 남북 분단의 현실에도 조상들이 남겨준 상생의 유산을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로 열매 맺을 것을 믿자는 내용이 담겼다. 원불교는 ‘어머니’가 자식을 귀하게 여기듯 존재하는 모든 것을 존중하며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를 선언한 3.1운동 정신을 계승하자고 선언했다. 유교는 불안과 공포대신 인류 모두 행복한 세상을 지지하는 ‘평화’를 위해 성찰하자며 기도했다. 천도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선한 마음과 작은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연대와 협력’을 지향하자고 발원했다. 천주교 기도문은 차별 없이 이웃과 더불어 ‘즐겁고 새롭게’ 사는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의미가 강조됐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는 종교인의 책무를 다해 인류를 위한 ‘생명의 순례’로 나아가자는 내용이었다.
 

7대 종교지도자들에 이어 세계 20개국 종교인 및 역사학자 대표 13인이 자국어로 평화기도문을 낭독했다. 사진은 스리랑카 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담마조띠 스님(왼쪽 세 번째)이 기도를 외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어 방글라데시, 터키, 일본, 호주 등 20개국 종교인을 대표하는 13명이 평화기도문을 자국어로 낭독해 뜻을 같이했다. 미얀마 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요제프 신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주립이슬람대 유스프 교수 등 대표 종교인 및 학자들은 차례로 기도한 다음 기도문에 함께 서명했다.

한층 돋워진 분위기를 이어받아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 퍼포먼스가 연출됐다.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평화의 날개’ 퍼포먼스는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국내외 종교인 대표가 평화기도문을 높이 들어올리며 “한반도 평화”를 선창했다. 참석대중 전원도 뒤따라 “World Peace(세계 평화)!”를 힘차게 외쳤다. 동시에 커다란 날개모양 애드벌룬이 무대 뒷편에 펼쳐지며 장관을 이뤘다. 날개 위에는 ‘종교와 평화, 새로운 100년’이란 문구가 떠올랐다. 한국과 세계 종교가 화합해 평화와 상생의 미래를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평화기도문 낭독 및 퍼포먼스가 끝난 뒤 원행 스님은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인사하며 뜻 깊은 행사에 함께 참여한 것에 대한 반가움을 나눴다. 일정상 이유로 먼저 귀경한 원행 스님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도라산 전망대에 올라 자유롭게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짙은 안개로 가려진 북한 개성지역을 내려다보며 눈에 담는 이들은 쉽게 발길을 떼지 못했다.

사회부장 덕조 스님(KCRP 중앙위원)은 탐방 후 “분단의 상징이기도 한 이곳은 국내외 종교인들과 함께 통일을 염원하고 종파를 초월해 화합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며 “한국 국민의 염원을 보여주는 행사라는 점에서 오늘 행사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강조했다.

스리랑카 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담마조띠 스님은 “스리랑카도 30년 전 남북으로 나뉜 적 있어 한반도의 일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5년 전 군사 개입으로 평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해결됐지만 한반도는 싸움을 멈추고 대화해야 한다”면서 “3.1운동과 같은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서로 다른 국가와 종교지만 함께 역사를 배우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이 같은 행사가 열린 것 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평화기도회에는 식민지 저항운동을 체험한 세계 20개국 종교인, 역사학자도 함께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향한 의미가 한층 더해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원행 스님은 행사가 끝난 뒤 “100년 전 국민들이 종교와 사상을 넘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듯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각기 다른 종교와 신념을 가진 이들이 모여 진정한 통일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은 것은 의미가 크다”며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마음 한 뜻으로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발원한 감회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합창단원 박이레(13, 인천동부초) 양은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랫말의 의미를 더욱 생각하며 공연했다”며 “평화기도회 행사에 참여하는 33명 중 한 사람으로 노래할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모두 함께 세계평화란 꿈을 품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노래 불렀다”고 말했다.

한편, 4일간의 KCRP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은 2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19일 동일 장소서 국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이어 행사의 하이라이트 격인 도라산역 평화기도회를 봉행한 뒤 21일 화성 제암리 등 3.1운동 역사유적지 4곳을 순례하는 일정을 끝으로 회향했다. 불교계 대표 원행 스님 등은 1, 3일차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18일 7대 종단 수장단이 환영만찬서 화합의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KC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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