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 강세… 禪수행 심리효과 조명 ‘눈길’

동국대(총장 보광)에서 올해 상반기 불교 관련 박사가 14명이 배출됐다. 석사 학위자는 48명이 나왔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해 기재한다. 다만, 저자 요청으로 미공개된 논문들은 제외했다.

조계선문, 禪불교의 뿌리
진관 스님(대학원 불교학과)의 박사학위 논문 ‘조계선문 교학체계 연구’는 중국의 조계선문이 우리 선문의 뿌리이고, 이에 형성된 교학 체계를 계승한 주체임을 학술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스님은 당대 초기부터 융성기까지 조계선문은 달마·동산·우두·능가 등의 선문으로 분파됐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스님은 〈능가경〉과 〈대승기신론〉이 조계선문에서 〈금강경〉 등이 능가선문에서 선용됐음을 상기시키며 “분파들이 소의경론과 교학체계를 크게 달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진관 스님은 “초기 선종은 달마에서 혜능에 이르는 ‘조종육엽(祖宗六葉)’을 중심으로 조계선문으로 회통된다. 따라서 우두와 신수도 조계의 일파라 봐야 한다”면서 “분종적 시각은 후대의 종론(宗論)에 따른 것일 뿐이다. 하나로 회통하여 본 조계선문은 불타의 교설을 여실히 봉대한 일파”라고 주장했다.

또한 스님은 염불·간경·참선은 귀일(歸一)한다고 봤다. “중국 조계선문의 진의에서 본다면 염불문·간경문·참선문은 귀일한다”면서 “간화뿐만 아니라 묵조·염불·간경·주력·절 수행 등이 참선문에 들어갈 수 있다. 행법(行法)의 다변화는 인정하되, 불타의 교설에 따른 수증교학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야광석〉 대한 유식적 해석 연구
구효정(대학원 불교학과)의 박사학위 논문 ‘대품 반야의 유식학적 해석연구’는 〈만팔천송〉 〈이만오천송〉 〈십만송〉 3개의 대품 반야에 대한 인도의 주석서인 〈반야광석(般若廣釋)〉에 나타난 유식적 해석들을 분석했다.

저자는 〈반야광석〉의 주석 대상인 대품 반야의 사상적 전개가 드러나는 교리들을 정리하고, 유식 교리들을 포함한 텍스트 전체의 종합적 검토를 진행했다. 또한 삼성설(三性說)에 초점을 맞춰 〈반야광석〉 주석을 분석했다.

그는 “〈반야광석〉은 대품 반야의 거의 모든 사상들을 삼성설과 결합해 주석하며 다양한 측면에서 삼성설을 적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반야광석〉의 삼성설은 미륵청문품의 삼상(三相)의 술어로 표현되지만, 경전과 주석서의 삼성설을 비교한 결과 주석서의 해석은 원성실성의 강조로 변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효정은 〈반야광석〉이 〈변중변론송(辯中邊論頌, MAVT)〉에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 그는 “〈보성론〉 선취공의 개념을 선택한 〈반야광석〉이 각 공의 마지막을 〈변중변론송〉과 같은 방식으로 끝맺고 있다. 〈변중변론송〉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화선 수행, 심리 안정에 긍정적
김혜원(대학원 선학과)의 박사학위 논문 ‘간화선이 수행자의 심리·생리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간화선 수행자 11명을 대상으로 수행 전후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군에는 세납 30~60대, 법랍 10~40년까지 고루 분포됐다. 실험은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실험결과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증가와 각종 심리검사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된 점이다.

도파민은 동안거 수행 후 증가했는데 하안거 집단보다 동안거 집단에서 그 차이가 14배로 눈에 띄게 높았다. 이에 대해 김혜원은 “고도의 정신기능과 창조성을 발휘하는 수행이 뇌의 쾌감을 증가시킴으로서 불쾌한 일을 잊게 하는 유용한 작용을 했다. 또한 수행의 집중력을 높여 만족감을 높게 올려놓았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함께 그림검사(HTP), 벤더-게슈탈트검사(BGT), 지능검사(K-wais), 로샤검사(Rorschach), 불안척도(BAI) 등과 같은 심리검사에서는 간화선 수행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실제 수행 후 그림검사는 자기방어의 감소, 정서적 안정감의 증가, 자신과 환경에 대한 통제지각의 증가로 해석될 수 있는 변화를 보였다. 지능검사에서는 단기기억, 주의 및 집중력, 시각적 예민성, 지각적 표상능력, 관리기능과 같은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향상을 나타냈다.

이에 김혜원은 “간화선 수행은 심리적, 생리적 결과를 통해 인지, 정서, 자아기능, 대인관계 등 전반적인 수준에 있어서 긍정적인 역량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중론에 십이연기 첨부된 까닭은
조종복(대학원 불교학과)의 박사학위 논문 ‘십이연기와 팔불연기의 정합성 연구’는 십이연기와 팔불연기가 모순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수가 〈중론〉 제26장에 십이연기를 아무런 설명없이 그대로 첨부한 이유를 밝혔다.

십이연기의 사상적 변천 과정과 〈중론〉과 여러 용수의 저술을 통해 살펴본 저자는 〈중론〉의 연기가 제법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나타내기 위한 상의성 연기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조종복은 “〈중론〉에는 다양한 논법이 구사되지만, 그중 하나는 두 가지의 관계를 상호의존 관계로 상정해 무자성·공을 분명히 한다. 용수에게 상호의존 관계란 어디까지나 무한순환의 상태에 다름 아니다”면서 “용수가 주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속하는 시간과 관계되는 것이지 상의성 연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미혹으로부터 깨달음’을 시간의 흐름으로 설명한 제26장의 십이연기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론〉 제25장에서 열반을, 제26장에서 십이연기를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태 사교와 에카르트 사교 비교
한영애(대학원 불교학과)의 박사학위 논문 ‘천태 사교의 사상적 연구’는 천태 지의와 기독교 사상가인 에카르트의 사교를 비교·분석했다.

천태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든 경전을 ‘화법사교’라는 방법으로 분류하여 불교교리를 체계화한 것이다. 독일의 신비주의자인 에카르트 역시 초탈, 무, 돌파, 합일이라는 일련의 교화 과정을 거친다.

이를 비교한 한영애는 “천태 지의는 장교의 해탈, 통교의 공무, 별교의 차제, 원교의 원융이라는 해행(解行) 과정을 가지고 법계실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고, 에카르트는 초탈, 무, 돌파, 합일이라는 일련의 신행과정으로 설명했다”면서 “해탈과 초탈, 공무와 무, 차제와 돌파, 원융과 합일은, 시대와 장소를 전혀 달리하지만 사상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조선 전기 불상 종합적 고찰
손태호(대학원 미술학과 불교미술전공)의 박사학위 논문 ‘조선 전기 불상 연구- 목조·건칠불을 중심으로’는 그간 시기·종류 등 특정 범위에 한정된 연구 범위를 넘어 조선 전기 불상의 종합적 고찰을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는 의미가 크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불상 조성의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배경을 파악하고 조성발원문을 분석하여 후원세력, 지역별 분포, 조각승 등을 고찰했다. 조선 전기 각 불상의 현황파악을 통해 조선 전기 불상의 양식적 특징도 도출했다.

이를 통해 손태호는 “조선 전기 목조·건칠불상은 전반적으로 고려 후기로부터 계승한 전통불상양식을 기본으로 15세기 전반기 장중한 형태의 불상이 조성됐다. 15세기 후반에는 티베트계 명나라 불상양식이 가미됐다”면서 “중종반정 이후 한동안 불상 조성이 침체를 겪은 뒤 문정왕후 이후 다양한 불상이 조성되면서 젊은 상호, 간소화되고 간략화한 옷주름, 장신구, 보관 등 검소한 유교적 인간상이 불상의 양식에도 반영됐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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