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우수(雨水)
버섯강정·호박죽·사찰 보양탕

복수초가 보이는 우수에는 바람이 유난히 잦다. 아무래도 눈이 녹아 비를 만드느라 바람이 돕는 모양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차밭을 지나치다보면 군데군데 노오란 복수초가 솜털줄기를 밀어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식물이다.

복수초를 찜기에 찐 다음 말려두었다가 차로 음용해 먹기도 하고 곱게 가루를 내어 다완에 가루를 넣고 차선으로 거품을 내어 말차로 만들기도 한다.

출가하여 산중에서 설명절마다 만들던 쌀강정을 10년 넘게 노스님 밑에서 익히다보니 고추장을 이용한 버섯강정을 개발하게 되었다. 생표고버섯을 소금을 뿌려 밑간해 전분을 묻힌 뒤 물기를 없애고, 밀가루반죽을 입혀 두 번 튀긴 다음 고추장과 조청 매실청을 넣고 섞어서 바삭하게 센 불에 양념을 입힌 버섯강정은 호박씨와 해바라기씨를 뿌려서 먹는 발우공양 음식점의 오픈메뉴였다. 전통을 벗어났다고 호되게 시비하는 비구니선배스님들과 맛이 있으면 좋을시고라고 칭찬하는 분들. 호불호가 갈렸던 음식이다.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나름의 소중한 시간을 경험했고, 경험한 만큼 보인다고 다시 되돌아가는 일은 만들지 않는 교훈도 얻었다.

겨우내 서걱서걱한 얼음 속에서 푹 익은 동치미는 호박죽과 함께 먹는 맛 또한 일품인 시절이다. 이때쯤 반질반질 윤기 나는 호박껍질을 벗겨내고 드러난 속살을 보면 주홍빛이 짙다. 씨는 모아서 파종을 위해 말려두고, 팥과 찹쌀을 풀어 몽글몽글한 찹쌀이 씹히는 호박죽은 팥알갱이가 퍼지지 않게 삶아서 채에 받쳐 물기를 빼내고 죽에 넣어야 호박죽이 정갈하게 된다. 또한 요즘 흔하게 보이는 것이 견과류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항노화식품 견과류는 불과 10년 새에 절집의 겨울철 보양탕의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여러 종류의 버섯과 견과류, 연근, 단호박을 넣고 만드는 보양탕은 특히 마른 버섯인 목이버섯의 효능이 대단하다. 흔하다고 가볍게 여겼던 목이버섯은 서양에서는 예수의 제자 유다가 목을 맨 나무에서 자란다고 유다의 귀라는 별칭이 있다.

우리 몸의 멜라닌 색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는 목이버섯은 대개 잡채에나 넣어 먹는 식재료였다. 사찰에서는 된장찌개에 넣거나 불려 곱게 채 썰어서 잎채소와 나물반찬을 만들기도 하고, 보살님들은 얼굴에 팩 재료로 사용하도록 알려드리기도 한다. 검버섯을 걷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는 목이버섯은 중국에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찰음식은 우리 불교 역사 속에서 함께 태동한 이래 민초들의 밥상이나 귀족의 밥상이나 다름없이 채소음식이 주를 이루고, 각 지방의 특산물에 따라 더해지거나 특화된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작금의 사찰음식이 오래도록 인류의 생명을 지키고 공존하는 생명살림 문화로서의 의미는 희석되고 건강음식으로만 회자될까 저어되는 부분이 있다. 세상의 수많은 음식 중에서 사찰음식의 고유성은 불교라는 자비로운 정신에서 태동하여 실천적 삶의 가치관까지 이끄는 데 일조하였다.

버섯강정

버섯강정

표고버섯 3, 양송이버섯 3, 새송이버섯 ½, 청피망 , 홍피망 , 견과류(호박씨·해바라기씨 섞어서 1T), 식용유 적당량, 전분 적당량

소스재료 : 고추장 1T, 송표간장 1T, 조청 1T, 매실청 1T

반죽만들기 : 밀가루 1, 물 컵, 전분 2T, 소금 약간

생버섯은 마른수건으로 토닥거리면서 먼지를 털어낸 후 물수건으로 닦는다.

반죽용 재료를 섞어 양에 맞추어 만들어 놓는다.

·홍피망은 버섯 크기정도로 썰고 견과류는 굵게 다져놓는다.

손질한 버섯을 전분에 살짝 굴린 후 2의 반죽 옷을 입혀 두 번 튀겨낸다.

고추장소스 재료를 예열된 냄비에 넣고 끓으면 버섯과 피망을 넣고 뒤적인다.

버무린 버섯을 접시에 담고 마지막에 견과류를 뿌린다.

호박죽

호박죽

청둥호박(늙은호박) 800g, 팥 반컵, 찹쌀가루 200g, 소금½T, 1T

냄비에 불린 팥을 삶는데 끓으면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삶아서 체에 받쳐 물을 뺀다.

다듬은 청둥호박을 잘게 썰어 솥에 넣고 물 2컵을 넣고 끓인다.

호박이 풀어지면 찹쌀가루를 넣고 팥을 넣고 더 끓인다.

소금과 꿀을 넣고 간을 맞춘다.


사찰 보양탕

사찰보양탕

연근 1, 단호박 30g, 참나물 30g, 양송이버섯 4, 느타리버섯 5, 팽이버섯 ½봉지, 호두··호박씨 각 1T, 들깨가루 1T, 콩가루 ½T, 쌀가루 1T, 들기름 1T

채수물(마른표고버섯 5, 다시마(5×5cm) 5, 3)

마른표고버섯과 다시마로 물 3컵에 7분 끓여 채수물을 준비한다.

채수물에서 사용한 표고버섯을 건져내 깍둑썰기하고 물기를 짠다.

연근과 단호박도 깍둑썰기하고 버섯도 모양대로 썬다.

견과류는 굵게 다진다.

참나물은 끓는 물에 데쳐놓는다.

콩가루와 들깨가루, 쌀가루는 미리 섞어 채수물 2큰술정도 넣고 불린다.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과 연근, 단호박을 넣고 덖는다.

맛국물을 넣고 끓이다가 나머지 재료를 넣고 마저 끓인다.

한 번 끓어오르면 견과류와 가루물을 넣고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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