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 1주년 맞은 노량진 마음충전소

마음충전소를 후원하는 스님들과 불자대중들이 거리나눔 전 1주년 기념 호빵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스님, 만약 제가 이 곳을 알지 못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꼭 공시생이 아니라 공무원이 되어 이 자리에 다시 서고 싶습니다.” - 공시생 김 모씨

“독서실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 우울증이 생겼어요, 그때 마음충전소에서 조용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고시생 나 모씨

‘헬조선’ ‘5포세대’ ‘청년취업난’ 등 최근 청년들을 관통하는 화두를 타파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결실을 맺고 있다. 노량진 고시촌에 위치한 마음충전소가 개소 1년을 맞은 것이다.

2월 16일 개소 1주년 맞아
호빵 500개 거리나눔으로 자축

스님·불자들이 고시생 상담 진행
우울증, 불안감 해소에 큰 도움
매주 한차례 주먹밥 무료 배식

50여 학생 거쳐가며 불심 커져
“후원 절실, 청년포교에 관심을”

사단법인 자비명상(이사장 마가)서 운영하는 노량진 마음충전소가 2월 16일 개소 1주년을 맞아 4시간가량 노량진 거리에서 호빵 나눔을 진행했다.

이날 나눠진 호빵은 500개로 나눔행사와 함께 청년장학금 수여식, 마가 스님의 축하법문과 만트라 명상, 마음충전소 공로상 수여 등이 진행됐다.

매주 한차례 진행되는 주먹밥 나눔 행사 모습. 따뜻한 말이 담긴 책 등도 함께 보시된다.

50여 고시생 이용, 발심도 이끌어

마음충전소는 설립 초기지만 고시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연 50여 명이 이용하고, 4명의 학생들이 불자로 계를 받는 등 반향이 일고 있다. 지난해에는 1호 합격생도 나와 김포의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합격 후에도 충전소에 나와 명상을 하고 가곤 한다.

자비명상 마음충전소는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던 아들의 자살 소식을 접한 자비명상 회원의 사연을 들은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이 청년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량진 고시촌에 세운 청년쉼터다.

현재 등명 스님이 소장으로 관리하고 있는 마음충전소는 7~8명이 이용할 수 있는 10평 남짓한 공간에 마음충전텐트와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는 다실로 구성돼있다.

마음충전소는 항시 개방되어 있으며 매주 월요일 무료 청년 요가 강좌가 진행된다.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에는 무료 명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몸충전 사찰음식 체험, 재미있게 배우는 온전한 휴식법, 쉽게 배우는 몸건강 마음건강법 등 경쟁에 지친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또 소망전념 프로젝트와 마음치유걷기명상을 비로해 매주 화요일 점심에는 따뜻한 밥한끼 보시 행사와 거리 주먹밥 나눔 행사도 열린다.

마음충전소 소장 등명 스님은 “매주 나온 학생은 5명 가량이고, 틈틈이 나오는 학생까지 하면 50여 명에 달한다”며 “향후 서울시 등과 협력해 더 많은 청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숭 있도록 하겠다. 공시생 마음건강 콘서트, 마음카드 제작을 비롯한 상담에 힘쓰고 현재 진행 중인 카툰을 통한 마음근력 키우기 외에도 유튜브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소통을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음충전소의 마음충전텐트. 개인별로 조용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밖에 스님과 차담이 가능한 다실 등이 있다.

 

전액 기부로 운영, ‘마음트레이너’ 동참을

마음충전소의 월세나 전시세를 비롯한 제반비용과 운영은 모두 후원자들의 기부로 이뤄진다. 충전소 청소나 행사 진행도 재능기부와 봉사로 이뤄진다. 마음충전소는 이를 위해 봉사자인 ‘마음트레이너’를 양성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 모씨는 “마음충전소 봉사자 분들이 모두 저희를 학생으로 보지 않고, ‘공무원님’ 등 저희가 목표로 하는 사회인의 모습으로 불러주신다. 이 곳 학생 대부분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데 부모님처럼 따뜻한 관심이 큰 힘이 된다”며 “고시 준비 전에는 불교에 관심이 없었지만 공부를 하며 자비실천과 같은 불교 사상에 관심이 생겼다. 시험 합격 후에 사찰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은 “마음충전소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수의 헌신으로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 인근 강남교회의 경우 노량진 청년들에게 매일 아침 밥을 무료로 제공해 1000여 명이 교회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가톨릭도 이지역에서 아낌없이주는나무CAFE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불교계 고시원 등 청년 포교를 위한 새로운 발상과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결국 사람이 미래다. 불교계는 종단 차원에서 청년 마음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자 대중들도 어려운 시기의 청년들에게 따뜻한 자비심을 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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