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입춘(立春)

‘입춘대길 건양다경’ 봄이 시작하니 큰 길운을 맞이하고 좋은 일과 경사로운 일이 많기를 바라는 축문이다. 얼마나 추운겨울을 지나왔기에 속담은 더 거창하다. 오죽하면 “입춘축 붙이는 일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을까?

설날 앞두고 입춘이다. 가뜩이나 그믐날 할 일도 많은데 삼재풀이 한다고 불공도 덧붙여하는 날이다. 왜 하필 삼재풀이는 입춘 아니면 안 통한다고 했는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미루어보건대 절기상 가장 첫날이니 만사형통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지리산자락 금수암 도량에는 아직 복수초가 나올 자리에 낙엽만 쌓여있다. 아무래도 우수가 되어야 나올 성 싶다. 입춘에 먹는 절기음식을 보자니 아직도 김장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묵은나물과 더불어 새 맛을 더 기다려야 할 참이다.

말려둔 시래기를 잘 삶아서 얇은 막을 벗겨내고 된장과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채수를 넣고 자박하게 지져내면 추위를 녹이는 맛이 된다. 잘 말려둔 건톳 역시 좋은 식재료다. 녹미채인 해조류는 요오드 성분이 많아 갑상선 질환에는 조심해야 하지만 이 음식 역시 연근과 만나면 지루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연근은 그저 강판에 갈아서 체에 받쳐서 적당히 촉촉한 식감을 주게 하고, 소금과 참기름 조금 넣고 불린 톳과 치대서 작은 뭉치로 만들어 찜기에 쪄내어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단짠단짠’ 맛을 준다.

설날 앞두고 미리 해놓는 두부 역시 입춘에 먹는 음식이다. 마른표고버섯을 불려서 잘게 다진 다음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한 후 팬에 덖어 만드는 두부소박이는 간단하면서도 놀라움을 주는 음식이다. 전통사찰음식에는 튀김음식이 당연히 없었지만 시대변천사 따라 절에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수삼을 튀겨 내거나 두부소박이를 요리처럼 만들어 대접하는 시간이 세월만큼 켜켜이 쌓여있다.

절에서 만드는 잡채는 초심자들에게 번거로운 음식 중 하나다. 그 복잡함을 줄이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콩나물 잡채다. 겨울에 따뜻한 온기로 콩나물시루를 들여놓고 시루에서 내려온 물을 고스란히 계속 부어서 키우는 콩나물은 직접 키워보지 않으면 많은 부분을 놓치고 만다. 일주일 자란 콩나물의 생동감을 손끝으로 느끼는 순간은 첫손으로 뽑아 올린 콩나물의 미끈한 자태다. 잔뿌리 하나 없이 자란 예쁜 콩나물로 시원하고 맑은 콩나물국을 만들어 먹는 순간은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다. 잘 자란 콩나물은 한 번에 다 뽑아서 먹기보다 먹을 양만 한 줌씩 조심스레 뽑자. 겨울철 음식의 식재료로 부단히 사용돼온 정겨운 콩나물! 이제는 그 분주함조차 쉬고 싶고 사소한 일에 지나친 열정도 과하다 싶어서 그저 공장에서 길러 나온 콩나물이라도 GMO만 아니면 사들고 온다.

미국의 경제학자 칼스미스가 “미국이 50년 후 미국을 팔아도 GMO의 폐해를 다 보상하기 어렵다”고 한 말을 되새겨본다. 이제 우리의 밥상에서 걷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가장 흔하게 즐겨먹는 두부 역시 GMO 콩으로 만드는 게 다반사인 세상이다. 분별심 없이 먹어야하지만 굳이 국산콩이니 유기농이니 따지고 먹을 수밖에 없는 현재의 실정은 이러한 부분이 부각되지 않는다.
 

톳연근찜

톳연근찜
마른 톳 10g, 연근 300g, 참기름 1t, 소금 ⅓t

1. 마른 톳을 흐르는 물에 바락바락 주무르면서 깨끗하게 씻어 물에 불린다.

2. 연근은 강판에 갈아서 체에 받쳐 건더기를 준비한다.

3. 마른 톳을 물기를 꼭 짜서 자른다.

4. 갈은 연근에 톳과 참기름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 한입크기로 뭉쳐서 김이 오른 찜기에 찐다.
 

두부소박이

두부소박이
두부 1모, 건표고버섯 3개, 집간장 ½T, 전분 ½컵, 찹쌀가루 ½컵, 소금약간, 후추약간, 참기름 1t, 튀김용 식용유 적당량

1. 두부는 3*5㎝, 두께 0.3㎝정도로 썰어서 소금과 후추를 뿌린다.

2. 표고버섯을 물에 불린 후 잘게 다진다.

3. 다진 버섯을 물기를 제거하고 집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한 후 살짝 덖는다.

4. 두부 위에 준비한 표고버섯을 얹어서 잘 펴주고 또 하나의 두부를 맞대어 준비한다.

5. 준비한 두부를 전분을 묻히고 다시 찹쌀가루를 묻힌 후 160℃에서 튀긴다.
 

콩나물 잡채

콩나물 잡채
콩나물 400g, 당면 300g, 마른표고버섯 5개, 사각유부(소) 10개, 청고추 2개, 홍고추 1개, 소금약간, 참기름 약간, 전체양념(고춧가루1T, 참기름1T, 소금약간), 당면양념(물½컵, 집간장3T, 참기름1T) 

1. 콩나물은 콩깍지와 긴 뿌리를 제거하고 깨끗이 씻는다. 

냄비에 물 ½컵, 참기름 1T을 넣고 끓이다가 끓으면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닫고 익힌다. 아삭할 정도로 익으면 콩나물만 건져 볼에 담아 식힌다.

2. 당면은 불리지 않고 바로 끓는 물에 삶아 반투명해지면 찬물에 헹궈 채반에 담아 물기를 뺀다. 팬에 물, 집간장, 참기름을 넣고 끓으면 당면을 넣고 20분 정도 충분히 익힌다.

3. 마른표고버섯은 찬물에 불려 물기를 짠 뒤 채 썬다. 그리고 참기름과 소금으로 밑간한 뒤 팬에 익는다.

4. 유부는 끓는 물에 두 번 데치고 물기를 짠 후 채 썰어 참기름과 소금으로 밑간한 뒤 팬에 익는다.

5. 청·홍고추는 반 갈라 씨를 제거한 뒤 채 썬다.

6. 준비한 콩나물, 당면, 표고버섯, 유부, 청·홍고추,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뒤 소금으로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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