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불교사·생명윤리… 분야·주제 ‘다채’

동국대(총장 보광)에서 올해 상반기 불교 관련 박사가 14명이 배출됐다. 석사 학위자는 48명이 나왔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박사학위 논문을 정리해 기재한다.

‘대승보살도’ 만해의 사상 기반
철우 스님(대학원 선학과)의 ‘만해 한용운의 대승보살사상 연구’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스님의 일련의 활동들이 대승보살사상에 사상적 기저를 두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철우 스님은 만해는 대승보살사상은 사회실천 운동뿐 아니라 수행과 사상철학에서도 고찰된다고 봤다. 스님은 만해의 선수행관은 △선기에 따른 정진과 견성관 △임제의 할과 덕산의 방 △방편으로서의 화두선으로 요약했다. 또한 만해 선수행관의 특징으로 △유심론에 입각한 정신수양으로서의 선 △일체중생 실유불성의 견성관 △선교진흥 요문으로서의 선교회통사상으로 정리했다.

시대 변화를 정확하게 인지했던 만해는 △사사무애에 바탕한 진리관 △도생본지로서의 세계 평화론 △인본주의에 바탕한 범종교론의 구세의지를 통해 중생들을 구제하려 노력했다.
이같은 만해 스님의 의지는 〈불교대전〉, 〈조선불교유신론〉 등의 저서와 독립운동, 대중불교운동을 통해 나타난다.

철우 스님은 “만해 스님의 독립운동은 대승보살관에 입각한 인류평화운동”이라고 정의하며 “만해의 독립운동은 고통 받는 세상 속에 뛰어들어 온몸을 희생하며 이룬 독립운동과, 글로써 대중들에게 독립심을 일깨우며 일제에 대항한 운동이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포살은 어떻게 형성됐나
도문 스님(대학원 불교학과)의 ‘초기불교 교단의 포살 연구’는 고대 인도에서 시작된 포살이 어떻게 실행됐고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고찰한 논문이다.

스님에 따르면 포살은 고대 인도에서 브라만교의 종교 행사인 ‘우빠와사타(uposatha)’에서 유래됐으며 붓다 당시 자연스럽게 불교교단에도 도입됐다. 불교교단의 포살은 출가포살과 재가포살로 나눠 발전됐다. 출가포살은 ‘바라제목차의 암송’, 재가포살은 ‘팔재계의 준수’이라는 독특하고 차별된 행사로 변화시켰다.

도문 스님은 계행은 열반을 지향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선법(善法)임을 분명히 했다. 바라제목차로써 계행을 구족하게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하며, 화합을 실현하는 승가 행사가 바로 포살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디가니까야〉의 ‘마하빠리닙바나 숫따’에서는 비구가 향상하고 쇠퇴하지 않는 법들로 칠불쇠퇴법이 설해지며 포살이 이를 실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포살은 청정과 화합을 실현하게 함으로써 비구가 법과 율에서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라고 강조했다.

불살생·자비는 생태위기 대안
지현 스님(대학원 선학과)의 ‘선의 생명관과 실천윤리 연구’는 불살생과 자비는 생태위기의 환경을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경전과 선어록, 불교설화를 중심으로 고찰했다.

스님은 “모든 생명체와 세계의 존재 원리인 연기 법칙을 바탕으로 생명의 문제를 인간 이외의 존재로까지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생명의 존귀함과 평등성에 대한 이해와 생명을 해치지 않는 불살생(不殺生)이 첫 번째의 윤리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전과 선어록에 나타난 부처님의 말씀과 선사들의 말씀은 자연과 더불어 공존한 흔적과 무정물에까지 생명력을 부여하는 폭넓은 인식을 담고 있어 전통적인 생태윤리 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불교윤리의 최고 덕목은 ‘생명 존중’이며, 실천원리는 ‘자리이타행’임을 지현 스님은 분명히 했다. 또한 현 시대에 맞는 실천적 방안 모색도 주문했다.

스님은 “불교생명윤리는 전통적인 계와 율을 무조건 따를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21세기적 윤리 환경에 부응하는 전략적 사고와 적절한 경전 해석과 적용을 통해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면서 “과학·생명공학·윤리학과의 상호 회통과 융섭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국유사 효선편의 불교적 의미
〈삼국유사〉는 고려후기 고승 일연 스님이 찬술한 역사서다. 국존(國尊)의 위치에 있던 일연 스님은 삼국의 정사에서 ‘빠진 이야기(遺事)’를 저서를 통해 담아냈다. 〈삼국유사〉는 5권 9편목 138조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주제에 맞는 사상과 설화들이 수록됐다.

명계환(대학원 불교학과)의 ‘인각 일연의 효선 사상 연구’는 <삼국유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효선’편을 불교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은 일연의 개인적 효행이나 고려시대의 불교적 효로 해석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하지만 명계환은 대승보살도의 실천과 완성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실천 덕목인 ‘회향(廻向)’이 효선편에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살이 둘이 아닌 이치(不二)를 펼쳐 깨달음에 이르는 〈화엄경〉의 ‘진여상 회향(眞如相廻向)’에 대해 주목했다.

명계환은 “효선편에서는 유교의 효와 불교의 효(善)를 통해 양자의 공존과 화합을 모색하며 하나로 나아가려고 하는 효행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특히 효선 편에서는 출가문제로 야기되었던 유교의 비난에 대한 불교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는 신라의 ‘효선쌍미(孝善雙美: 유교의 효와 불교의 선이 둘 다 아름답다)’의 효행 사례들을 담아 유교와 불교, 세간과 출세간의 공존과 조화를 모색했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불교의 모든 것을 살피다
정기선(대학원 불교학과)의 ‘미얀마의 불교 문화양상 연구’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미얀마불교의 문화와 수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핀 연구이다.

그에 따르면 11세기 중엽 버마의 평원을 차지했던 버간왕조는 하부 버마의 따톤으로부터 상좌부불교를 도입하여 미얀마 불교의 기틀을 세웠다. 군주들이 세운 “불탑과 사원들은 상상과 관념 속에서 존재하던 수미산을 지상에 구현된 실체적인 장소”로서 만들었으며, 현재까지 미얀마인들의 신심과 수행의 열망이 가득한 불국토를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정기선은 미얀마불교가 한국불교와 대비되는 특징으로 ‘일불의 불타관’을 들었다. 또한 두 번의 걸친 경전결집의 역사는 출가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공덕 추구의 불교’의 확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기선은 ‘공덕 추구의 불교’를 자리이타의 정신이 바탕에 형성된 행위로 봤다. 그는 “내가 지은 이 공덕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들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무량심(四無量心)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불교수행의 한 방법”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상좌부불교는 소승불교’라는 일반적인 관념을 신행적인 차원에서 간단히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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