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꽃꽂이 소임을 맡게 되면서 아름다운 꽃을 자주 만나는 호사를 누린다.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 한 송이 안에 온 우주가 다 들었다는 걸 그냥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런데 꽃을 선물할 때면 우리는 꽃보다 더 화려한 포장지로 꽃을 싼다. 꽃을 비닐로 싸고 그 위에 더 원색적인 포장지를 보태고 그것도 모자라 알록달록 리본까지 단다. 꽃뿐만 아니라 겹겹이 싸고 또 싸는 포장은 과자, 화장품, 과일 등 모든 상품들에 넘쳐난다. 

때로 포장은 꼭 필요하다. 음식을 차갑게 유지할 수 있으며 유통기한을 늘리고 운송을 편리하게 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그러나 내용물에 비해 포장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과대포장은 엄청난 낭비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가장 먼저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든다. 2011년 환경통계연감의 통계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포장 폐기물 차지 비율이 35%에 달한다. 그 비율은 해마다 7~8%씩 꾸준히 늘어나 2014년에는 62%에 달했다. 

과대 포장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 실제로 포장 거품만 줄여도 30~50%의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구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2중, 3중의 과대 포장 후 버려지는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고, 약 4천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스티로폼,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은 완전 분해까지 약 500년 이상이 걸린다. 

포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려는 기업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식의 소비를 이어가는 소비자들의 상호 작용으로 과대포장의 고리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세계 곳곳에서 지구를 위해 과대 포장의 옷을 벗으려는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포장재’를 과하게 사용하는 포장 ‘죄’를 짓지 말자는 각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진행되는 ‘그린마일리지 캠페인’도 하나의 예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대형마트에 가서 관심 있게 둘러보면 ‘그린마일리지 캠페인’ 코너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코너에서 포장 없이 낱개로 사면 할인도 받고 별도의 마일리지 적립도 해준다.  

과대 포장의 옷을 벗겨내는 흐름을 주도하며 아예 포장을 없앤 상점도 있다. 런던에서 뜨고 있는 ‘포장하지 않는(Unpackaged)’ 가게다. 유기농 식품 매장인 이 가게에는 모든 제품이 포장되어 있지 않다. 집에서 직접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담아 지불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만큼만 담아서 사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고, 포장 쓰레기는 거의 없다.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이기적 이타주의>의 저자 앨런 패닝턴은 “소비자는 이제 나 자신만을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비가 환경과 생태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으며 동시에 다른 사람을 돕는 소비인지를 고려하는 ‘이기적 이타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기적 이타주의’ 시대를 열어가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 또 지구를 위해 포장의 옷을 과감히 벗겨내기 위해서 우리는 과대 포장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본질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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