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면 몸과 마음에 ‘접촉’ 아니 할 수 없고, 몸짓과 맘짓으로 ‘표현’ 아니 할 수 없다. 쉼 없이 대상에 접촉하고 접촉을 통해 마음에 나타난 심상을 표현하면서 사는 것이 명상적 삶이다.

마음에 나타난 심상을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피터 콜릿은 ‘텔(Tells)’이라고 부른다. ‘텔’은 ‘Poker-tell’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용어로, 반복에 의해 구별 가능한 습관으로 정착된 몸과 말과 마음의 반응이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습관 정착된 말과 행동 ‘Tells’
불교의 삼행·삼업과도 맞닿아

명상, 가만히 앉아 있기로 오해
문제를 명상 통해 회피하기 때문 
해소하기 위해 ‘표현명상’ 등장해

명상하면 현상 나오고 이를 표현
현존하는 긍정적 기능 활성화시켜


수많은 이야기 중에 자신이 꽂혀있는 현상인 핵심감정, 핵심욕구, 핵심 사고를 ‘Mental-tell’이라고 하며, 단순한 몸짓을 포함하여 옷차림·서 있는 자세·눈짓·걸음걸이·생김새·땀·홍조현상·물건을 쥐는 방식 등 모든 몸의 습관을 ‘Physical/Bodily-tell’이라 한다. 또한 사람의 성향이나 속마음을 드러내는 말투·음성의 높낮이·특정 용어 사용을 비롯한 언어적 습관을 ‘Verbal-tell’이라고 한다. 또한 특정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Social-tell’이라고 부른다. 

불교적으로 보면 심리적 내재화 상태인 삼행(身行·口行·意行)이 바로 텔(Tells)이며, 삼업(身業·口業·意業)으로 외현화되는 ‘표현’의 대상이 또한 텔(Tells)이 된다.   

명상을 ‘가만히 입 다물고 앉아만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관점이 확대되어 일부에서는 명상이 “자신의 오래된 ‘방어를 합리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또는 개인적인 혹은 감정적으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우회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명상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을 ‘영적우회(Spiritual Bypass)’라고 하는데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명상 안으로 숨기는 형태를 말한다. 이런 ‘잘못된 돌아감’을 해소하기 위해 ‘내면의 심상을 외현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 명상’인 표현명상이 등장한다. 

고든(2008)에 의하면, 표현명상이란 ‘내재화된 것들을 외현화하는 것으로, 돋우어 올린 힘으로, 감정과 생각, 두려움과 고통을 밖으로 표출시켜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명상활동이며, 또한 이를 통해 ‘오랜 심리패턴의 고리를 끊어 미활용 감정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심리적 기능을 현재화하여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가도록 하는 것’이다. 

존 웰우드에 의하면 영적인 우회의 성향인 ‘시시때때로 변하는 나약한 자아와 같이 어렵고 불쾌한 것을 외면’하는 성향은 표현을 통해 나타난 모습을 직면함으로써 해결가능하다. 또한 문제를 내사하여 내적으로 상처(內傷)를 입는 경향성을 ‘명상적 표현하기’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문제를 밖으로 투사하여 남 탓을 하는 왜곡된 표현 양식을 ‘적절한 표현하기’를 통해 전환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표현 중심의 명상을 하면, 인지·정서적 감옥에서 풀려나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 행복해지며,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경향성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서 분노 에너지를 창조적인 자애와 기쁨의 에너지로 변화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안에 현존하는 긍정적인 내적 기능을 발견하여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선업 스님(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명상을 하면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을 드러내어 표현하기 시작하면 현상의 영향력은 소멸된다. 본래 무상(無常)하기 때문이다. 무상한 것은 괴롭고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이렇듯 명상하면서 경험한 ‘텔(Tells)’을 인터뷰, 선문답 등을 통해 점검하다보면 우리는 바른 길에 우뚝 서게 된다. 중도 정견의 바른길, 표현으로 드러낸 본래의 마음 길 바로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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