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가 '티베트의 벽화들(Murals of Tibet)' 출판

출판기념회에서 도록을 설명하는 작가 토마스 레이어드(가운데). 사진출처=타스첸

티베트 고원에 잠들어 있던 고대의 불교벽화들이 다시 살아났다. 미국의 사진작가 토마스 레이어드는 10년간의 노력 끝에 초대형 도록 〈티베트의 벽화들(Murals of Tibet)>을 최근 출판했다. 

지난 2월 8일 인도의 인터넷 매체 ‘퍼스트 포스트’는 작가와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하며 이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수많은 벽화 훼손 막고자
사찰 끊임없이 설득 나서
10년간 촬영·편집 작업
“위대한 유산 후대 전하길”


레이어드 씨는 “1986년 처음 티베트를 여행했다. 처음 벽화들을 보는 순간 불교철학의 증거와 정수가 여기에 담겨있음을 직감했다”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벽화들의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점점 훼손되고 있었다. 또 일반인들이 쉽게 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사진으로 남기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찰의 반응은 냉랭했다. 오랫동안 예경의 대상이었던 벽화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낮선 서양인들이 현대의 기자재들을 법당에 설치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레이어드 씨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다. 스님들에게 이 작업은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역사를 남기는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당시 고충을 설명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촬영이 허가 되지 않은 사찰과 법당들의 벽화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티베트의 벽화들>에 실린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은 9세기경 제작돼 서부 티베트에 남아있는 불화이며, 가장 근래의 것이라도 약 500년 전의 벽화들이다. 벽화들은 사진기를 이동식 프레임에 고정, 고속으로 연속 촬영하는 스티치 시스템으로 촬영됐다. 촬영된 사진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씩 연결됐다. 이 과정을 통해 굴곡지거나 꺾인 구조의 벽에 그려진 벽화가 하나의 대작으로 연결됐다.

레이어드 씨는 “촬영 작업은 단순했지만 벽화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덕에 실물크기의 벽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단지 사진작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티베트 불교와 불교미술의 권위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그는 “예를 들어 현대 인도에서는 고대불교미술의 맥이 끊겼다. 그러나 티베트의 불교미술에는 아직도 고대인도 불교의 상징과 양식이 그려지고 있다”며 이 작업이 불교미술사의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도록은 지난해 독일의 예술사진 전문 출판사 타스첸사(社)에서 가로 50㎝, 세로 70㎝에 총 498페이지의 초대형판으로 인쇄됐다. 레이어드 씨는 “촬영은 10년이었지만 벽화의 해석과 연구에 들인 시간까지 더하면 30년이 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 위대한 유산을 후대에까지 남기게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출판사는 단지 도록으로만 남기지 않기 위해 티베트학의 권위자들이 집필한 해설서도 함께 출판했다. 해설서에는 특별히 불교의 개론을 담은 달라이라마의 서문이 첨부됐다. 

가장 처음 인쇄된 도록은 달라이라마에게 헌정됐다. 특별히 달라이라마는 저자들의 요청에 응해 한정판으로 인쇄된 998권의 도록에 모두 자필 서명을 남겨 출판을 축복했다. 달라이라마의 서명이 들어간 한정판 도록들은 전 세계의 대형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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