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묻는 불편한 질문들
스스로 묻는 불편한 질문들
  • 김성수 마음과학연구소 대표
  • 승인 2019.02.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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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글쓰기 워밍업

오늘부터 공부하는 내용은 본격 글쓰기명상을 위한 워밍업이다. 워밍업은 자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마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게 하는 의도로 설치했다. 목욕탕에서 손으로 탕 속의 물을 건드리면서 내 몸을 밀어 넣어도 괜찮은 온도인지 가늠하듯, 김이 모락거리는 밥을 후후 불면서 밥맞이를 하듯,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자는 의미다.

이런 준비과정은 정통수행이라고 하는 좌선(坐禪)에도 배치돼 있다. 초기불교에서는 평소 바깥으로 떠돌던 마음을 나라고 하는 대상에게 돌려세우는 작업을 빠알리어로 마나시카라(manasikra, 주의전환)라고 한다.

마음의 방향을 내 몸과 마음이라는 대상에게 돌리는 일이 왜 필요할까. 질문을 바꿔보면 분명해진다. 내 마음의 방향을 돌리지 않는다면 마음은 주로 어디에서 놀고 있을까. 어쩌면 오전에 통화한 친구한테 가 있거나, 집에 두고 온 반려견에게 가 있을지도 모른다. 차를 운전하면서도 엉뚱한 길로 가기 일쑤인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몸과 마음에 깊이 배인 떠도는 마음 습관때문이다. 글쓰기명상에서 워밍업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본격적인 글쓰기명상 앞서
불심검문 같은 물음 던져
마음 방향 내면으로 돌리면
자신의 걸림 확인하게 된다

워밍업은 짤막한 자기 질문과 답변의 공간이다. 질문은 짧지만 답을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거나 살짝 머리 아플 수도 있다. 나는 가정폭력 피해쉼터 집단에서 이런 작업을 하곤 했는데, 갑자기 불심검문 당한 사람처럼 딱딱해지고 난감해하는 그분들의 표정들이 기억난다. 맞다. 직접 실행해보면 알겠지만 워밍업은 인생의 불심검문 같은 질문이 많다.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 최상의 삶이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문득, “당신은 뭣 때문에 열심히 달리는 거요?”라고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심검문성 몸풀기 작업을 여기서는 세 개 단위로 나눴다. 첫 번째 워밍업은 삶의 전체를 조망하는 질문들로 구성했다. 비행기를 타고 지상 1000m 상공에서 사람 사는 마을을 내려다보는 듯한 질문들이다. 두 번째 워밍업은 질문의 대상을 나라고 하는 존재로 제한했다. 내 몸과 마음 그리고 그 두 요소 사이에서 내 삶의 존재성을 확인해주는 느낌이 그것이다. 세 번째는 당신의 내면으로 앵글을 들이대어, 우리 삶의 실질적 문제들을 겨냥했다. 일종의 생활 밀착형 질문이다. 답하는 초보수행자의 마음을 심란하게 긁어댈 수도 있다.

첫 번째 워밍업

당신은 아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 전에 백지와 펜을 준비하시라. 찢어 없애기 좋은 종이 한 장이어도 좋고, 모바일 폰에 컬러노트를 다운 받아서 손가락 끝으로 글쓰기를 해도 좋다. 답을 하되, 짧게 답하라. 생각도 짧게 하라. 두뇌보다는 가슴에서 나오는 대로 툭, 하고 화투패 던지듯하라. 이번에 잘못 던졌으면 다음에 잘 던지면 된다는 식의 가벼운 마음을 유지하라. 워밍업-1삶의 동기 드러내기수행하는 마음 드러내기로 구성된다.

삶의 동기 드러내기

1. 나는 이번 생애, 어떤 소망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은가.

2. 이번 생애, 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3. 이번 생애 최종 목표를 이루었을 때,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행위는 무엇인가.

4. 지금의 삶과 최종 목표의 차이는 무엇인가. 마음껏 서술해보라.

5. 지금을 사는 이유, 한 달을 사는 이유, 금년을 사는 이유를 서술해보라.

수행하는 마음 드러내기

6. 내가 알고 있거나 행하고 있는 수행이란 나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가.

7. 이 수행을 통해서 해결하거나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8. 내가 주로 행하는 수행의 방편(기도, 행선, 좌선, 염불, 경전독송 등)은 무엇인가.

9. 이번 생애, 내 수행의 최종 목표는?

10. 내가 수행의 목표를 이루었을 때 나에게 해주고 싶은 첫 말이나 선물은 무엇인가.

11. 나는 수행의 과정을 중요시했는가, 아니면 결과 중심인가.

12. 하루 중 내가 수행하는 시간과 밀도는?

답이 나오지 않아 건너 뛴 문항도 있을 것이다. 괜찮다. 건너뛰는 나를 허용하자. 아직 드러낼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닌 채로 내버려두자. 하지만 가급적 답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차피 내가 쓴 답은 자주 변하게 마련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거듭 응답해보면 알게 된다. 내 마음을 문자로 드러내놓고도 시간이 흐르면 같은 질문에 다른 답하는 존재가 당신이다. 글쓰기명상이 기획된 이유 중 하나는 이와 같은 나의 변화, 망각, 생각 없음 따위를 문자로써 드러내고 스스로 확인해보자는 제안이다.

길든 짧든, 글쓰기를 잘하는 팁이 하나 있다. 맥락상 이쯤해서 나눌만한 이야기여서 꺼내보겠다. 좋은 글쓰기 방법 중 하나는, 결론을 앞쪽에 배치하는 것이다. 글깨나 써본 분들이 열렬히 추천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소위 기결승전(起結承轉) 글쓰기. 결론부터 턱 하니 던져놓고, 왜 저런 결론이 나와야 하는지 그 배경을 서술하는 순서가 멋진 글을 만들어주곤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의 결론을 맨 앞, 첫 마디에 한 마디로 압축해서 내놓는 것이다. 그렇게 사고부터 쳐놓고 나면 그것을 수습하는 뒷글들이 따라온다.

나는 왜 느닷없이 좋은 글쓰기 방법이야기를 꺼냈을까. 워밍업-1을 분석적으로 읽어보면 알게 된다. 워밍업-1은 대체로 삶의 최종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글쓰기명상의 첫 장에서 생의 결론부터 드러내보자는 의미이다. ‘이번 생애, 나의 최종 목표부터 떡 하니 드러내고 보면, 그 목표를 옹위하는 사유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일터로 가는 이유, 온갖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죽어라고 웃으며 살아가는 이유, 넘치는 일더미 속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이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질시 받거나 오히려 야단맞으면서도 일해야 하는 이유. 이런 이유의 꼭짓점에 저 결론이 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어서 이번 생에 태어났단 말인가.”

워밍업-1은 기결승전 글쓰기 순서로 대입해 본다면 ()’에 해당한다. 내 삶의 끝을 겨눠보면서 글쓰기명상을 시작해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삶의 끝을 선명히 보고 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번째 워밍업

워밍업-2는 꽤 구체적이고 대상 범위도 좁아진다. 소위 나라고 하는 존재를 점검하는 질문이다. ‘나라고 하는 존재를 세 등분하면 몸, 마음, 느낌이다. 이것들을 살펴서 짧은 단어로 드러내는 일이다. 이 작업은 1분이라도 눈을 감고 몸 전체를 이완한 후, 한층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에서 진행하면 좋다. 자신의 몸과 마음과 느낌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요한 만큼 이것들은 붉은 열매처럼 선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의외로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없던 짜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만큼 나는 나에게 낯설기 때문일까. 그래도 고요히 밀고 가보자.

내면검색-

1. 내 몸 안팎의 명칭들, 세세히 적기

2. 살면서 내 몸은 주로 어디에 써 왔는가(5개 이상)

3. 아무도 모르는 내 몸의 특이한 점이나 흉터

4. 내 몸의 미안한 부위, 사건, 기억, 생각들(5개 이상)

5. 내 몸의 고마운 부위, 사건, 기억, 생각들(5개 이상)

6. 내 몸이 나에게서 분리되어 떠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

내면검색-느낌

7. 지금 이 순간의 몸 감각 명칭 적기(찌름, 간지러움 등)

8. 내 감정(정서)의 명칭 적기(상쾌함, 편안함, 두려움 등)

9. 내가 좋아하거나 잘 유혹당하는 감각(, 소리, 냄새, , 감촉, 기타)

10. 내가 싫어하거나 외면하는 감각(상동)

11. 내가 좋아하거나 호감 갖는 사람의 공통적인 느낌

12.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특징

13. 내가 싫어하는 음식의 특징

14. 내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감각이나 감정들

내면검색-마음

15. 살면서 내 마음은 주로 어디에 사용했는가.

16. 살아오는 동안 강력하게 애착했던 대상(3가지 이상)

17. 요즘 내 마음이 주로 가는 장소, 사람, 물건, 시간 등

18. 향후, 내 마음은 주로 어디에 사용하고 싶은가

19. 내 마음이 내 몸에서 분리되어 떠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

몸은 기억한다의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는 회복에 대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각과 감정에 대한 지배권을 다시 쥐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끼고, 정확히 밝히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워밍업-2는 그 회복을 위해 나에 대한 눈맞춤을 하는 일이다. 당신은 이제 더 구체적 행위의 안쪽으로 전진함으로써 보다 깊은 발견과 아픔, 회복의 시공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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