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깨치는 야포 禪/석호 지음/연화 펴냄/1만 2천원


3일만에 깨치는 야포 선? 

제목을 보니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지례 경계심이 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책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내 고개가 끄덕여 진다. 3일이란 숫자적 외침은 수행의 시작과 중간, 끝을 의미하며 누구든지 편하게 접근하라는 저자의 배려이다. 또한 ‘야포’란 저자가 사는 통영 욕지도의 동네 이름이다. 지명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야포’의 원래 지명이 ‘불무개’인데, 저자는 엉뚱하게도 ‘불무개’서 다른 의미를 끄집어 냈다. 한자를 붙여 불(佛) 무(無) 개(開)로 해석한 것이다. 이 말은 ‘부처가 없으면 열린다’는 의미이다.


‘야포’, 저자가 사는 욕지도 동네명
준비, 구성, 수확 등 행법 체계화
간화선과 묵조선 장점만 결합시켜



저자는 책 속에서 “‘불무개’는 내가 법좌에 올라 자주 설하던 말이자 평소 법을 물으러 오는 이에게 내어 주는 주요지침”이라며 “이 표지가 내게 무엇을 요청하고 있는지를 운명처럼 그때 알아차렸다”고 소개한다. 

24살에 동화사 의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 책의 저자 석호 스님은 대강백 학봉 스님으로부터 경학을 전수받고 ‘이뭐꼬’ 화두 정진을 해왔다. 특히 대구 경북 일원서 활발한 포교 활동을 하며 ‘작은 기적’ ‘하늘다이아몬드’ 등 5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2년전인 2017년에는 남해안 통영의 먼 섬 욕지도 토굴로 거처를 옮겨 깨달음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저자의 30여년 수행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는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지침서이다. 스님은 선의 핵심을 가두고 있는 나를 열고 갇힌 나를 석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우리를 가두고 닫는 존재를 가린 그 무엇은 다름 아닌 각자의 교육, 습관, 환경 등에 길들어진 아집”이라며 “열려야 할 곳은 열게 하고 닫혀야 할 곳은 닫게 만들며, 구부려야 할 곳은 구부러지게, 퍼져야 할 곳은 퍼지도록 차별을 두지 않는 존재의 활동이 내 자신을 열리게 만든다”고 소개한다.

책은 주제에 비하면 무겁지 않다. 책은 깨달음이란 〈왜?〉라는 의심서 시작해 〈아하!〉라는 느낌으로 답을 얻게 구성됐다. 여기서 그 답은 자신과 세상을 바르게 보는 원동력이 되지만 일상서 자기 역할을 잃어 버리면 깨쳤다고 해도 완성된 깨달음은 아니라는게 스님의 주장이다. 그 예로 스님은 말한다. “가령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은 후 전법을 포기하고 바로 열반에 들었다면 부처님의 위대함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그래서 석호 스님은 ‘깨닫기는 쉽지만, 깨달음의 완성이 어려울 뿐’이라며 책 속에서 깨닫는 법과 상태, 깨달은 후의 조치인 보림, 그리고 깨달음을 완성하는 법까지 친절히 설명해 놓았다. 너무 친절해서 어긋날 수 있다며 자못 염려하는 스님은 “깨달음은 이성적 이해로써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순간적인 감성의 번쩍임, 즉 직관만 사용될 뿐이므로 스스로의 경험으로 얻지 않으면 안된다”고 책 속에서 수차례 경고한다.

저자는 깨달음 방법인 ‘야포선’을 준비작업-〉구성작업-〉수확작업 등으로 나누어 행법을 체계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 행법의 실행 항목인 내려놓기-〉아무것도 하지 않기-〉바라보기의 구체적 방법 및 경계를 여러 가지 재밌는 예화와 함께 하루하루 일정별로 기술해 놓았다. 스님은 ‘부처님 설법을 듣고 그 자리서 바로 깨달음을 얻은 교시가처럼 진지하게 행법대로만 실행하면 3일만에 분명히 깨치게 된다’고 스님은 말한다.    
       
야포선 수행 개략을 말하면 간화선 장점인 열정과 묵조선 장점인 차분함을 결합한 것으로써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부정의 질문에 집중해 감각과 그 대상은 물론 무의식에 절대적으로 자리 잡은 부처나 깨달음 등의 상대마저도 없애 버리고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깨달음 자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에서의 활동이 활발발(자유자재)하지 않으면 그 깨달음은 죽음이 된다며, 스님은 〈지금 바로 여기〉가 유토피아라는 깨달음 후의 활동방법인 ‘표시없는 표시’까지 제시하며 결론 맺고 있다. 마지막 제 3장 부터는 일정별 세부 지침을 전개해 놓았다. 

24살에 동화사 의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 책의 저자 석호 스님은 대강백 학봉 스님으로부터 경학을 전수받고 ‘이뭐꼬’ 화두 정진을 해왔다.

 

‘야포 선’ 3일 행법은?
 

1일차 행법=〈내려놓기〉의 첩경은 ‘본래 무소유’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것이 되지 않을 때 ‘출가’라는 명분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부정의 질문과 온종일 씨름해야 한다며 그 방법인 바른집중(사념 없애기, 좋은 마음가짐, 좋은 몸가짐)을 실제 상황에 맞춰 설명해 놓았다.
 

2일차 행법=〈아무것도 하지 않기〉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명제의 성립에 대한 얘기와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할 수는 없지만 도달 가능한 법을 여러 재미있는 예화를 곁들여 소개한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궁극적 자기 존재임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3일차 행법=〈바라보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도달한 선정 상태를 깨우는 ‘적정한 쇼크’의 순간을 직시함으로써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되어 주객이 없는 평등한 세계의 모습을 〈아하! 그렇구나〉라는 느낌으로 알게 된다며 추리나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바라봄의 경로를 말한다. 그 〈바라보기〉는 다시 깨달음 후의 활동인 깨달음의 완성, 〈바라밀〉 과정에서도 쉼 없이 작동하는 것으로 써, 깨달은 자와 중생의 같은 본성인 〈무구 무애 원만〉으로부터 나오는 태도 〈공경 비움 연민〉을 실천하게 하는 중심이 된다며 깨달음 후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깨달음도 깨달음이 아니고 그런 활동도 활동이 아닌 ‘표시 없는 표시’를 이루는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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