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학 사진전 ‘한국산사의 단청문양과 사찰벽화의 美’
부산광역시청 2층 제3전시관 2월 11일~2월 17일

세계유산 7사찰 사진 50여 점
“법당천정, 단청·조형의 보고”
20여 년 전통사찰 장엄세계기록

통도사 대웅전 천정문양.

 

한국산사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 부산본부는 2월 11일부터 17일까지 부산광역시청 2층 제3전시관에서 사진작가 노재학의 ‘한국산사의 단청문양과 사찰벽화의 美’를 개최한다. 한국산사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곳의 산사를 중심으로 한 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이기도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한국산사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산사 7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등재된 정식 명칭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이유에서 한국산사가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간직해옴으로써 세계유산 등재의 중요한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지승원 7곳의 진정성과 완전성도 높이 인정하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향후 지속적인 보존대책을 주문했다.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국민의식의 뒷받침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공유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 노력의 일환이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의 한국산사 등재 이유에서 보면 정식 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산사에 내제된 문화의 고유성보다는 스님들이 현재까지 거주하며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의 ‘산지승원’에 주목했다. 문화적 가치보다는 현재적 삶과 수행도량에 더 주목한 것이다. 노 작가는 ‘산지승원’의 의미에만 주목한다면 자칫 한국산사의 가치를 ‘수행영역’으로 축소하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산사의 진정한 가치는 건축, 종교, 사회문화, 예술의 총체성에 있습니다. 특히 각 산사의 법당은 전통미술과 조형의 보고입니다. 불상과 불화, 벽화, 단청문양 불단, 닫집 등 한 시대 의 조형과 미술의 결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당은 예경의 공간이면서, 하나의 박물관이고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리적 정밀실측조사 보고서는 매년 발표되고 있지만, 법당의 장엄세계에 대한 철학, 미학분야의 연구 활동은 분산적이고 미미합니다. 특히 한국 고유의 전통문양이 다양하게, 또 보편의 지속성으로 펼쳐져 있는 법당 천정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거의 전무한 실정에 가깝습니다. 한국산사 법당의 천정은 단청문양과 조형의 보고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 전시는 의미를 갖는다. 노 작가는 20여 년 동안 전국 전통사찰 법당의 장엄세계를 사진에 담아왔다. 한국산사 법당의 조형과 미술을 담은 그의 사진들은 한국산사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종교미술뿐만 아니라 전통문양, 도가의 길상, 유가의 태극, 호작도 같은 민화들까지 폭넓은 조형미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외진 공간에 이르기까지 전통문양과 전통색채의 아름다움을 낱낱이 보여주는 노 작가의 이번 전시는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산사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네 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1부는 ‘산사의 美’다. 숲과 자연생태, 생명의 보고인 산사의 미학을 보여준다. 만화방초의 화원을 이룬 순천 선암사의 봄과 소백산맥의 능선을 무량수전 앞마당으로 끌어당긴 부석사의 차경안목을 볼 수 있다.

△2부는 ‘단청문양의 美’다. 자연의 꽃과 구름, 물고기, 추상의 에너지들을 모티프로 하여 기하문이나 관념의 이상형으로 정형화한 사찰천정의 다양한 문양들을 보여준다. 해남 미황사, 부안 내소사, 구례 천은사 등 서남해안지역 산사의 장엄세계가 간직하고 있는 단청문양들을 보여준다.

△3부는 ‘사찰벽화의 美다. 벽화의 중심엔 불교교의를 반영한 불화성격의 벽화가 중심에 있지만, 송학도, 고사인물도, 연꽃과 모란도, 악기 등 별지화도 풍부하게 나타난다. 민화의 원류격인 사찰벽화 속 호작도, 화조도, 어변성룡도 등은 한국미술의 흐름과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통도사 영산전과 명부전, 직지사 대웅전,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사찰벽화 등이 소개된다.

△4부는 ‘조형의 美다. 한국산사의 법당에 보편적으로 조성한 꽃살문, 불단, 닫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내소사 대웅보전과 논산 쌍계사 대웅전의 꽃살문 등이 소개된다.

16일 오후 2시에는 전시실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순회전시도 추진 중이다.

노재학 사진작가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1년 중 300여 일을 길 위에서 보낸다. 궁궐, 사찰 등 전통건축의 전통문양을 20여 년간 사진에 담고 있다. 2014년부터 현대불교신문에 ‘화엄의 꽃 절집천정’, ‘그 절집의 빛’, ‘한국산사의 장엄세계’를 연재했다. 저서로 <한국산사의 단청세계 : 불교건축에 펼친 화엄의 빛-미술문화, 2019>이 있다. (051)78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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