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 목재구조가 음향 살리는 데 영향

피아니스트 하야시 마사키가 지난해 5월 22일 린자이 사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아사히신문

일본 음악가들 사이에 불교 사원에서 공연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월 28일 보도했다. 공연 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불교 사원 특유의 목재 구조가 우수한 음향 상태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직접 나서 영적 지도를 제공하면서 공연에 흥을 더한다고 한다. 젊은 신도들이 사원에 방문하게끔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이 같은 환경에서 공연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비단 일본 음악가들뿐만이 아니다”며 1994년 밥 딜런이 나라현에 위치한 토다이지사원에서 장엄한 배경 아래 공연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톱 연주가 등
사찰 음향환경에 매료돼
음향 공부하는 스님 늘어
“젊은이 위한 공간 탈바꿈”


이와 함께 신문은 지난해 5월 22일 오카야마 시내에 위치한 3세기 전 건축된 사원, 린자이에서 펼쳐진 공연을 소개했다. 당시 피아니스트 하야시 마사키(Hayashi Masaki, 40)의 공연과 함께 악기용 톱 연주가 하지메 사키타(Hajime Sakita, 47)의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톱 소리는 사원 구조 덕분에 더욱 구슬프고 부드러웠다는 설명이다.

린자이 사원의 15대 주지인 신유 시노하라(54) 스님은 음향 콘솔을 직접 작동시킨다. 그는 1999년 사원에서 음악공연과 다른 행사들을 본격적으로 열기 전에 음향학을 배우기도 했다. 시노하라 스님은 “토성 벽은 소리를 잘 흡수한다”며 “목재 구조물은 건조해서 소리를 더 잘 퍼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은 우리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사상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나는 사원이 사람들에게 풍성한 것들을 제공하는 곳이길 바란다. 음악공연도 그러한 이유로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절에서 공연을 열었던 한 연주가는 아사히신문에 “이전에 연주한 어떤 곳보다 더 훌륭하다. 사원의 음향 환경에 감탄할 지경”이라고 치켜세웠다.

오카야마현에 위치한 진언종(神華宗) 사찰인 호케지(秋吉)도 2016년부터 연 3회 공연을 정례화했다. 이는 지역 아동들이 진정한 음악과 불교를 느낄 수 있도록 주지 조세이 세키토(Josei Sekito, 47) 스님이 시작했다. 스님은 음악가인 한 신도의 도움을 받아 첫 번째 공연을 열었고, 공연 장소와 시설에 만족한 음악가가 다른 음악가들을 초청하며 이후 공연들이 지속 개최됐다. 

음악과 불교 간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세키토 스님은 “음악과 종교는 마음이 아플 때 사람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 감정이 흔들리는 이에게 중도를 찾아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음악가들은 사원에서 공연하는 것에 매료될 정도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한 스님은 “나는 사원의 분위기와 장소의 독창성 때문에 음악가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원은 설교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다른 것을 듣기에도 적합하다”고 전했다. 

히로시마현에 위치한 조센지 사원의 주지인 신쇼 유키하마(Shinsho Yukiyama, 45) 스님은 “나무가 소리의 파동을 잘 흡수하고 높은 천고로 인해 공간 전체에 소리가 퍼진다”며 “이것이 사원 내부에서 음악이 공명하고 입체적으로 들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키하마 스님은 공연에 앞서 5분간 사원의 역사와 부처님 가르침을 설파하고 있다. 

유키하마 스님은 “사람들은 설교를 듣기 위해 사원에 온다. 그런데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모임 장소이자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나는 음악을 통해 낡은 불교의 모습을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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