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다채로운 명절맞이 기념행사 눈길

1월 29일, 서울 종로구 신영경로당을 방문한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정관 스님과 35여 회원 어르신들이 떡국 세트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기업·개인 후원을 받아 준비한 이번 설 음식선물세트에는 사골떡국 이외에도 쌀, 라면, 귤 등이 포함됐다.

“황금돼지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에 떡국 끓여 드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서울 종로구 신영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설 선물박스가 도착했다. 선물을 준비한 이들은 바로 종로노인복지관 관장 정관 스님과 직원들. 박스에 담긴 쌀, 곰탕, 과일, 떡, 한과 등을 꺼내보며 기뻐하는 어르신들 모습에 경로당은 풍성한 명절 분위기를 자아냈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쌀·과일 등 선물 전달
소외어르신들 情 나눠


관장 정관 스님과 종로노인복지관 직원들이 홀몸어르신 가정 및 경로기관을 방문해 새해 선물을 나누며 건강과 복을 기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은 1월 29일 부암동 거주 어르신들이 모인 신영경로당(회장 김덕수)과 차정숙(91) 홀몸어르신 가정을 방문, ‘설맞이 선물나눔 행사’를 실시했다. 복지관은 이 두 곳과 함께,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종로구 61개소 경로당과 독거노인 560명에게 설 음식 세트를 전달했다.

관장 정관 스님은 “매해 명절마다 직원들과 함께 가가호호 홀몸어르신 가정과 경로당을 방문해 명절 인사를 하고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한다”며 “온 가족이 모이는 설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도록 덕담도 주고받고자 한다. 복지관과 같은 마음으로 후원해준 우리은행, 하이트진로, 개인 후원자들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신영경로당은 지난해 4월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50여 명의 어르신이 등록돼 있다. 이번 나눔은 회장인 김덕수 어르신의 적극적인 방문요청으로 인해 신영경로당서 진행됐다.

회장 김덕수(79) 어르신은 “설을 앞두고 스님을 직접 뵙고 선물도 받아서 다들 정말 기뻐하는 것 같다”며 “관장 스님이 직접 경로당과 주변을 돌아보며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살펴주니 모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복지관서 4년째 도시락 포장 봉사를 하고 있는 정대덕(80) 어르신은 “평소 경로당에 올 때 마다 관장 스님에 대해 자랑했는데, 우리 경로당에 올 줄 몰랐다. 다들 너무 좋아한다”며 “이번 행사 이후 경로당 회원들이 복지관에도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정관 스님은 경로당 회원 어르신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안부를 물었다. 스님은 “복지관까지 오는 셔틀버스가 12년이나 돼 겨울엔 춥고 열악했다. 이번에 종로구청의 도움으로 노후된 버스를 교체했다”며 “히터가 빵빵 나오는 새 버스를 타고 우리 복지관에 와서 식사도 하고, 프로그램도 체험해보길 권한다”고 설명했다.
 

5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 이용을 중단한 차정숙 어르신(91)이 정관 스님의 방문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경로당에 이어 이들은 혼자 사는 차정숙(91) 어르신 가정도 방문했다. 어르신은 10년 전부터 종로노인복지관을 다니다가 고령의 나이 때문에 약 5년 전부터 복지관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관은 시설 방문이 어려운 회원을 대상으로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어르신들은 담당 관리사에게 주 3회 이상 안전확인을 받는다. 복지관은 홀몸어르신들을 위해 매일 전화를 걸고, 주 1회 방문 및 후원금 연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불자인 어르신에게 신행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자, 차정숙 어르신은 “전엔 산에 있는 절도 종종 다녔는데 이제는 높은 곳에는 가기가 힘들어 못 간다. 집에서 조계사까지 가는 버스가 있어서 가끔 가고 있다”며 “귀한 스님이 이렇게 혼자 사는 늙은이 집까지 찾아주니 내가 올해 복 받았다”고 울먹였다.

권미경(60)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는 “차정숙 어르신과 5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오늘 관장 스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잘 때지 않는 보일러도 켜고, 차도 직접 준비했다. 저렇게 기뻐하시니 설을 앞두고 훈훈해진다”고 말했다.

차 어르신은 “스님 덕분에 오는 복지관 선생님마다 다정하고 위로를 잘 해준다. 전화를 받으면 힘이 난다”며 “김이며 배 등 필요한 것들을 골고루 갖다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정관 스님은 “연로한 나이로 시설을 찾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 우리가 더 자주 찾아가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약소하지만 준비한 선물을 잘 써주면 좋겠다. 반갑게 맞아주는 어르신들이 항상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이와 함께 전국 불교계는 설과 정월대보름 등 명절맞이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저소득, 장애 등 취약계층에게 생활 필수품을 전하고, 떡국 등 명절음식을 대접하거나 치매어르신을 위한 후원 세뱃돈 봉투를 제작해 지원하기도 한다.

남양주장기요양기관협회 산하 남양주효도학교는 설을 맞아 치매어르신 기억회상 프로그램 지원 기금을 위한 6회 복 봉투 후원행사를 진행 중이다. 6회째를 맞은 행사는 작가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 봉투 디자인을 제작해왔다. 올해는 호주 시드니서 활동 중인 백경 여행작가가 그린 그림들로 디자인됐다. 복 봉투는 101만원으로 판매되며, 수익금 전액은 학교 운영 및 요양기관 어르신에게 지원된다. 어르신들은 22일 후원받은 세뱃돈이 담긴 복 봉투를 자원봉사 학생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백종덕 운영위원장(성림케어덕소센터 원장)요양기관에 있는 어르신들은 평소 무료봉사 등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신체·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던 당시를 회상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행사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조석영)은 1월 29일 복지관 3층 강당 및 식당서 ‘설맞이 따뜻한 정 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강북구 저소득 장애인 및 지역사회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한 백미지원 및 떡국 대중공양은 화계사(주지 수암)의 지원을 받았다. 복지관은 행사를 통해 대상자 200명에게 백미 2,000kg을 지원하고 보호자 등과 명절음식을 나눴다.

조석영 관장은 “장애인과 주민들이 명절날 박탈감 대신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며 “이동이 불편한 장애가정에는 직접 배달하며 설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복지관은 새해에도 주변 이웃들의 소중함을 알고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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