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권력 약화 필요’ 취지 발언도

1월 31일 태고종 총무원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편백운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이 암암리에 질문을 정해놓고 기자회견을 여는 촌극을 빚었다. 편백운 스님은 13개의 질문을 미리 뽑아놓고, 일부 기자들을 골라 질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편백운 스님은 131일 서울 사간동 태고종 총무원사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5일 종도에게 발표한 것과 같은 연두교서의 취지 등을 재차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편백운 스님은 올해 종무행정 추진 계획으로 종단권력구조 개편 및 제도개혁 지방종무원장 직선제 선출 사회복지활동 강화를, 종단대외 계획으로 종단 위상제고 대사회활동 및 이웃종교 연대 국제불교교류 등을 제시했다.

특히 편백운 스님은 현재 자신과 마찰을 빚는 중앙종회를 겨냥한 듯 집행부에 대한 종회의 과도한 견제와 감시가 적당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태고종에 맞는 옷(종법)을 입어야 활동력이 편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권력구조가 총무원장 중심이긴 하지만 현행 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은 종회에 불려나가 일일이 승인받아야 하는 구조라며 부장을 선임하는 데도 종회 인준이 필요하고, 종회는 적격여부를 따진다. 조계종도 그 정도는 안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편백운 스님의 발언은 자칫 중앙종회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총무원장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고종은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13개의 질문을 정해놓고, 일부 기자들에게 질문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기자회견에서는 암암리에 연두백서 기자회견 질문지가 활용됐으며,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기자들이 사전 질문지의 질문을 순서대로 편백운 스님에게 했다. 불교계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해당 질문지가 배포되지 않았다.

한편 태고종 총무원사 밖에서는 편백운 스님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특히 총무원 관계자들은 편백운 스님의 반대세력으로 꼽히는 행정부원장 성오 스님을 기자회견장 밖으로 내쫓았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세력과의 마찰이 발생해 경찰이 중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편백운 스님 기자회견에 활용된 사전 질문지. 사회자 안내에 따라 질문 기회를 얻은 기자들은 질문지에 적힌 질문을 순서대로 했다.
기자회견장 밖에서는 편백운 스님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으며, 총무원 측과 마찰을 빚어 경찰이 중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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