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 전시품 교체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 주제로 회화 등 전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1월 22일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의 전시품을 교체했다.

우리나라 불교회화의 흐름과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고려와 조선시대의 불화를 전시하고 있는 불교회화실의 이번 전시는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을 주제로 불교회화와 경전, 조각 등을 선보인다.

‘관세음보살을 새긴 거울’, 고려, 동제

 

보살은 불교에서만 사용된 독자적인 개념으로,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등에서도 보살이라는 용어가 보이지만 보살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그 내용이 풍성해진 것은 대승불교에 이르러서다. 대승불교에서 보살의 의미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고(自利), 일체 중생을 구제하려고 노력하는 자(利他)’이다. 관음, 지장, 문수, 보현 등 여러 보살 대부분은 이미 성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지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열반에 들고 미래불인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세상에 머물며 중생구제에 헌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음보살은 보타락산에 머물면서 고난에 빠지거나 소망이 있는 중생이 그 명호를 부르면 하나도 빠짐없이 그 소리를 들어 고난에서 중생을 구제하고 소원을 성취하게 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대중의 신앙이었던 보살로, 대중은 비단이나 종이뿐만 아니라 거울에도 관음보살의 모습을 새겼다. 이번 전시에서 영상과 함께 전시되는 ‘관음보살을 새긴 거울(고려 동제)’은 작지만 관음신앙의 핵심을 보여준다. 이 거울에는 쏟아지는 비를 만나거나, 험상궂은 도적을 만나는 장면과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관음보살이 담겨져 있다. 마음으로 관음보살의 존귀한 형상을 그리고, 눈앞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면 마침내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에 관음보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을 통해 거울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관음보살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관음보살과 관련된 보물 2점도 함께 전시된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보물 제1204호)’은 18세기 대표 화승 중 하나인 의겸이 그린 불화로 고난에서 안락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관음보살과 보살이 사는 정토를 그리고 있다.  푸른 쪽빛에 찬란한 금빛으로 관음보살과 재난 구제 장면이 그려진 ‘법화경 변상도(보물 제269-4호)’는 조선 초기 사경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관음보살이 중생을 현실의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보살이라면,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로 서원한 보살이다. 1673년 그려진 ‘지장보살과 시왕’은 드물게 남아있는 17세기 불화로, 보존처리를 거쳐 선보인다. 승려 모습을 한 지장보살, 그를 따르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지옥을 다스리는 열 명의 왕과 동자를 그리고 있다. 지장보살이 지옥에서의 중생구원을 서원하게 된 연유가 담긴 ‘지장신앙의 근본이 되는 경전’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는 지옥과 관련된 회화와 목조공예품도 함께 전시된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죽은 뒤 3일째 되는 날부터 진광대왕을 시작으로 마지막 왕인 오도전륜대왕까지 생전에 지은 죄업에 따라 10번의 재판을 받게 된다. 죽은 자를 심판하는 왕과 각 왕이 다스리는 지옥이 그려진 ‘시왕도’를 소개한다. ‘시왕도’에서 중생을 위해 지옥문 밖에 다다른 지장보살을 만날 수 있다. 죽은 자를 지옥으로 인도하는 ‘사자’, 다섯 번째 왕인 염라대왕의 심판에서 만나게 되는 ‘죄를 비추는 거울’ 같은 불교공예품은 지옥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이밖에도 섬세한 금빛용으로 장식된 법의를 입고 여덟 보살에게 둘러싸인 ‘극락정토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관음보살에게 기원하여 받는 점괘 내용을 정리한 ‘관음보살에게 점괘를 받는 점술서’를 비롯해 두 보살과 관련된 22점이 전시된다. 현세와 내세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던 당시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정기적인 전시품 교체를 통해 소장품을 새로운 관점으로 소개하고 있는 불교회화실의 ‘주제가 있는 전시’는 불교회화와 새롭게 만나는 장으로, 이번 전시는 중생이 보살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02)2077-9000.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 조선 1730, 보물 1204호
‘지장보살과 시왕’, 조선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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