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에 인간만 남는 거 아니에요?”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전광판을 보고 이런 저런 환경 문제를 이야기 하다가 아들이 내게 물었다. “그러게. 그런데 인간만 살아남는 건 불가능해. 인간은 다른 모든 생명체가 있어서 그 덕분에 살 수 있거든. 공생하고 있어서 다른 생명체가 사라지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될 거야.” 

평소 생명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다 어릴 적부터 엄마로부터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불교적 생명관을 자주 들어왔던지라 아들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초등학생인 아들조차 지구가 걱정이다. 2019년의 우리 아들처럼, 1992년에도 12살의 한 소녀가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서번 컬리스-스즈끼. 서번은 제1차 세계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연설 내용은 이렇다. 

“저는 어른들의 행동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걸 직접 말하기 위해 가진 돈을 모아 8000km를 날아왔어요. 저는 어린이일 뿐이고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한 가지만은 깨닫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요. 여러분은 오존층에 난 구멍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모릅니다. 오염된 하천으로 연어들을 돌아오게끔 하는 방법도 모릅니다. 멸종한 동물을 다시 살아나게 하는 법도 모릅니다. 이미 사막으로 변해 버린 곳을 예전의 숲으로 되돌려 놓지도 못합니다. 이 모든 것을 복구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파괴를 중단하세요!” 

어쩌다 숲은 사막이 되고, 동물들은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나는 분명히 알지를 못한다. 게다가 나는 동물을 죽인 적도 없고 나무를 벤 적도 없으니, 그 누군가 지구를 파괴하는 주범은 따로 있고 나는 오히려 지구의 위기를 걱정하는 쪽이라고 위안하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린 서번이 외친 “파괴를 중단해 주세요”라는 한마디는 나를 향한 것이었다. 

서번은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연설 이후 지금까지 지구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했다. 책을 내고 환경 관련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수많은 학술회의에서 발표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지구를 위해 움직여 온 그녀가 그 모든 활동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개인의 행동 양식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부터 행동 양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를 위기에 처하도록 행동해 온 당사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괴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내가 먹고, 입고, 사는 동안 일어나는 파괴의 행동을 인지하고 그것을 멈추어야 한다.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일회용 종이컵이 난무하는 시대에 휴대용 개인 컵을 들고 다니는 좀은 별나고 번거로운 행동양식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은 비록 그것이 별나게 보여도 언젠가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지극히 보편적이고 평범한 행동양식으로 자리 잡아야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지구를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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