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폐경, 정신적 치료도 함께
40세 이전 무월경 6개월 이상
한약·침치료로 배란·월경 회복
자극 음식 삼가, 규칙적인 운동해야

지난해 이른 봄, 유럽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분이 입국하여 육아피로와 산후풍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3년간 월경이 끊어져 난소기능의 문제로 부친과 함께 내원한 적이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의 갑작스런 사망 충격과 누적된 과로 등이 ‘조기난소부전’을 일으켰던 것이다.

조기난소부전은 40세 이전의 여성에서 월경이 6개월 이상 없고, 기능을 멈춘 난소가 난자와 여성호르몬을 제대로 만들도록 채근하기 위해 뇌하수체의 성선자극호르몬은 지나치게 많이 나오면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량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그 환자는 1년 가까이 한약치료와 침치료를 통해 배란과 월경을 회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환자는 한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게 된다. 갑자기 청혼을 받은 그 환자는 다음날 병원을 찾았고, 자신이 결혼하면 임신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나는 “지켜보자”고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얼마 후 그 환자는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병원에 왔었다. 그 환자가 출국하고 나서는 친정 부친이 해외로 보내기 위한 처방을 두 번 정도 받아갔는데, 그 때 부친으로부터 건강도 좋아지고 아이도 잘 키우고 있다는 그녀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육식섭취의 급증, 환경호르몬 노출, 다양한 스트레스 등 삶의 환경이 많이 달라지면서 내분비 기능이 혼란을 일으키고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빨리 끊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련 질병은 점점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만혼이나 비혼주의가 늘면서 역설적으로 40세 이후에도 생식내분비 기능을 유지하고 젊음을 지키려는 욕구는 더 강해지고 있다.

폐경은 여성이 생애 마지막 월경을 마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만 49.7세인데, 40~45세 사이에 폐경이 되면 ‘이른 폐경’이라 하고, 40세 이전에 폐경 상태가 되면 ‘조기난소부전’ 혹은 ‘조기폐경’이라 한다. 이렇게 진단 받은 사람 중의 일부는 월경이 재개되기도 하고, 이 가운데 소수는 앞서 언급한 환자처럼 월경과 임신 기능까지 회복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요즘은 조기난소부전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조기난소부전은 40세 이전에 6개월 이상 월경이 내조하지 않는 경우에 임상적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난소부전 환자의 대부분은 실제로 40세 이전에 폐경이 된다. 그러나 완전히 폐경된 것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40세 이전의 무월경에 안면홍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난소에서 난포를 키우고 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들이 증가된 소견이 있을 때 일차적으로 임상적인 진단을 내린다. 그리고 난소 조직에 대한 검사를 통해 난자의 재료와 생산지가 되는 난모세포나 난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조기에 폐경이 된 것으로 확진할 수 있다.

한의학의 입장에서 조기난소부전은 선천적인 생기기능의 허약과 후천적인 체력저하, 영양불균형 및 스트레스 등에 의한 질환으로 인식된다. 국내연구 보고에 따르면, 조기난소부전 환자 125명 중 원인불명 69명(54.8%), 수술과 항암치료에 의한 경우 37명(29.4%), 자가면역질환 12명(9.5%), 염색체 이상 7명(5.5%) 등의 원인 분포를 보였다.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경우는 약 100명당 1명꼴로 보고 있고, 30대 전에 폐경이 되는 경우는 1,000명당 1명꼴로 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100명 중 1명은 조기 폐경에 이르는 것인데, 요즘 자가면역질환과 암 발생의 증가, 다이어트의 남발, 과로와 스트레스가 일상인 현실로 인해 조기난소부전이건 확정된 조기폐경이건 모두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난소기능소실은 대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며, 결국 폐경에 이르게 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난소기능의 소실이 자연적으로, 또는 화학요법 및 수술에 의해 예상보다도 급속히 초래된다.

조기난소부전 혹은 조기 폐경은 정상적인 폐경보다 안면홍조와 근골격계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고 임신 능력을 상실하는 등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심리적 불안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호르몬 농도가 감소되어 생식기관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골다공증이 초래되며, 심혈관계 질환의 빈도도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진료의 기본적인 목표는 난소기능의 회복과 여성호르몬 결핍을 관리하면서 자존감 저하 및 상실감 등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한의치법은 우선 생식기능의 강화를 통한 난소기능 회복(보신조경補腎調經)을 중심으로 환자의 특성에 맞는 한약과 침치료를 시행한다. 이러한 치료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이어지는 호르몬 분비체계를 정상화시키며, 다양한 증상을 개선시킨다. 만약 한의치료에 의한 배란과 월경 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호르몬대체요법을 포함한 종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폐경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자연폐경 연령까지 여성호르몬의 투여를 권고한다.

조기 폐경이 되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예기치 못한 폐경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정신적 치료 역시 중요하다. 아울러 자극이 강한 음식, 카페인 음료, 술, 담배를 멀리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일반건강관리를 강화하도록 한다. 특히 근육량의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배합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골밀도 유지를 위해 제자리 뛰기 등과 같은 뼈에 자극을 주는 운동을 생활화하도록 권고한다.

질 건조증이 심해 성생활이 곤란하면 에스트로겐 연고나 좌약을 사용한다. 골다공증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필요하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받도록 한다. 마흔이 되기 전에 생리가 끊어졌다면 한의사의 치료와 양의사의 치료를 함께 받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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