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6대 집행부가 출범 이후 첫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기해년 한 해의 종무계획을 발표했다. 36대 집행부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종단안팎의 갈등이 수습되는 현재 시점에서 내부적으로 혁신동력의 기틀 마련을, 대외적으로 사회평화 정착 기여를 주요 기조로 삼았다. 구체적인 실천과제도 7대 종책을 세워 순차적인 해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종책보다 눈길을 끈 것으로는 기자회견 시간을 꼽을 수 있다. 제36대 집행부의 기자회견은 과거 어느 집행부보다도 짧은 시간에 끝났다. 기자들의 질문이 많지 않았던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이유는 현재 조계종단 안팎의 분위기가 갈등에서 화합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간 조계종의 신년기자회견을 돌아보면, 항상 갈등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항상 질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이로 인해 종단의 종책보다 질의응답이 더 큰 화제로 조명되곤 했다. 이제야 종책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조계종은 갈등 봉합의 분위기에 맞춰 올해 ‘화합과 혁신위원회’를 통한 종도 목소리 청취에 나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듯이 중앙종무기관이 파악하기 힘든 풀뿌리 불교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수년간 갈등과 반목, 의혹과 논란으로 떨어진 장자종단의 위상이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화합의 첫 걸음으로 다시금 올라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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