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첫 신년기자회견… 백년대계본부 재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1월 16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종단 주요종책을 발표하고 있다.

조계종 제36대 집행부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새해, 종단 혁신동력 기틀을 마련하는 데 매진한다. 백년대계본부를 재편해 본격적인 싱크 탱크(Think tank)’를 가동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남북불교교류와 소외계층 지원으로 사회 평화 정착을 주도한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1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종무기조와 종책과제 등을 발표했다. 먼저 종책기조는 지난해 9월 말 출범하면서 내세운 화합과 혁신으로 미래불교를 열겠습니다를 유지했다. 하지만 7대 종책과제로 소통과 화합 혁신 승려복지 교구중심 문화창달 교육과 포교 사회 등 전방위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사안별 종도 의견 취합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사안은 종단 혁신을 위한 밑작업인 백년대계본부 재편이다. 원행 스님은 백년대계본부가 단순히 종무활동을 펼치는 조직이 아닌 확실한 자문기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위원회를 꾸렸다. 신설되는 위원회는 화합과 혁신위원회’ ‘문화창달위원회’ ‘백만결집원력위원회.

화합혁신위는 승납·출재가에 관계없이 모든 종도의 목소리를 취합하기 위해 마련됐다. 종단 지도자급 스님과 재가자들로 구성해 온·오프라인 창구를 활용, 각종 사안에 대한 종도들의 의견을 정리한다. 이를 간담회와 공청회, 세미나 등을 거쳐 종단운영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위원회 목적이다. 문화창달위는 불교전통문화 개척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백만원력위는 신행혁신과 보시문화 정착을 추진한다.

원행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25년 전 우리 종단은 종단개혁불사를 통해 운영체제를 전면적으로 혁신했다. 중앙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켰고, 종무행정을 체계화시켜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면서 그러나 최근 종단서 일어난 갈등 상황은 1994년 체제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크게 한 걸음 내딛어야 함을 일깨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님은 36대 집행부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한 깃발을 들고자 한다. 백년대계본부를 미래불교 전략기지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천명했다.

원행 스님의 이 같은 발표는 기존 백년대계본부가 종단의 미래과제를 도출하는 데 미진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아젠다 설정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조계종은 세 위원회의 출범을 3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새로 구성되는 위원회 인사들이 기존 백년대계본부서 활동해온 인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경우 종도들의 기대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년기자회견에는 교육원장과 포교원장, 각급 부실장 등이 배석했다.

평양봉축점등식 추진
조계종이 백년대계본부 재편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면 대외적으로는 남북교류 확대를 중심으로 한 평화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평양시내 봉축점등식 추진이다. 이는 이전 집행부에서 볼 수 없던 사업계획으로, 성사 시 불교계 남북교류의 전환점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조계종은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가 추진될 수 있도록 지도법사 파견과 시설건립 문제 해결에 나서는 한편, 남과 북이 함께하는 연등축제 및 봉축법요식 봉행에도 힘을 쏟는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사찰 주위에 나무를 심어 산림을 회복하는 사업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승려복지제도 혁신 모색
또한 조계종은 출가수행자들의 안정적인 수행을 돕는 승려복지제도 확대에 나선다. 원행 스님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전액 지원을 최우선 종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 지원하던 국민연금보험료 18000원을 36000원으로 2배 늘렸다. 이는 스님들에 대한 국민연금보험료 전액에 해당한다. 또한 승려복지 기초조사 및 전산화, 승보공양 복지사 제도 도입, 정밀건강검진비 및 예방접종비 지원, 중증요양시설 건립도 세부과제로 제시됐다.

원행 스님은 종단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는 스님들의 의식주 문제 등 삶의 기본조건을 안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행과 전법의 길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라며 스님들의 복지문제를 하루아침에 해소하긴 어렵지만 조계종 승려로서 자부심을 갖고 정진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다음은 신년기자회견 기자 11

1. 지난해 종단 내부갈등이 심했다. 선거제도 개혁 등의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화합을 위해 어떤 대책을 추진할 계획인지.

혁신은 낡은 제도나 관습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뜻한다. 그간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일들의 모순을 하나씩 고쳐가겠다. 예를 들어 종단 징계양형제도가 그렇다. 호법부 재심과 관련해 특별재심위원회 구성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선거제도는 율법정신에 맞춰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민주적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사부대중의 공론을 통해 변화를 이뤄내겠다.

2. 백년대계본부 산하 위원회 출범시기와 역할이 무엇인가.

현재 종법령 개정을 준비 중이며 늦어도 3월까지는 출범이 되도록 하겠다. 화합과혁신위는 종단 지도자급 스님들과 재가자들로 구성해 온오프라인에서 종도들의 의견을 취합한다. 이를 간담회와 공청회, 세미나 등을 거쳐 반영되도록 추진한다. 문화창달위는 새로운 요구에 맞는 문화영역을 개척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조직된다. 백만원력위는 원력을 세우고 실천하는 조직으로서 대승불교의 꽃을 피우기 위한 교육과 방안 등을 논의한다.

3. 문재인 정부의 특정종교 편향과 불교패싱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조계종의 대정부 정책 기조는.

여러 가지로 소통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여러 채널을 통해 함께 모든 것을 협의해나가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표지판 사찰명 삭제 관련해서는 전향적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4. 총무원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사부대중의 종단 참여를 강조했다. 비구와 비구니의 동등한 기회부여도 있었는데, 전국비구니회 종법기구화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출가2부중이 교육과 수행을 균등히 하며 역할을 분담하자는 게 평소 지론이다. 그래서 비구니스님들이 활발하게 종단 모든 분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종법기구화는 중앙종회와 상의, 비구니회 의견이 중요하다. 멀지 않은 시기에 결정되리라고 본다.

5. 조계종은 수년 전부터 봉은사 인근 현대차 신사옥 건립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정부가 조기 착공을 돕겠다고 발표한 이후 위원회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대한 종단 입장은.

총무부장 금곡 스님-현대차 신사옥 관련해서는 이전 집행부에서 꾸준히 서울시와 현대차 측과 협의해왔다. 조정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 현재 종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서울시, 현대차 측과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