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생 큰 위기 때 108배로 삶의 전환점 찾아
“절에 집중할 때 번뇌 사라지고 몸과 마음 편안해져”
108배 과정은 자신의 간절한 발원 묻고 또 묻는 과정
절 수행 통해 기적 일궈낸 많은 수행자 이야기 소개


완전운동 108배로 마음까지 다스린다 
10년 전 일반 공중파 방송서 절 수행을 기획해 한때 일반인들에게 절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제목은 〈0.2평의 기적〉이었다. 가장 겸손한 자세로 몸을 낮추면 방석을 깔고 앉은 0.2평서 기적이 다가온다는 내용이다. 뚝뚝 떨어지는 굵은 땀방울과 함께 마음속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게 된다는 게 주된 이야기다. 

불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절 운동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기적의 운동으로 각광 받는다. 척추와 무릎을 바로 잡는 효과는 물론 절 운동을 통해 혈당 수치 및 고혈압 등을 잠재움으로써 성인병을 멈추게도 한다. 절을 통해 효과를 본 사람들은 몸은 물론 마음 건강까지 얻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절 운동이 겉으로 보이는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의 건강까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뇌 자극으로 집중력을 높이게 되는 것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절 예찬론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108배 효과
그렇다면 108번 몸을 굽히고 108번 일으켜 세우는 이 단순한 동작에 어떤 변화의 비밀이 숨어 있을까? 

내 인생을 바꾼 108배/박원자 지음/나무를 심는 사람들 펴냄/1만 5천원

이번에 새로 펴낸 〈내 인생을 바꾼 108배〉의 저자 박원자 작가는 스물 셋, 내장사 겨울 수련회서 처음 절을 해봤다. 차디찬 법당인데도 앞에서 절하는 선배 스웨터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걸 보며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절을 하지” 하고 의문을 품은 것이 저자가 체험한 절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그 뒤 간헐적으로 108배를 했지만, 진정한 108배의 시작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막막하고 힘들던 마흔 즈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면 늘 남의 집에 들어와 사는 머슴처럼 불행하게 산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고통서 벗어날 방법을 찾던 중에 108배와 다시 조우한 것이다. 

당장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휩싸여 남편을 향한 원망이 커갈 때였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이 얼마나 자신을 괴롭게 하는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오직 고통 탈출을 위해 하루 108배 백일기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육체가 힘들어 지기는커녕, 절을 하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따라서 깃털처럼 가벼워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마음이 본래 자리로 돌아가자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주며 살았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시절의 108배를 돌아보건대 “내 인생서 가장 크고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역동적인 삶을 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절에만 집중할 때 번뇌가 사라져 몸과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 것을 경험한 저자는 그 후 20여 년 가까이 108배를 통해 마음 수행과 건강을 돌보고 있으며, 절 수행에 관한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108배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절 수행 포교가 된 셈이다. 108배는 인생과 닮아 있어 고비를 넘기는 일이 중요한데, 살면서 큰 고비를 넘겨 본 사람은 웬만한 어려움은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은 성철 큰스님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왜 무조건 절을 시켰는지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흔 즈음 인생의 큰 위기를 맞았을 때 108배를 통해 삶의 전환점을 찾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여러 절 수행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108배의 기적 같은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성철 스님은 왜 절을 시키셨을까?
성철 스님은 화두 받으러 온 스님들에게 반드시 최소 3만 배를 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도 3천 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주질 않았다. 그래서 ‘자기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3천 배를 해야 만나준다는 말인가’라는 세간의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대체 성철 큰스님은 왜 절을 시키셨을까?

3천 배를 하고 나면 심중에 무엇인가 변화가 오는데 그것은 오로지 직접 경험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고 큰스님은 말했다. 저자는 이를 절을 하는 동안 자신의 삶과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정화의 시간을 갖게 되면서 자신이 고통 받는 것은 남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 및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결과 때문이란 것을 생생히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렇게 불교 인연법을 절 수행을 통해 깨달으며, 자신에게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는 무한한 힘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진정으로 참회 하게 되면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고 저절로 남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된다고 저자는 책 속에서 경험을 피력한다. “자신이 지은 죄만 참회한다면 수행자라 할 수 있는가? 남이 지은 죄도 참회하는 사람이 진정한 수행자다”라고 말씀하시며, 평생 쉼 없이 일체중생을 위해 참회의 절을 하는 것으로 솔선수범했기에 성철 스님은 이 시대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것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성철 스님과 관련된 108배 이야기는 수행의 힘이 얼마나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후학들을 이끌며 비구니 승가의 출가 정신을 확립시키는 데 앞장선 인홍 스님이 췌장염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성철 스님의 처방을 받들어 21일 동안 1분 1초도 멈추지 않고 기도와 108배 수행한 석남사 비구니 스님들, 큰스님께 화두를 받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3만 배를 했던 여러 수행자들, “부처님 멱살이라도 한 번 잡아 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3천 배를 권유한 성철 스님 덕에 목숨을 살린 현각 스님 등 절 수행을 통해 기적 같은 변화를 이뤄 낸 많은 수행자들의 이야기들이 책 속에서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불가능 없다. 변화 절박함 없는 그대들 있을 뿐!”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108배를 통해 삶을 변화시킨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중학교 때 조기 유학을 떠나 홍콩서 국제변호사가 된 한 젊은 여성은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데 108배만큼 좋은 의지처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회의가 들거나 앞날이 두려울 때 108배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108배 하는 시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묻고 또 묻는 과정이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스스로 확신을 얻고 다시 일어나 도전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강한 성격을 108배를 통해 원만하게 고쳤다는 40대 남성과 부모를 잃고 가정의 우환까지 겹쳐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한 달에 한 번 3천 배를 하면서 극심한 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 등 108배로 행복을 찾은 이야기들은 108배 수행으로 독자들을 이끌기에 충분한 체험기들이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108배 같은 단순 동작으로 인생을 변화시켰을까? 저자는 해인사 금강굴서 정진 중인 불필 스님에게서 그 해답을 찾는다. 성철 스님 법제자로서 불필 스님 또한 찾아오는 이들에게 108배를 권한다. 하지만, 절을 하면 어떤 변화가 오고 무엇이 좋은지 설명도 없이 그저 ‘해 보시지요’ 한 마디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선생님이 내 주는 숙제를 기꺼이 받아 들이는 초등학생처럼 “예,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하고 선뜩 나선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스님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좀 더 나은 나로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불필 스님은 “일단 해 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솟아나는데 안 할 수 없지요. 그런 경험을 하다 보면 스스로 횟수를 늘리게 되지요”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수행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35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천 배를 하며 뇌성마비를 이겨낸 중견 화가 한경혜 씨와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진정한 장애는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3백 일 동안 하루 1만 배 수행 하며 올라선 경지로 한결같이 수많은 사람들의 정진을 돕는 선림사 보우 법사의 이야기는 청정한 한 마음이 한 국토를 변화시킨다는 〈열반경〉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수행과 건강 챙기는 최적의 홈트 108배
저자가 밝히는 108배 수행의 최대 장점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그 자리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 방석 하나만 있으면 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최적의 홈트레이닝인 것이다. 

초보자들의 경우 108배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내외인데, 같은 시간 대비 빠른 걷기와 수영, 테니스를 하는 정도의 열량 소모가 된다고 한다.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에, 돈 한 푼 안 들이고 방석 하나 펼 자리면 어디서든 할 수 있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효과적인 운동법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108배는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이 결합된 복합 운동이어서 목과 골반, 허리서 다리까지 모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 발달에도 좋다. 또한 절 하는 동안 뜨거운 기운은 내려오고 찬 기운은 올라가서, 머리는 차고 배는 따뜻해지는 ‘수승화강’이 되어 혈액과 기운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몸의 균형도 유지된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대부분 근육이 뭉쳐 있어서 뒷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무거운데 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전 호흡이 되면서 뭉친 근육도 풀릴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책 속에 언제 절을 하면 좋은지, 올바른 절하기 동작, 호흡법 등 108배를 처음 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정리해 놓았다. 기해년 새해 아침을 절 수행으로 맞이해 보는 것이 어떨까? 방석만 준비하면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계획 세우지 않아도 당장 시작할 수 있고, 더군다나 다이어트는 물론 마음도 가벼워 진다면 그것만큼 의미있고 멋지게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 또 있을까? 
 

▲ 저자 박원자 작가는?

숙명여자대서 중국문학을 전공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불교를 만나 수행으로 삶을 다져 갈 수 있던 것과 수행자들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던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운으로 여기는 불교 전문 작가다. 동국대 역경위원을 역임했고, 그동안 쓴 책으로는 수행자들에게 삶의 길을 물은 〈인생을 낭비한 죄〉, 비구니 역사의 산증인인 인홍 스님의 인생을 기록한 〈길 찾아 길 떠나다〉, 스님들의 행자 시절을 엮은 〈나의 행자시절〉, 〈이 땅의 유마 대원 장경호 거사〉 등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前 종정 법전 스님의 수행기와 혜암 스님의 유고 법문집 등을 정리, 진행했다. 수행자들의 초심을 취재한 〈간절하게 첫 마음으로〉(가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