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보시, 붙잡지 않는 ‘마음’서 나온다”
“진정한 보시, 붙잡지 않는 ‘마음’서 나온다”
  • 글=김지원 기자, 사진=노덕현 기자
  • 승인 2019.01.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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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첸코리아, 텐진 빠모 스님 초청 명상법회 현장
제쑨마 텐진 빠모 스님은 1월 5일부터 양일간 ‘마음과 친구하기’란 주제로 명상법회를 진행했다. 법회는 ‘아띠샤 존자의 마음을 다스리는 요결(Atia’s Lojong Root Verses on Training the Mind)’을 기반으로 구절마다 스님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Just Let go!(그냥 놓아버리세요) 진정한 보시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가버리게 두는 것입니다. 붙잡는 마음은 집착에서 나옵니다. 마치 벨크로 테이프처럼 우리 마음에도 여러 개의 작은 갈고리들이 나 있기 때문이에요.”

잔잔하고 온화한 미소로 텐진 빠모(Tenzin Palmo) 스님이 법을 펼쳤다. 스님이 생동감 넘치는 비유와 일화로 마음의 작동원리와 변화에 대해 설명하자 참가대중은 하나 둘 필기를 멈추고 스님과 눈을 맞췄다.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한 법문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다가왔다.

수행 근본은 내면의 태도

행동·말보다 다스림부터
무집착서 나오는 진짜 보시

쉽고 재미있는 비유·일화로
불교 핵심 마음훈련법 전수
사부대중 250여 명 운집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수행자인 제쑨마 텐진 빠모 스님은 15일부터 양일간 마음과 친구하기란 주제로 명상법회를 진행했다. 티베트불교의 수행법을 한국에 전하는 세첸코리아(대표 용수)는 이 기간 행사를 주관했다. 스님, 재가자는 물론이고 국적을 막론한 참가대중 250여 명이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모두 텐진 빠모 스님의 명상법을 들으러 온 이들이었다. 사전 신청자 수가 마감됐지만 현장접수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텐진 빠모 스님은 서양 여성 최초로 티베트 불교에서 계를 받았다. 또한, 12년간 히말라야 산 속 동굴에서 홀로 수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법회는 아띠샤 존자의 마음을 다스리는 요결(Atia’s Lojong Root Verses on Training the Mind)’을 기반으로 구절마다 텐진 빠모 스님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도 아띠샤(Atia) 존자는 불교를 티베트에 전래한 인도 고승이자, 티베트 불교의 후전기를 여는 사상적인 지도자다. 아띠샤 존자는 티베트 불교의 수행법인 로종 즉, 마음 훈련을 창시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요결'은 정신·마음·의식을 변화시키고 탈바꿈하는 다스림 훈련법의 요체를 담은 명상수행 법문으로, “최고의 지혜는 무아(無我)의 의미를 아는 것이고 최고의 수행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을 골자로 한다.

먼저 스님은 물질적인 세속의 가치관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스님이 제시한 세속의 가치관은 더 가질수록 행복하고, 나와 내 가족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띠샤 존자는 최고의 품행은 세속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에 대해 세속과 조화를 이루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요. 성공하지도, 출세하지도 말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재산을 축적하고, 명예를 얻는 일 등 사회가 바라는 방향만이 다가 아님을 인지하자는 겁니다.”

스님은 금생을 호텔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세속의 가치관 대신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지족, 내려놓음으로 발원의 방향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원하는 방향을 세속과 반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으면 이 모든 것들을 가져갈 수 없어요. 모두 벗고 갑니다. 업을 가지고 갈 뿐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몸을 호텔로 여기십시오. 호텔에서 영원히 지내지 않죠? 체크아웃을 해야만 하잖아요. 언젠가는 두고 갈 것들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어 스님은 마음의 구체적인 성품과 작동을 인지하고, 마음을 길들이는 방법을 설했다. 스님에 따르면, 불교에서는 번뇌를 억압하라고 하지 않는다. 번뇌는 습관적으로 작동하는 마음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지속적으로 번뇌를 다스리는 훈련을 함으로써 마음을 변화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마음은 쾌락에는 집착하고, 아픔은 거부하는 원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초월하려면 번뇌의 공한 본질을 알아보고 (ego)’가 사라지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쇼핑몰에 온갖 물건들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그 중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 마음이 여러분에게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바로 이런 마음입니다.”

특히 스님은 육바라밀 가운데 보시바라밀의 실천을 대중에게 당부했다. 보시를 함에 있어서도 집착 없이 베푸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강조했다. 스님은 대부분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 보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해라고 말했다. 보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착 즉 붙잡으려는 마음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보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띠샤 존자의 요결에서 무집착이 가장 높은 보시라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텐진 빠모 스님은 힌두 수아미와 제자의 일화를 들려주면서, 마음을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에 비유했다.

독신으로 간소한 삶을 사는 한 수아미에게 제자들이 값진 공양물을 올렸습니다. 이 스승은 진정 즐거워하고 행복해했습니다. 그 물건에 관심을 가지고 신기해했죠. 이후 그것들 모두 잘 쓸 수 있을만한 이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문제가 바깥 물건(thing)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집착하는 마음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수아미는 물건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 분의 마음은 물건을 붙잡지 않았어요. 많이 가져도, 적게 가져도 집착하는 마음은 있을 수 있어요. 보시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무집착에 집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좋은 프라이팬에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붙잡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겁니다.”
 

스님, 재가자는 물론이고 국적을 막론한 참가대중 250여 명이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스님의 법문은 종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청중의 마음을 울렸다. 티베트 불교의 마음수행법을 처음 접한 이들은 '공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무일 스님(용인 서봉사)집착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끝없는 윤회 속에서 돌아가는 존재란 사실을 다시 새기면서 들었다. 조계종에 들어온 뒤 간화선을 공부하지만, 도반 스님의 권유로 이번 기회에 티베트 불교를 처음 접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서 왔다는 나탈리아(43) 씨는 심리학 계통에서 일을 하고 있고 평소에 종교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편이다. 불자인 친구와 함께 텐진 빠모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됐다단순한 호기심으로 듣다가 과학과 불법이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아 놀라웠다. 세속적인 가치관을 길들이는 방법은 상담심리 분야서 행하는 마인드 트레이닝과 방향성이 일치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첸코리아가 주관한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는 이장원(33) 씨는 전에 텐진 빠모 스님이 봉은사서 법문을 하시는 영상을 접하고 실제로 뵙고 싶었다. 그때보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중을 향한 음성과 눈빛에 맑은 기운과 사랑이 느껴졌다특히 진정한 보시에 대한 수아미 일화가 마음에 와닿았다. 한 해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시기에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베푸는 것에 집착하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참가자는 화가 났을 때 내 감정을 조절하기 무척 어려웠는데 스님의 법문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다분심이 일어날 때 내 감정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텐진 빠모 스님은 도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반은 좋은 친구이자, 영적인 길을 가는 데 힘이 돼주고, 격려 받는 이들을 의미합니다.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지 않아도, 불자가 아니어도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이가 바로 도반입니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만난 이들도, 함께 법문을 들으러 온 이들도 모두 서로의 도반이었다.
 

스님의 법문은 종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청중의 마음을 울렸다. 러시아, 캐나다 등 타국에서 온 참가대중이 휴식시간 텐진 빠모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텐진 빠모 스님이 생동감 넘치는 비유와 일화로 마음의 작동원리와 변화에 대해 설명하자 참가대중은 하나 둘 필기를 멈추고 스님과 눈을 맞췄다.
티베트 불교의 마음수행법을 처음 접한 이들은 '공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사진은 참가 스님들이 텐진 빠모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필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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