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고의 코치, 붓다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쉰내 나는 50대 중반에 들어서자 이 질문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명함은 이제 내려놓아야 할 처지고 나이 숫자를 꺼내봐야 뭔 소용일까. 누구의 엄마 자리는 소중하지만 그도 소임을 끝내간다.

젊었을 때는 능력 있고 멋진 사람이고 싶었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돋보이는 사람이 되려고 안달하며 살아 왔다. 이제는 남들의 평가에 상관없이 존재감을 깊이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불교서 영향 받은 코칭
인본주의 서양철학과 접합
불교철학 영역 개척 기대

이 때 코칭을 만났다. 앞으로 누구로 살고 싶은지 코칭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미처 피어나지 못한 나를 끄집어내고 보니, 남들의 삶에 관심이 많고 관여하고 싶은 오지랖 넒은 사람이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신바람이 나는 유형이었다.

함께 걸으며 질문하는 사람이 ‘코치’

처음 코칭을 할 때는 딸 세대 여성들이 존경하고 인정하는 선배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들에게 필요한 건 훌륭한 경험과 지혜에서 나오는 인생의 정답이 아니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일이었다. 길을 함께 걸어가며 얘기를 들어주고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파트너면 충분했다.

코치는 옳은 길을 제시하고 정답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정답을 찾아가도록 격려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사유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함께 길을 걸으며 변화와 성장을 돕는 동반자다. 인간을 교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미 온전한 존재여서 해답은 자신에게 있다고 믿고 지지하는 것이 코칭 철학의 핵심이다.

이런! 이거야말로 붓다의 말씀이 아닌가. 불교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불성이 있으며 끊임없는 수행으로 각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붓다께서도 퍽이나 존재의 삶에 관여하고 싶어 하는 분이셨다. 경전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 붓다가 세상을 떠난 직후 한 스님이 “잔소리장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좀 편하게 살겠다”고 하는 말을 가섭 존자가 들은 덕분이라지 않은가. 이러다가는 붓다라는 존재가 잊히고 말겠다고 걱정한 가섭존자가 붓다의 말씀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글귀를 보고 나는 빙그레 웃었다.(이미령, 〈붓다 한 말씀〉)

불교의 질문식 사유는 코칭의 첫 번째 조건

붓다는 우리 모두를 진리의 길로 이끌고 싶어 한, 오지랖 넒은 각자였으며 코치였다. 붓다께선 최초의 설법을 하기 전에 망설였다고 한다. 당신이 깨달은 법은 너무 깊어서 얘기해도 알아들을 사람이 없으리란 생각에서였다. 가르침을 펴기로 하였을 때 붓다는 스스로 진리를 구하여 수행하던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교설의 태도를 피하고 상대가 스스로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경전에 담긴 븟다의 말씀은 결론식 대답이 아니라 질문식 대답이다. 대답을 하면서도 계속 질문을 해서 대답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경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속에 담긴 질문식 사유를 배운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깨달음을 얻는다.

코칭도 불교와 같이 궁극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직업을 찾을 때, 어떤 직업이 월급이 많고 대접받는 좋은 직장인가? 라는 물음보다 자신에게 맞는 일은 무엇이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지혜로운 인생을 위한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코칭 철학은 불교사상과 많이 닮았다

깨달을 것도 얻을 것도 설할 것도 없다는 불가지 불가득 불가설(不可知 不可得 不可說)은, 깨달음이란 이미 우리 속에 있어서 새롭게 얻는 것이 아니며 숨겨진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는 붓다의 말씀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많다. 불교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는 모두를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이 역시 개인 각자가 선택한 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코칭 철학과 만나게 된다.

코칭이 여러 인접 학문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왔는지 코칭의 역사와 기원을 연구한 비키브룩 박사는, 코칭이 조화와 통합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철학에서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코칭이 현재를 살고 과거를 놓아주며 마음을 챙기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특히 선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코칭은 합리성과 인본주의 서양철학에서도 여러 이론을 융합시켰지만, 불자로서 처음 코칭을 접했을 때 불교사상을 연구하지 않고는 세울 수 없는 학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코칭은 행동을 다루기에 앞서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어 가느냐에 주목한다.

“좋은 코치가 되는 데 오랜 경험과 정교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헌신하는 자세가 되어 있냐이다. 헌신은 경험과 기술보다 신뢰하고 공감하는 존재의 깊이에서 온다.” (게리 콜린스 〈코칭 바이블〉)

‘존재’에 관심을 두고 인간을 긍휼히 여기는 자비야말로 불교의 출발점이다. 점점 많이 가지려는 탐욕이 지구의 종말까지 가져올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삶의 태도를 바꾸자는 깨우침이 커지면서 ‘소유’보다 ‘존재’에 관심을 두는 불교의 삶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코칭은 이 점에서 불교와 깊은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마음챙김 코칭은 특히 불교의 명상수행에서 곧장 빌려온 것이다. 마음을 바라보면서 무의식으로 행동하는 나를 자각하고 지금 여기에 몰입하자는 마음챙김은 판단하지 않고 대상을 그대로 관찰하는 알아차림에서 시작한다. 현재의 존재감을 느끼는 프레젠스(presence) 개념을 주요하게 여기는 코칭에서도 최근 마음챙김을 여러 갈래로 응용하고 있다, 주관과 편견의 세계를 내려놓고 객관화시키면서 주변의 모두를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비판단 수용은 코칭에서 늘 강조하는 핵심 가치다.

내일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며칠 전에 만 60세가 되었다. 말하자면 환갑이다. 이런!

지난달부터 예순 된 기념으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내가 환갑이 되거든, 그래서 못 가본 스페인을 가보려고.” “언제 60이 되었는지 못 믿겠어. 나를 위로하는 여행이나 가려고.”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새벽잠에서 깨어나자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예순이라는 나이를 감추려 하면서 환갑 여행을 광고하고 다닌 건 뭐지.

그날 오후에 대학 졸업반 학생들의 진로 코칭이 있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학생에게 코치로서 세 개의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직업에서 얻으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둘째는, 첫 번째 답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5년 뒤와 10년 뒤를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그 학생은 잠시 숨을 고르고 높은 하늘로 올라가는 마음의 비행을 했다. 졸업을 했으니 취업을 한다는 수순에서 벗어나 먼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10년 후를 상상해나가기 시작했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때 자신의 표정과 말투는 어떠한지….

“코치님 미래의 상상여행은 처음이에요. 10년 뒤를 생각하니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떠오르네요.”

그 학생과의 코칭 대화는 나에게도 아침의 의문에 답을 하게 했다.

맞아. 나는 60 고개를 넘는다고 소문내면서 인생에서 한 발 물러나려 한 거야. 나태하고 둔한 머리와 몸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고 주변에 외쳐대면서 자신에게도 허락을 구하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5년 뒤에, 10년 뒤에는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지?

지금 이대로 늙어 편안하고 무사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생이 다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원하는 건가. 일흔이 되어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엿보면서 나도 저만할 때는 열심히 살았다고 변명하며 무탈한 날들에 감사하면서?

눈을 감고 미래를 그려본, 내 마음의 비행은 그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매일 조금씩 깨우치고 성장하면서 가족과 이웃을 계속 사랑하고 그들에게 헌신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우기를 원하고 있었다. 예순 살의 생일은 살아온 날들에 단지 감사하며 안락을 구하는 축배의 이벤트가 아니라 깨우침의 새로운 날로 채워갈 다짐의 자리여야 한다.

그 다짐의 하나로, 불자로서 코치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붓다에게 물어보고자 한다. 이미 들켰겠지만 불자로도 코치로도 내 수행은 많이 부족하다. 이 글을 연재하면서 코치로서 던지는 물음과 답을 붓다의 말씀과 지혜에서 찾아볼 생각이다. 나의 코칭 고객들이 들고 오는 이슈는 관계에서 오는 집착과 갈등, 탐욕과 절제의 어려움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밥벌이에 대한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는 코칭의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면서 불교철학과 마주하고 붓다를 만날 생각이다.

다시 물어본다면 이제 답할 준비가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지금 나는 불자로서 코치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이 길을 가면서 수행의 공부가 깊어질 수 있도록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 길을 함께 걷는 도반으로서 필자의 코치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린다.

〈한국코치협회 전문코치〉

남혜경 코치는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신문출판을 전공했다. 경향신문과 일요신문, 서울문화사 등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20여 년간 종사했으며, 가톨릭의대와 서울대학교에서 홍보부장을 지냈다.

2014년 코치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KPC)로 사회초년생을 위한 진로코칭, 워킹우먼의 라이프비즈니스코칭, 저자가 되기 위한 글쓰기코칭 등을 하고 있다. ‘Vikki G. Brock’의 〈코칭의 역사〉(Sourcebook Coaching History)를 공동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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