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소한(小寒)

대안 스님

소한(올해 양력 16)1년 중 23번째 절기에 해당하며 날씨로 보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대한이 소한한테 와서 얼어죽었다고 할 만큼. 소한은 은인자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때 사찰은 고요를 품고, 수행자는 동안거를 통해 자신을 연마한다. 특히 동안거 준비를 위한 저장음식을 마련하는데, 소한 무렵에는 미리 저장해둔 배추와 무, 미역과 해조류, 장아찌, 김장, 두부를 이용한 음식을 주로 먹는다.

사실 30년 전만해도 사찰의 재정은 넉넉지 못했다. 오랜 세월 탁발을 통해 사찰외호를 해오신 어른스님들의 한숨이 아직도 마음에 서려있다. 비구니 최초선방인 해인사 국일암에 주석하신 성원 스님과 은사스님께서는 경남일대를 두어 달씩 걸어서 탁발을 하셨단다. 텃밭은 넉넉히 채소를 심어 김장거리를 마련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고춧가루조차도 농사를 지어 손수 준비하셨다. 무엇보다 아침마다 죽을 쑤어 잘 만든 밑반찬에 의지해 공양 준비를 하셨다고 한다.

은사스님이 이때 가장 많이 만든 것이 무말랭이 장아찌다. 늦은 가을빛에 잘 말린 무말랭이를 몽고간장으로 담가놓으면 스님들이 쌔가 낼름낼름하다고 하셨단다. 그때 짜디짠 절간장보다 달짝지근한 몽고간장은 소위 신세계였다고 하신다.

무는 말리면 칼슘성분이 높아지고 골밀도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무를 잘 쪄 차처럼 덖어 무차를 만드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두부장아찌는 겨울철 단백질 급원식품으로 좋은 음식이다. 채식위주 식단을 꾸리는 사찰에서 두부는 없어서는 안 되는 식재료다. 두부의 단백질도 좋지만 발효식품으로 만드는 된장, 간장, 청국장 역시 사찰의 훌륭한 양념이자 건강을 지키는 음식이다.

먼저 무쇠솥 뚜껑에 큼직하게 썰어 산초기름으로 지져낸 두부가 식으면 장물을 끓여 붓는다. 집간장에 조청을 넣어 끓인 간장은 짭조름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말로 단짠(달고 짠)’이다. 다음엔 작은 항아리를 여러 개 씻어 말린 다음 두부를 가득 넣고 장물을 부어놓는다. 음달 아래 두부장아찌 장항아리는 추운날 두부를 하나씩 꺼내기보다 항아리째 들고 와 사용하는 사찰만의 독특한 풍경도 숨어있다.

두부장아찌와 무말랭이장아찌, 김치찌개는 소한 밥상으로 제격이다. 지리산 깊은 산골에 사는 필자 역시 시골 5일장을 즐겨 찾는다. 지난해 구한 산초로 기름을 짜서 꼭 필요한 음식에 넣고 있는데 이번 강의 때 수강생들에게 산초 1스푼을 주고 두부를 굽게 했더니 모두 산초향에 놀란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산초기름을 구하지 못할 경우 마른 산초를 식용유에 넣고 약한 불로 기름을 만들어 사용해도 좋다. 산초는 추석 무렵 풋열매를 따서 장아찌로 만들고 잘 익은 열매는 말려서 기름을 짜서 사용한다.

무말랭이 장아찌

무말랭이장아찌
무말랭이 300g, 집간장 1, 5, 조청 1

1. 무말랭이는 채반에 담아 물에 담가 건져낸 후 물기가 마르면 용기에 담는다.

2. 솥에 간장, 조청, 물을 용량대로 넣고 센불에 끓인다.

3. 장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4. 무말랭이가 담긴 용기에 장물을 붓고 밀봉해 둔다.

5. 한 달 정도 숙성한 후 먹는다.

두부 장아찌

두부장아찌
두부 1, 집간장 한 컵, 조청 반 컵, 콩기름 2T, 3

1. 두부는 반모로 자른 후 다시 두께를 1넓이로 자른다.

2. 두부에 소금을 뿌려 간을 한다.

3. 냄비에 간장과 조청을 약한 불에 끓인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지져낸다.

5. 용기에 두부를 담고 끓인 장물을 부어 놓는다.

6. 한 달 정도 숙성한 후 먹는다.

김치찌개

김치찌개
김치 1/4, 두부 1, 김칫국물 2, 마른표고 10g, 건다시마20g, 소금 약간

1. 솥에 물 5컵과 마른표고버섯, 다시마를 넣고 7분간 끓인다.

2. 7분후 다시마와 표고는 건져낸다.

3. 냄비에 김치와 두부를 썰어 가지런히 놓는다.

4. 김칫국물 2컵과 채수 3컵을 넣고 끓인다.

5. 국물의 간이 싱거우면 소금으로 맞춘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