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사찰 키워드 ‘에너지·생활·교육’

사찰은 불교문화의 보고이자 불교의 성소(聖所)이고, 자연을 품은 자연유산이다. 이는 불교도 이외에 많은 일반인들이 사찰을 찾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방문은 사찰 환경 훼손을 야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관광객 많은 만큼 쓰레기 발생
齋용품 소각 NO… 대안 찾아야
脫원전시대 신재생에너지 주목
절전 제품 사용 등 실천 필요
 
현대인들 환경 감수성 높아져
공감할 수 있는 교육 개발 필수

사찰 환경 훼손 내외부 요인은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사찰 환경 훼손을 내·외부로 분류한다. 외부적 훼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이 추진하는 개발사업들이다. 해인사의 골프장·회룡사의 북한산관통도로·내원사의 고속철도터널 등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외부 개발에 대한 정보가 미비하다보니 계획 단계가 아닌 착공 단계에서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사찰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병인 부산대 교수는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발간한 <환경과 불교>에서 “종단 및 본말사 차원에서 관련 소임 스님이 불자전문가가 직·간접적 이해가 있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해 계획 단계나 그 이전에 적극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내부적 요인은 사찰 관계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비롯해 △무분별한 내부불사 △관리 부실 △교육 부재 등으로 야기되는 경우다. 특히 사찰의 중흥을 위해 진행되는 대형불사와 많은 관광객에도 이뤄지는 부실한 관리는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병인 교수는 “온전한 가르침을 이 세상에 꽃피우기 위해서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개발로 인한 훼손은 없는지에 대한 되새김을 통해 진정한 사찰환경 보존에 관한 방향성과 주체성을 확립해 한다”고 주문했다.
 
생활 속 내부 훼손 줄이기
‘녹색불교’를 지향하는 사찰이 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훼손 요인들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살펴볼 것이 바로 쓰레기 배출 문제다.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주요 25개 사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상주인원은 일일 평균 51인이며 탐방객은 530인이었다. 평균 일반쓰레기 발생량은 3만9385g이, 음식물쓰레기는 1만8039g이 발생했고, 재활용쓰레기는 1만8419g이, 재(齋)쓰레기는 60g이 평균적으로 나왔다. 이를 환산하면 사찰 평균 1일 1인당 발생 쓰레기량은 1401g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1일 쓰레기 발생량인 1040g보다 높은 수치지만, 상주 인원이 아닌 외부 관광객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탐방객들이 많은 사찰일수록 일반 가정 발생량보다 최대 3배 많은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병인 교수는 “사찰쓰레기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서는 사찰 내부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찰 외부적 요소인 탐방객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크게 발생하지 않는 양이지만 재를 지낸 후 나오는 쓰레기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적지 않은 사찰에서 재 쓰레기 중 망자의 유품을 무단으로 소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망자의 유품을 재활용하고 재의식품을 소각 가능한 종이류로 대체하는 방안이 장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찰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와 생활하수는 ‘발우공양’이라는 불교 전통적 식생활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이는 일반불자들이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광수 경상대 해양환경공학과 교수가 서울 서초구 소재 불교 단체에서 이뤄지는 발우공양과 접시공양 이후 세척 수질을 조사·연구한 ‘불교전통 식생활방식에 따른 수질오염 저감 효과’에 따르면, 발우공양은 하루 1L 내외의 적은 물이 사용됐다. 접시공양은 발우공양보다 1.8배 더 많은 물이 사용됐지만, 일반가정 하루 사용량인 32.6L의 1/19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오염부하량도 매우 적었다. 부유물질부하량의 경우 발우공양 오수는 가정 오수의 1/630밖에 되지 않았다.

최광수 교수는 “발우공양과 이에 대한 현대적 대안인 접시공양, 조리부산물을 재이용한 설거지 결합 방식은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은 친환경적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신재생에너지로 녹색사찰을
이제 기후변화 문제로 인한 대안 에너지 개발은 세계적인 숙제이다. 여기서 단순히 개인주택이나 학교단위만이 아니고 지역단위의 에너지공급으로 관심이 이동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불교계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과제다. 조계종은 2009년 환경위원회 산하에 신재생에너지 연구팀을 구성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오랜 시간 연구와 학술 발표들이 이뤄졌지만 가시적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대신 개별 사찰들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광범위하게 보급된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태양열 에너지다. 월정사, 문빈정사 등에서 현재 태양광 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태양열 에너지는 전력수급이 어려운 작은 산내 암자들에서 활용되고 있다. 설악산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아산 옥련암 등과 문경 봉암사 산내 암자인 백운암 등에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는 사찰에서 신재생에너지 도입과 함께 에너지 누수를 막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 목조 건축인 사찰은 문틈이나 벽 틈에 벌어져있어 단열이 안 돼 에너지 누수가 심하다. 철저한 단열이나 페시브하우스 형태로 사찰의 건축을 리노베이션해야 한다”며 “사찰 내부에서는 각종 절전형 전기제품의 사용토록 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나 에너지를 철저히 줄이는 생활실천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도 신도도 ‘환경보살’로
‘녹색불교’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사찰은 종단과 신도, 일반인을 이어주는 ‘중계점’이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종단이나 사찰 내에서 소임 스님들과 실무자들의 환경적인 이해도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적으로 ‘제로웨이스트’나 ‘비거니즘’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를 불교 환경사상적으로 적용해 신도들을 교육시키거나 실천을 유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부분 일시적이고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

‘녹색불교’로 가기 위한 선결과제는 현대적 환경 감수성이 있는 승가 인재 배출과 이들이 일선 사찰에서 신도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체계적 교육프로그램들이 개발에 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은 “인간은 교육과 자각 없이는 행동 교정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는 불자로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환경과 관련한 부처님 가르침을 발췌해서 도량을 장엄하고 스스로 지키며 교육을 통해 실천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정길 대표는 사찰 자체를 친환경적 교육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찰에서부터 일회용품·비닐봉투·플라스틱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하면 신도들은 교육되고 훈습된다”면서 “정기적인 법회와 교육, 친환경적인 방생 등을 실천하며 신도들의 삶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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