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환경&그린부디즘] 불교환경운동 어제와 오늘
[必환경&그린부디즘] 불교환경운동 어제와 오늘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9.01.0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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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환경운동 견인… 실천·대안 모색 ‘화두’

# 2003년 5월 23일 오전 10시 40분 경기도 과천과 서울의 경계인 남태령 고개. 200여 명의 사람들이 고개 정상을 넘어 서울에 입성했다. “서울 입성”이라는 말이 들리자 휠체어 앉아 있던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서로를 말없이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해 3월 28일 부안서 출발해 57일 만에 이룬 땀과 눈물의 대장정이었다.

# 2004년 8월 25일 오전 10시 30분 천성산 관통 터널을 반대하며 단식 중인 지율 스님에게 당시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사과 방문했다. 문재인 수석은 재판부의 판결에 무조건 승복한다는 전제 아래 항소심 판결 선고까지 공사 중단을 하도록 건교부와 고속철도공단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방문 이후 지율 스님은 체력 저하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국환경운동사에 있어 가장 뜨거웠고 극적이었던 두 순간.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수경 스님의 3보 1배와 천성산 관통 터널을 반대하며 극한의 단식을 이어갔던 지율 스님의 모습들은 당시 한국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개발자본 맞서 환경 수호 나서
새만금·천성산 등 이슈에 중심
2000년대 초반 환경운동 주도
빈그릇운동 등 실천 제시하기도
 
스님 중심·의존한 한계점 여실
불자·시민 등 저변 확장 어려움
불교 생태주의 근간한 대안을

불교환경운동의 시작은
기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환경운동의 가장 큰 축은 앞서 예를 든 대로 불교였다.

한국사회의 환경운동은 1980년대 초반 민중운동의 일환으로 ‘공해추방운동연합’이 결성되며 본격적인 반공해운동이 시작됐다. 19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한국사회에도 환경운동의 개념이 확산됐다.

불교환경운동의 시작은 1988년 현 에코붓다의 전신인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이하 환경교육원)이 창립되면서부터다. 환경교육원은 창립 이후 환경 의식 고양을 위한 불교 내 사회의식화 교육을 담당했지만, 1991년부터 환경·생명운동으로 전환해 일반 환경운동가들과 연대하며 활동을 펼쳤다.

이후 월주 스님을 중심으로 1992년 2월 29일 청정국토만들기국민운동본부 전신인 공해추방불교인모임이 출범하는 등 불교계 환경 모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요 불교환경운동단체들이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다. 1995년 경불련 환경모임이 창립됐고, 1999년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만들어졌다. 2001년에는 수경 스님이 중심이 된 불교환경연대가 발족했다. 조계종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2000년 총무원장 직속의 환경위원회가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개발 자본에 맞서다
불교계가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4년 지방자치제도가 생겨나면서부터다. 당시 지자체들은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우후죽순으로 개발 자본을 도입해 산하대지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불교 사찰 수행 환경파괴로 다가왔다.

이에 앞서 개발 자본과의 첫 대결은 1990년 4월 건설부가 가야산 국립공원 내 골프장을 승인하면서다. 가야산 국립공원에 추진하려했던 해인골프장은 당장 해인사 대중의 반발을 가져왔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도 반대에 나섰다. 이에 전국 강원 스님들의 시위와 저항, 전국적인 승려대회 등 치열한 반대운동이 전개됐다. 결국 문체부 장관에게 재결정을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벌여 개발을 취소시키기에 이르렀다.

지자체 출범 이후 2000년대에 걸쳐 다양한 개발들로 인해 불교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속리산 문장대 용화지구 온천 개발, 홍제암 계곡 유원지화, 문경 봉암사 근처 온천 개발, 백담사 입구 종합휴양지 조성공사 등이 당시 발생한 불교 관련 환경 이슈들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형 국책 개발들이 본격화 된다. 대표적인 것이 새만금간척사업이었다.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34km의 방조제를 만들고 갯벌을 메워 4만2천ha 규모의 간척지를 만들겠다는 새만금 사업은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던 어민들의 터전이자 수많은 어패류와 철새들의 공간을 빼앗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위해 2003년 3월 28일부터 65일간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800리(320km)를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가 3보1배로 올라왔다. 새만금을 지키고자 했던 종교인들의 참회의 고행에 시민들은 많은 감동을 했고, 동참으로 화답했다. 결국 새만금은 공사 강행이라는 법적 결정이 이뤄졌지만, 수경 스님 등의 3보1배 정진은 “환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비폭력평화행동의 전설이 된 사건(유정길)”이었다.

천성산 내원사 산감 지율 스님은 초인적인 100일 단식과 당장 개발의 피해를 입을 ‘도롱뇽’을 소송 당사자로 내세운 ‘도롱뇽 소송’을 진행했다. 이는 서울-부산 경부고속철도 13공구에 시행될 원효터널에 대한 반대로 이뤄진 것으로 지율 스님은 국토순례, 단식, 3보1배, 3000배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온몸으로 개발 자본에 맞섰다.

관통도로 노선의 대안을 제시하라는 개발업자들을 향해 “생명에 대안은 없다”는 지율 스님의 일갈은 사회의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불교의 생명사상에 근거한 이 같은 운동은 이전과는 다른 운동의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전환점이 됐다.

실제 이시윤 씨(서강대 박사과정)는 학술지 <사회사상과 문화>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운동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종교적 메시지를 내세운 불교의 전 교단적 참여는 생태주의 가치를 한국사회에 깊이 아로새기는데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불교환경운동은 무엇이 달랐는가
개발 자본에 맞서 불교 수행환경과 우리나라의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한 불교계의 환경운동은 분명 일반 사회 및 환경운동과는 차이가 있었다.

현재까지도 불교계 환경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수경 스님을 중심으로 창립된 불교환경연대와 법륜 스님과 유정길이 중심이 된 에코붓다, 도법 스님이 이끄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다. 이들 단체들은 활동 영역에는 차이점이 있지만 큰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불교의 생명평화사상과 생태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환경연대는 분노를 표출했던 그전의 ‘이슈 파이팅’과는 달리 자연을 파괴한 공업중생으로서 수행과 참회를 통해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유정길은 “개발 주체인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기보다는 자연 파괴로 죽어간 생명에게 참회하는 수행이자 진혼의식”이라 평가했다. 

에코붓다는 모(母) 조직인 정토회와 함께 불교의 발우공양 정신을 바탕으로 한 ‘빈그릇 운동’을 전개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빈그릇 운동은 70만 명의 동참 서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고려시대 사찰이 지역공동체 수장 역할을 했던 승도(僧徒)를 모델로 지리산 실상사를 중심으로 산내면에 지역 공동체를 구현하려 한 도법 스님은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불교귀농학교, 불교생활협동조합 등을 서울에서 운영했고, 산내면 실상사에서는 실상사 귀농학교, 작은학교, 지리산영농조합법인 등 지역공동체 구현에 노력했다.  

불교환경운동, 앞으로 나아가려면
2000년대까지 한국환경운동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불교환경운동은 이후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수경 스님의 은신 등 운동을 이끌었던 일명 ‘스타’ 스님들의 부재와 환경운동에 대한 대중적 관심 저하가 대표적 이유로 손꼽힌다.

특히 ‘불교환경의제 21’을 통해 사찰을 생태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기치까지 만들었지만, 이를 박물관 유물처럼 방치하며 실질적 실천과 변화로 이끌어내지 못한 운동의 추동력은 불교환경운동의 한계이자 현재 진행형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불교가 해야 할 일 역시 새로운 ‘필(必)환경’시대에 맞춰 불교적 생태주의에 입각한 실천적 ‘녹색불교운동’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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