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환경 필수’시대 ‘녹색불교’ 주목하라

지난해 한국사회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환경 이슈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미세플라스틱 문제였다. 현재 전지구 대양에는 약 5조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구를 400바퀴 덮고도 남을 양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물에게 섭취돼 최종 포식자인 인간들이 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역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환경 위기는 그간 인류가 보여준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가 가져온 결과다. 이제 환경을 지키는 것은 운동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할 필수 요건이 됐다.

환경문제, 이젠 생존과 결부 
친환경 넘어 ‘필환경’이 대세
제로웨이스트·비거니즘 유행
절제된 소비·순환경제 강조돼

필환경 현상들 불교와 맞닿아
시대 맞는 ‘녹색불교’ 고민을

김난도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올해의 소비문화트렌드로 ‘필(必)환경’을 꼽았다.

‘필환경 시대’의 도래에 대해 김난도 교수 등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단지 ‘하면 좋은 것’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에서 ‘필환경’이 된 것”이라며 “그동안 환경친화적 소비가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필환경적 소비는 ‘현상’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운동’과 ‘비거니즘(Veganism)’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말 그대로 생활 쓰레기 배출을 최소하며 최대한 재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로렌 싱어는 ‘제로 웨이스트’를 통해 3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가 16온스(약 453g)의 유리병에 담고 다닐 정도로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로 웨이스트’는 2030세대에게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실제 SNS를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활동 중에 있다. 이들은 ‘에코(Eco)’라고 포장된 일회용 물티슈의 사진을 올리고 “일회용 물티슈 포장지에 ‘에코’라고 쓰면 안된다”라고 비판하며 서로 경각심을 갖는다. 또한 네이버 카페 ‘제로웨이스트홈’과 소모임 누리집 빠띠의 커뮤니티 ‘쓰레기 덕질’ 등도 같은 유형의 온라인 모임이다.

‘비거니즘(Veganism)’은 완벽한 채식이라는 ‘비건’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자연과 동물 보호, 재활용 등 전반적 생활습관을 포괄하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거쳐 생산된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승마·동물원과 같은 동물을 억압·착취하는 모든 행위들도 일체 거부한다.   

이런 현상은 소비를 바꾸고 있다. 구글 최고 경영자 래리 페이지가 신는 신발이자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해 유명해진 신발 브랜드 ‘올버즈’는 양모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친환경 공정으로 제품을 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 100만 켤레의 신발을 팔았다. 환경 이슈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필환경’적 소비는 ‘힙(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이란 신조어)’한 행위임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현상인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은 불교와도 직접적으로 맞닿는다. 불교는 과도한 소유를 경계할 것을 강조하며, 승가 공동체도 생태순환적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분소의나 발우공양 등의 전통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이에 대해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는 “환경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부처님이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서 소욕지족의 삶, 생명평등의 삶으로 가야함을 역설하는 것”이라며 “환경친화적인 삶은 곧 불교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고, 철저한 불교적인 삶은 곧 환경친화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도 “환경을 지키는 일은 자신의 생존에 대한 문제이며, 불자로서는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을 면면케 하는 불사”라며 “인간은 지구의 형질(형태)은 물론 모든 유정·무정과 유기·무기물과 필연적으로 ‘상입상즉(相入相卽)’하는 존재이기에 생물다양성 등 제반 환경문제는 생존의 기본적인 조건으로 시대와 상황을 떠나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불교계는 ‘불교환경운동의 르네상스’를 맞았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통해 빈그릇운동·불교환경의제21 등 실천적 대안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적 저변화에는 실패했다. 불교 안에 머물거나 사문화됐기 때문이다.

이젠 시대에 맞는 환경 종책과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실천으로 종단·사찰·불자의 ‘녹색화’라는 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친환경을 넘어 다시 찾아온 ‘필환경’ 시대, 불교에게 다시 환경은 ‘사회적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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