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재가 교육과정 ‘환경’ 全無… 제도화 절실

과거의 불교환경운동이 난개발을 막기 위한 거대자본과의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미세먼지와 라돈침대, 발암물질 생리대 등 일상생활에 침투한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 대중이 환경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의식을 높일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적인 지침을 마련해 보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종단차원의 최우선과제로 환경교육을 꼽는다. 이는 출가자뿐만 아니라 재가자까지 교단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승려연수교육과 각 사찰 불교대학 교육과정에 환경교육 등을 필수과목으로 담는 것을 포함한다.

실제 승려교육을 주관하는 조계종 교육원의 연수교육과정은 법계 사찰경영 경전 인문과학문화 체험형 순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환경과 관련된 과목은 없다. 간혹 사찰전문경영인 수업에 특강이 마련되기도 하지만 1회성에 그친다. 교육원이 인증한 외부기관의 연수교육도 마찬가지다.

상황은 재가불자를 교육하는 사찰 불교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 대부분이 부처님 생애와 불교 이해, 경전 및 의식, 사상과 역사 등에 치우쳐 있다. 결국 불교환경교육은 정토회나 불교환경연대 등 종단이 아닌 불교단체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자리 잡는 결과를 낳았다.

불교계 환경운동 확산 한계
교육 부족에 원인 가장 커
환경교육 필수로 전개해야

사문화된 불교환경의제21
구체적 실천 계획 마련하고
종단사업으로 뒷받침 필요

반면 천주교의 경우 주교회의에 생태환경위원회를, 서울대교구에 환경사목위원회를 뒀다. 생태환경위는 환경활동가 연수 및 자료 제작, 심포지엄, 주교현장체험 등 범종교적인 환경활동을 주관하고 가톨릭 환경상을 시상하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성찰과 해결책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환경사목위는 본당 사목위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교육과 생태사도직 활동가 양성을 위한 생태영성학교’, 생태 관련 주제를 논의하는 가톨릭 에코포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를 위한 유아생태교육등 생태적 가치관 확립을 돕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20156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환경에 관한 회칙을 발표하며 변화를 주도했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은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다. 불교계는 이를 대신해 캠페인을 자주 전개하곤 하는데 이마저도 1회성으로 끝나는 일이 많다강의를 해보면 스님들이 심각성을 몰랐던 것이지 관심이 적진 않았다. 교육 기회가 늘어날수록 변화의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조계종서는 2019년도부터 환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환경관련 교육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먼저 조계종 교육원은 환경생태문제 불교가 답하다라는 주제로 승려연수교육을 812~14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서 23일간 실시한다. 또한 포교원은 디지털대학에 환경관련 동영상 정규강좌를 필수심화과정으로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550호(2005년 11월 2일자)에 실린 심민섭 화백의 ‘현대만평’이다. 이 만평은 13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노력 끝에 불교환경의제21이 탄생했지만 풀뿌리 실천 노력은 여전히 미진한 셈이다.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열쇠는 바로 ‘교육’이다.

불교환경의제 참된 실천을
전문가들은 교육과 더불어 10여 년 전 공의를 모아 선포한 불교환경의제21’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불교환경의제2120034월부터 3년간 워크숍과 토론회 등을 거쳐 20069월 제정됐다. 불교환경 기본의제 환경친화적인 생활과 수행 생태사찰 만들기 수행환경 지키기 사찰과 지역공동체 등 5개 분야로 구분된다. 의제에는 31개 행동목표와 종단 179, 사찰 133, 사부대중 110개의 행동계획을 담았다. 종교계 최초의 환경의제로 당시에는 불교 환경사상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실천주체의 자각 부족으로 꼽고, 사문화된 의제를 되살리기 위한 활동에 종단이 나설 것을 당부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사회문제에 수동적인 불자들이 체감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환경 종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의제21은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거대한 지침이고, 주체단위가 동등한 비중과 책임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불교는 종단과 사찰, 불자 등 세 주체에 대한 강령을 정했지만 공표라는 목표에 과하게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실행계획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아 문서작업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계종은 일반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관련 백서 편찬을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집필한 <불교, 가장 아름다운 삶의 방식>은 경전에 담긴 환경관련 이야기 소개, 불교에서 바라보는 환경, 생활 속 실천 방안 등을 망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책과 달리 일반신도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저술한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지난 8한국동서발전과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 MOU’를 체결하면서 국가 주요정책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 생산과 보급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실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총무원장 신년기자회견서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관련 종책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주경 스님(중앙종회 차석부의장)불교계 환경운동은 대개 최소한의 수행과 기도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역할에 머물렀다. 빈그릇운동이나 쓰레기 줄이기 등 소소한 활동이 있었지만 종단적 정책으로 추진됐다고 보기에는 미진함이 있다환경에 대한 종단 입장, 본말사를 비롯한 수행공간에서의 생활원칙, 불자 개개인의 구체적 실천방안 등이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불교계가 대대적인 환경운동에 나서기 위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는 원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

원불교는 2016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전국 교당과 기관에 태양광 발전소 100개를 설치했다. 이른바 ‘100개의 햇빛교당 건설이다. 이는 2013년 원불교환경연대가 추진한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프로젝트에 힘을 싣기 위해 교단이 주요사업으로 정한 것이다. 어려움을 겪던 이 사업은 교단과 함께하면서 탄력을 받았고, 현재 600여 원불교 교당 중 약 15%가 동참한 셈이 됐다. 여기에 서울교구는 서울시와 에너지절약 MOU를 맺고, 앞으로 66개 모든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올리는 서울 몽땅햇빛교당을 선언했다.

이 같은 원불교의 햇빛교당 정책은 세계자연환경보전총회와 유엔기후변화총회, 기후변화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 등에 초대되며 주목받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서 원불교 햇빛발전소 운동을 분석해 2017년 석사학위를 받은 정서영 씨는 자신의 논문에서 원불교가 자체 교리를 바탕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추진했듯이, 다른 종교도 그 종교에 적합한 방식으로 하면 된다교리적으로 접근하면 교도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고, 확산의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2017년 원불교의 활동에서 착안해 서울시와 태양광 발전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구 내 성당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각 성당에 시간당 10kW 발전 규모의 햇빛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사제관과 교육관 등 부속 건물과 신자 가정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정길 위원장은 불교계에는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자문기구 성격이 짙다. 이를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실행기구가 되도록 변화를 주고, NGO단체와 연대를 통해 실천사업을 추진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각 교구본사에 환경위원회를 설치해 지역 환경운동 전개를 펼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