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Detox

스마트폰에 종속된 인생

2018년 지구 마지막 날의 모습을 표현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향해 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찍고 있는 것을 표현한 합성사진이었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주위 사람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

에릭 슈미트 前구글 회장의 말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디지털 미디어, 특히 스마트폰과 PC에 종속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아마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빠져들 듯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이들이 아닐까.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8%가 현대사회에서는 디지털 기기가 생활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84.7%가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매우 불편할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 응답자의 55.7%는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스마트폰을 쓴다고 답했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보니 없을 때의 불안감도 컸다. 응답자의 79.6%가 집이나 직장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오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른바 디지털 중독 현상이다.

스몸비·디지털 치매 등 발생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6년 2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 이용현황을 보면 17.8%인 7500여 명이 디지털 중독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특히 청소년의 30.6%가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디지털 콘텐츠로는 게임, 메신저, 웹서핑 등의 순으로 꼽혔다. 2017년에는 위험군이 18.6%로 증가했다.

중독 위험군의 경우 정서적으로 외로움(36.4%)을 경험한다고 했으며, 이 밖에 불안(28.1%), 우울(25.9%), 분노(24.2%) 등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 위험군의 성격 또한 충동성(46.7%)과 예민함(36.8%)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지만 오히려 이에 종속되면 불안과 우울, 충동 등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중독에 의한 사회적 악영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스몸비’ ‘디지털 단기치매’ 등이다. 스몸비란 스마트폰과 좀비가 합쳐진 단어로 스마트폰을 보며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말한다.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률은 지난 2011년 624건에서 2016년 136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6년 교통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전국의 보행자 4만 1000명 중 6100명 이상이 사고 당시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선 감각적 쾌락 지양

불교에서는 디지털 중독을 어떻게 바라볼까. <쌍윳따니까야>에는 중독 원인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나온다.

‘그에게 괴로운 느낌과 접촉하여 분노가 생겨난다. 그는 괴로운 느낌에 대한 분노를 느끼며 괴로운 느낌에 대한 분노의 경향을 잠재시킨다. 또 즐거운 느낌과 접촉하여 감각적 쾌락의 즐거움에서 환락을 찾는다. 수행승들이여,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감각적 쾌락 이외에 괴로운 느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중독의 실상은 고통(苦)이며, 그 고통을 나의 것이라 여기는 데서 오는 괴로움이라고 본다. 중독의 원인을 집착과 갈애에서 찾고, 일시적으로 고통을 더는 감각적 쾌락도 언젠가 변하여 없어지기에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의 중도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디가니까야>에서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느낌의 생성과 소멸과 유혹과 위험과 여읨을 있는 그대로 알아서 여래는 집착없이 해탈한다”고 했다.

불교명상, 디지털 중독 해법 꼽혀

그렇다면 디지털 중독을 해소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자기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함윤서 HB뇌과학연구소장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실시한 스마트폰 과의존 통합척도를 보면 중독 요인 중 첫 번째가 자기조절 실패”라며 “결국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활용에서 적절한 사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불교계 내 해답이 바로 불교명상이다. HB뇌과학연구소가 2018년 연등회 참석자 중 일반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들은 디지털 중독 치료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문화활동과 명상의 순으로 예방 및 치료적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윤서 소장은 “디지털 중독 치료는 자기 조절실패에 따른 영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 수행은 뇌의 작업 기억과 주의집중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자기조절 기능 회복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미 국내연구결과에도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 감소를 이끌었음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강선원이 가천의과대학과 2015년 7월 금강선원 명상 프로그램 참가학생 5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연구한 결과 집중력을 포함 고위 뇌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됨이 입증됐다.

현재 불교계에서는 2018년 11월 불교상담개발원이 주축이 돼 불교스마트쉼운동본부를 출범, 디지털 디톡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저변 확대가 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불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는 향후 한국명상지도자협회 등과 협력하여 불교 청소년 스마트쉼 명상 등으로 스마트쉼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불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장 가섭 스님이 전하는 생활 수칙

디지털 디톡스로 쉼있는 일상이 되자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1위로 전체 인구수에 육박하는 무려 4520만대입니다.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디지털 미디어지만 여기에 종속되서는 안되겠지요? 새해 우리 불자들부터 조금씩 삶을 바꿔갑시다.

하나, 우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합시다.

스마트폰 사용일지를 작성하며, 사용량을 확인합시다. 일지를 쓰게 되면 디지털 미디어를 왜 쓰게 됐는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또 어플은 꼭 필요한 것만 다운로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둘,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과 장소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사찰 법회에서도 스마트폰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업·운전 중에는 사용을 금지하고 회의 중에는 절제하는 것이 디톡스의 시작입니다. 물론 보행이나 차량 운행 중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겠지요.

셋,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돌려 소중한 사람을 먼저 생각합시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냅시다. 아이에게 스마트폰보다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표현합시다. 우리가 디지털 미디어를 쓰는 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마트폰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우리 가정만의 규칙을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넷, 우리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 가치를 존중합시다.

메시지 답장 시 한번 더 생각하고, 늦어지는 답장은 천천히 기다립시다. 빨리 빨리 하는 마음의 재촉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가져봅시다. 여유를 잃게 되면 본말이 전도됩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야외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불교계 디지털 디톡스 가능한 곳은?

디지털 미디어를 쓰지 않는 산사에서 디지털 디톡스가 가능하다. 산사에는 대표적으로 TV와 컴퓨터가 없다. 사찰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행형 템플스테이에서는 입소 때 스마트폰을 걷기도 한다.

이밖에 불교명상을 하는 곳에서는 체계적인 디지털 중독을 막기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금강선원은 청소년 10분 집중명상을 통해 청소년들의 게임과 인터넷 중독 증상을 치유하고 있다. 사단법인 자비명상 또한 안성 굴암사 등에서 디지털 디톡스 캠프를 열고 있다.

보다 면밀한 상담을 원하는 이는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불교상담개발원에 연락을 넣어도 좋다. 불교스마트쉼문화운동본부를 맡고 있는 상담개발원은 산하 자비의전화를 통한 상담과 진단, 중독 증상 완화를 위한 불교계 명상 프로그램 진행 사찰 및 선원 안내 등을 맡고 있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과의존 예방교육을 비롯해 예방교육 강사 양성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02)73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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