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편리함’ 올해엔 내려놓자

미세먼지 재난경보, 비닐·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대란, 일회용 컵 규제·단속 시행 등. 올해 불자들은 일상 속 환경문제들을 체감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 및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삶 가까이 놓여있다. 불자 스스로 자신의 소비활동을 점검하고, 전환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자 소비활동 녹색화
그린 부디즘의 세 번째 실천주체는 ‘불자’다. 불자의 녹색화는 곧 생활양식의 녹색화를 뜻한다. 생활양식은 일정한 가치관이 반영된 소비활동으로, 의·식·주 전반을 포함한 개념이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은 “환경운동의 첫걸음은 거대담론이 아닌 ‘내 삶’을 살피는 일부터”라며 “생명살림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생활 속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식사·쇼핑·교통·쓰레기 등
일상 속 실천 습관화 위해
신행 일환, 자기선언 필요

불자 유인할 프로그램 개발도
당장 시작 가능한 녹색수칙들
환경정책 수립 견제 역할 기대


2017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실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가운데 78.6%가 ‘환경보전은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친환경적 생활을 실천하는 동기 및 장애물을 묻는 문항에서는 ‘내 생활습관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3.45/5점) ‘다른 사람들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3.24/5점)에 각각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불자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들 역시 녹색실천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기존의 생활양식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은 유보한다. 전문가들은 개별 불자의 자가점검 및 성찰을 통해 생태친화적 삶을 일상화하는 일이 선결과제라고 봤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은 “삶 속에서 환경을 해치는 과욕적인 행위를 자발적으로 배척해야 한다”며 “불자 스스로 환경보살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지금 할 수 있는 손쉬운 일부터 실천해 몸에 배도록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양식 전환 대중화
불교 시민사회단체들은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으로의 전환이 불교계율의 실천과 다름없기에 녹색실천을 신행생활의 일환으로 여겨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은 “사실 환경문제는 부처님가르침처럼 한 번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렇게 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야 한다”며 “불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대안적 실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위해 ‘적당히 불편한 삶’에 대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 중이다. △사찰생태연구소 △불교환경연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에코붓다 △시민모임 숲과 에너지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사)맑고향기롭게 등은 생활양식 전환운동을 이끌어가며 다양한 캠페인으로 불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에코붓다 이사는 “일련의 캠페인들을 전개하면서 일단 실천을 시작한 개인은 동시에 다른 활동도 함께 실천하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친환경적인 생활은 고뇌하며 결단한 소수만의 삶이 아니라 모두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것을 일깨운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환경단체들은 종교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불교 전통방식을 현대화한 환경실천운동을 시도했다. 정토회 환경전문기구인 에코붓다의 쓰레기제로운동, 빈그릇운동 서약 캠페인과 불교환경연대의 텀블러사용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발우공양 정신에 입각해 음식물쓰레기를 없애자는 빈그릇운동은 대중화 성공사례다. 해당 운동은 종교계, 학교, 군대, 기업, 지자체 등 170만 명의 동참(2007년 12월 기준)을 이끌어냈다.

빈그릇운동 캠페인의 성공요인은 계몽(교육)과 실천 2단계가 아닌, 자각-자기선언-실천의 3단계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유정길 위원장은 “해당 캠페인은 서명과 함께 1000원을 기부하도록 하는 서약운동”이라면서 “기금의 1/2은 환경운동에, 나머지 1/2은 굶주림에 허덕이는 빈곤국에 지원할 것을 공표한 것이 동참자들의 행동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양한 캠페인모델을 시도하면서 저변 확대의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일시적인 신드롬에 머물러 문화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불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아이템 발굴이란 과제도 남아 있다.

환경부의 ‘종교사회단체들의 환경활동 활성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캠페인 차원의 활동은 한시적인 특성 탓에 최소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준의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종교적 상징과 의례, 예술을 활용함으로써 불교 고유의 특성이 가미된 캠페인 아이템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개별 불자들을 향한 당부의 목소리도 높다. 이병인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불자들은 일회성, 한시적인 행사를 통해 환경캠페인을 참여하고 접했지만, 실생활에서의 실천은 미약한 경우가 많다”며 “실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는 불자들의 행동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불자들의 실천범위를 사회참여 영역으로 넓히자는 제언으로 이어진다. 유 위원장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활용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개인 보호와 환경보호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평상시 녹색실천을 시작했다면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지 감시하고, 관련 후보에 투표하는 등 중장기 계획까지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환경보살로 사는 삶
불교인은 생활 전반에 걸쳐 오계(五戒)를 실천하고 있다. 오계를 ‘갖추어서 지닌다’고 표현하는 것 역시 행동과 가치관을 아우르는 습관화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수행법은 ‘행주좌와(行住坐臥)’란 표현을 통해 모든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불교 환경·신행단체들은 녹색실천 수칙들을 정해 수지한다. 대한불교청년회는 2000년 제19차 전국불교청년대회서 △물 아끼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모피 옷 안 입기 △사후 화장하기 등 환경오계를 발표한 바 있다.

정토회는 ‘적게 먹고·입고·쓰는 소박한 삶’을 위한 수칙을 정해 지키고 있다. 불교환경연대는 에너지다이어트 가이드북을 제작해 목표량을 설정, 점검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정토회 수칙에는 △빈그릇 △텀블러(자기 컵) △휴지대신 손수건 △뒷물수건 △물 받아 쓰기 △장바구니와 대안주머니 △캔 등 일회용품 미사용 △플러그 뽑기 △냉난방 적정온도(여름 28도, 겨울 20도) 유지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재활용품 분리배출 △물건 아껴쓰고 나눠쓰기 등 12항목이 포함돼 있다.

유 위원장은 “자발적인 불편함은 이제 불자 스스로가 구체적인 신행생활로 실현하면서 확산하고 정착해야 한다”며 “불자 환경5계인 소중하게 모시는 삶, 단순 소박한 삶, 적당히 불편한 삶, 천천히 사는 삶, 수행하며 나누는 삶을 사는 서원을 다짐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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