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怠慢)-게으른 농부의논밭에 무성한잡초. 그림=조향숙

 

부처님은 생애 최후의 말씀으로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고 제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이 유훈은 마치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에게 남긴 유언처럼 간절합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 3개월을 실감나게 기록한 〈유교경〉 〈붓다차리타〉 〈대반열반경〉 등 경전을 읽으며 부처님의 유훈을 가슴에 새깁시다.

‘불방일’ 부처님 최후 유훈
“계율 잘 지켜라” 함께 당부
‘자등명 법등명’ 미리 말씀

*“아난다여, 이제 나는 낡은 수레와 같아 내 여행은 막이 내려지고 있다. 아난다여, 수행자는 자기를 등불로 삼고(自燈明) 의지처로 삼아야 한다. 남을 의지처로 기대서는 안된다. 법을 등불로 삼고(法燈明) 의지처로 삼을지니 다른 어떤 피난처도 의지해서는 안된다. 내가 멸도한 뒤에도 이렇게 하는 사람이 나의 진실한 제자요, 제일가는 수행자가 될 것이다.”

부처님은 마하와나로 가서 웨살리 근처의 비구들을 모이게 했다.

“나는 나이가 차서 곧 너희들을 떠난다. 부디 방일하지 말고 힘써 마음을 챙기며 계율을 잘 지켜라.”

허약한 몸으로 힘든 여행을 하시면서도 부처님은 마지막 공양을 올린 대장장이 춘다를 위해 법문을 설하며 제도하셨다. 부처님은 드디어 쿠시나가라 사라나무 숲에 도달하셨다.

“피곤하구나, 아난다여! 저 두 그루 사라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자리를 펴 다오.”

부처님은 오른쪽으로 누워 팔을 베고 두발을 포갠 다음 제자들에게 둘러 싸였다. 부처님은 뒤늦게 도착한 떠돌이 수행자 수밧다를 8정도로 교화하여 마지막 제자로 삼았다.

“비구들이여, 내가 간 뒤에는 계율을 스승으로 삼아라. 그것은 해탈의 근본이다. 그리고 4성제 진리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마음놓고 물어라.”

3번이나 똑같이 말씀하셨으나 비구들은 침묵하였다.

“그럼 잘들어라, 비구들이여!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방일하지 말고 힘써 정진하라. 이것이 나의 최후의 말이다.” 부처님은 위대한 열반(大般涅槃)에 드셨다.

*부처님은 45년간의 가르침을 ‘방일하지 말라’(不放逸)로 마무리 하시고 모든 형성된 것은 영원하지 않음을 일러주셨습니다.

죽음이 기약없이 닥쳐오고 목숨이 가뭄에 잦아드는 논물처럼 줄어드는 것을 알아차리면 방일할 수 없습니다. 〈법구경〉 불방일품은 ‘부지런함은 생명(열반)의 길이요. 게으름은 죽음의 길이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순간 게으르지 말고 불방일 정진을 합시다. 순간이 삶입니다. 게으른 농부가 제 때에 김을 매지 않으면 논밭에 잡초만 무성합니다.

수행자도, 학생도, 사업가도 각계 각층의 사람들은 신분과 근기에 따라 불방일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불방일은 부처님이 일체중생에게 내린 성취 처방입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 어느때라도 몸과 입과 뜻으로 선법을 닦아 자기를 변화시키는 깨어있는 마음입니다. 불방일하여 스스로 지혜를 밝히는 것이 자기의 등불입니다. 스스로 등불을 밝게 비추면 법의 등불은 영원히 머물 것입니다.

“정진을 스승 대하듯 하고, 방일을 적과 같이 물리쳐라.” 부처님의 불방일 처방을 믿고 수행합시다.

깨달음의 출발은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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