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비춰보며 송구영신

반조하는 거울. 그림=조향숙

 

12월입니다. 2018년 12월도 반을 살았습니다. 한 해를 잘 살았나 돌아보면서 확인하고 다시 새해를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덮인 들길을 걸어갈 때

행여 아무렇게나 걷지 말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이 되리니’

서산대사의 선시 ‘눈길을 걸을 때’입니다. 이 시는 우리가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왜 자기성찰을 해야 하는지, 왜 정도(正道)를 걸어야 하는지를 일러줍니다. 발자국은 우리의 모습입니다. 자기의 업이 그대로 찍힌 업경대입니다. 올 한해 자신의 발자국을 뒤돌아 보면 자기업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겸손하게 살았나. 이웃에게 보시를 했나. 계를 잘 지켰나.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참회 감사 용서로 관계 원만
“들뜨지 말고 온정 나누자”

렇게 업을 떡가루 치듯 체로 걸러내면 올 한해 삶의 손익 결산서가 나옵니다. 그 손익은 내년을 잘 살게 하는 밑천입니다. 선업은 더욱 북돋우고 악업은 마음을 바꾸고 행이 달라지면 선업이 됩니다. 12월은 반성과 참회와 감사 속에 신년계획을 세우는 달입니다.

*12월을 송년모임의 달로 여겨 이 모임 저 모임 분주하게 다니면서 모임의 횟수를 과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들뜬 연말 분위기에 상대적으로 외로워 하거나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도 많습니다.

송년모임은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끼리 조촐하게 갖고, 외롭고 추운 곳에 온정을 나누면서 올해를 마무리 하면 새해가 따뜻하고 밝게 시작될 것입니다.

인디언의 달력을 보면 부족에 따라 12월을 침묵하는 달, 무소유의 달,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이라고 부릅니다. 침묵은 마음속의 생각이 멈추는 것입니다. 마음의 여백이 확장되는 비움입니다.

소유에 얽매이지 않고 가진 것을 덜어내는 무소유도 침묵과 다르지 않습니다. 집착하지 않고 마음도 물건도 비우는 자리입니다. 시시비비도 떠나고 갈애도 내려놓은 빈 마음입니다. 빈 마음으로 뚝뚝 부러지는 겨울나목을 바라봅시다.

*12월은 1년을 총체적으로 반조하는 거울입니다. 참회의 달이고 감사의 달입니다. 우리는 행주좌와 어묵동정을 도량삼아 몸과 입과 뜻으로 행복도 만들고 불행도 만들었습니다.

그 업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 손익계산을 하면서 내가 지은 허물을 참회로 말끔히 씻어내어 업장이 소멸될 때 올 한해 총결산이 마무리 됩니다.

나홀로 참회가 아니라 미안한 사람에게 사과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감사합시다. 나를 불편하고 섭섭하게 한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합시다. 이들에게 연말에 연하장이나 전화로 진심을 담아 인사하면 관계가 원만해지거나 더욱 돈독해 집니다. 지금까지의 나와 인연있는 모든 존재들에게도 감사합시다. 여기서 내 삶은 다시 새로워 집니다.

12월의 거울을 맑게 닦아 청정심으로 2019년 새해를 맞이 할 때 진정한 송구영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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