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각층 인사 만나 나눈 대담집
불교 TV 프로 '내비둬 콘서트' 바탕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인 일감 스님<사진 아래>이 나이와 직업, 종교를 불문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지금 바로 있는 그 자리가 온전하게 빛나는 존재의 자리, 행복한 모습임을 밝혀가는 대담집을 펴냈다. 

그대로 행복하기/일감 스님 지음/문학의 문학 펴냄/1만 4500원

이 책은 일감 스님의 화두인 그대로 ‘내비둬’를 삶의 현장서 풀었다. 내용은 불교 TV서 100회방영된 <내비둬 콘서트>를 바탕으로 방송서 제대로 전달치 못한 내용과 근황 등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일감 스님이 묻고 여러 지성과 예술가, 그리고 삶의 장인들이 답하는 행복에 대한 탐구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그대로 놓아두어도 절로 자라고 행복하고 빛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대담자들이 진솔하게 펼쳐놓는 열정적인 삶의 모습들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을 느낀다. 

나무는 언 땅에 발을 묻고 눈바람을 견디면서 봄에 피울 꽃을 안으로 장만한다. 남극의 황제펭귄 수컷들은 새끼와 알을 지키기 위해 영하 60도의 혹한을 허들링(huddling)으로 체온을 나눈다. 나무와 새들 뿐인가. 오늘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묻는다면 몇이나 답을 할 수 있겠는가. 일감 스님의 화두 <내비 둬!>는 이 시대의 지성들과의 문답을 통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비쳐준다. 꽃은 아름답지만 나무의 고통이 낳은 것이요 수컷 펭귄은 긴 고통의 날을 겪었지만 어미와 만나는 새끼들을 보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그렇다. 일감 스님은 아주 낮은 음성으로 그러나 따뜻하게 영혼의 울림으로 고통 속에 행복이 있고 행복 속에 고통이 있음을 들려준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시대의 손님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나누어주는 일감 스님이 고맙고 고맙다.

일감 스님이 내비둬 콘서트를 통해서 만나본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존재의 의미와 열정을 지니고 성실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생의 구도자들이었다. 대담집을 읽다보면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두어도 저절로 완전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빛나는 삶을 견성하는 기쁨을 같이 누릴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지금 바로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언제나 여여하게 밝게 빛나고 있는 본래 면목을 바로 보고, 날아가 버린 파랑새를 뒤쫓듯이 행복을 찾아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서 멀리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각계의 인물들이 독존의 자리에서 찾은 행복한 삶의 말씀들은 영혼을 울리는 종소리처럼 깊고 그윽하다.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스스로 물어봤어요. 왜 내가 행복할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돈 걱정 별로 안 해도 되고, 직장도 괜찮고, 가정도 있고... 그런데 실제로 저한테는 큰 도전도 없고, 편안하게 주말되면 TV 보는 그런 식의 생활만 계속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오히려 불행했던 기억이 나요. 저는 그런 시절을 ‘고통스러운 행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나 운동을 하면 그 고통들은 ‘행복한 고통’이었어요. 고통 속에서 행복을 느끼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행복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고요” (김기중 사이클리스트)

“어린아이가 물어보죠. 어른들한테 무섭지 않냐고. 어른들은 모자처럼 생겼기 때문에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대답했죠. 예술도 똑같아요. 어린아이가 뱃속의 코끼리를 그렸듯이 그리는 게 예술가인데 그대로 보면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구렁이 뱃속에 코끼리가 들어갑니까? 그런데 어느 쪽을 보고 사람들이 기뻐할까요? 아! 맞아. 구렁이 뱃속에 코끼리를 그린 걸 보고 씨익 웃겠죠. 재미있고. 그런데 그걸 모자라고 말했던 건 반성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 내가 왜 저걸 몰랐지? 저걸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세계. 그 세계를 저희가 열려고 하는 것이죠.”(육근병 설치미술가)

“우리는 음악이 시간을 균등하게 잘랐잖아요. 시간을 균등하게 잘라가면서 연주하는 건 훈련의 결과예요. 그러나 저는 이게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결과로 나오거든요. 내 마음에 의해서 내 몸이 내 마음에 의해서 움직이게 길들여서 습관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무장해제해서 내 마음을 자유롭게 놓고 그대로 아무것도 걸리지 않게”(임동창 풍류피아니스트)

이 책의 저자 일감 스님은 책 속에서 자연의 존귀함도 말한다. “세상의 모든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위에 있는 것 같고 사람만이 최고의 생명인 것처럼 우리는 착각하기 쉽습니다. 만약에 우리 주변에 자연이 없고 사람 외에 다른 생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될 겁니다. 온 우주 법계가 한 점의 가치라도 온전하게 함께 사는 세상 그것이 바로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고 또 그런 것이 부처님과 역대 성인들이 말씀하시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주변에 작은 동물들, 식물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들까지도 다 한생명이다 이런 생각 가지시고 따뜻한 눈길로 동물들을, 자연들을, 식물들을 바라보는 그런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또한 일감 스님은 자비심에 대해서도 어떤 종교보다 우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종교가 들어와 있습니다. 종교백화점이라 할만큼 들어와 있는데 어쨌든 지금까지는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크게 문제가 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종교를 갖는 목적은 내 자신의 괴로움도 해결하고, 주변 이웃과 사회, 어쩌면 온 우주의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 종교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사랑하는 마음과 베푸는 마음과 함께한다는 마음을 먼저 가진다면, 종교보다 더 우선하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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