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첸 코리아(대표 용수)의 초청으로 방한한 아남툽텐 린포체는 127~8일 국제선센터에서 로종수행법회를 진행한데 이어 129~14일 백담사에서 마음의 본성집중 수행을 개최했다. 이 수행에 참여한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이 자신의 수행 체험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아남툽텐 린포체는 12월 9~14일 백담사에서 '마음본성' 집중 수행을 개최했다. 사진= 김영란 소장 제공

어려움에 빠졌을 때 흔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위안을 삼곤 한다. 실제 어려움이 계속되지도 않거니와 지나갈 것이라고 믿으면 어려움 뒤에 따라오는 두려움이나 불안, 슬픔에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어떤 괴로움도 저절로 사라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어떤 괴로움이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 쉼이 온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괴로움에 짓눌려 살수가 없을 것이다. 늘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고통의 소멸도 늘 경험한다. 아남툽텐 린포체는 자연스러운 고통의 소멸을 열반이라 하고 일상에서 늘 열반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신다. 흔히 열반이라고 하면 먼 미래에 명상이나 뭔가 오랜 수행 끝에 얻을 수 있는 초월적이고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린포체는 이번 생에는 도달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그 경지를 인간적 체험으로 설명한다. 즉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분노나 아픔이나 고통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으면서 놀라운 휴식을 취하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마음의 본성이며 무시이래 빛나는 순수한 마음의 본성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미 나름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또 묻는다. 린포체는 6일간의 수행 중 하루를 온전히 의문과 의심의 화두를 갖고 물음을 던지는 것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셨다. 머리로 아는 지적인 작업이 아니라 존재의 가장 깊은 곳, 가슴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그 답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번 집중수행의 주제인 마음의 본성을 체험할 수 있는 3가지 방편으로 자연스러운 마음을 쉬는 것’ ‘의심을 갖고 묻는 것’, ‘헌신을 설명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너무 쉬워서 기법없는 기법이고 방편없는 방편이다.

린포체는 마음의 본성을 체험하는 족첸수행에 대해 재미난 비유를 들었는데 건강을 위해 사람들은 헬스클럽에 가서 열심히 땀흘리고 운동하고 요가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족첸수행은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다 잠자고 나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

어쩌면 이 순수자각, 알아차림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 또한 방편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붓다의 마음이라고 하면 멀리 느껴지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고 너무나 탁월해서 접하기 어려운 의식상태라고 보는 데 사실 우리 의식도 본래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기반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믿음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나 명상을 하면 신성한 존재가 될 거라는 개념, 승화되어 더 좋은 존재가 될 거라는 개념, 더 자비롭고 성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마음의 본성 수행은 우리 마음이 순수하다는 것, 이미 완벽하기에 온 존재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투쟁하고 노력해서 바꾸려하거나 초월하려는 마음, 붙잡는 마음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짜증나거나 분노하는 마음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상호 의존적이며 연기적인 것임을 아는 것이다.

우리의 주의를 내면으로 가져가면 조건없고 심오한 의식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언어로 표현되기 어려운 족첸수행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고귀한 시나 은유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기회, 지난 6일간 언어를 뛰어넘는 깨우친 스승으로부터 법을 배우고 함께 수행하였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을 허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나 두려움에 휩싸여 좌절하기도 하겠지만 조금씩 미세하게 삶이 달라지는 기쁨을 맛보며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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