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세포를 춤추게 하라/정연 재마 스님 지음/불광 펴냄/1만 7천원

‘사무량심(四無量心)’은 수없이 많은 중생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무량한 복을 주는 네 가지 이타의 마음이면서, 보살이 지닌 네 가지 자비심을 말한다. 이는 조건 없는 사랑의 마음인 자애, 고통을 겪는 사람이 거기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인 연민, 다른 사람에게 생긴 좋은 일을 함께 즐거워하고 축하하는 기쁨의 마음과 좋고 싫음에 대한 분별이나 혐오와 같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마음이다. 불교에서는 이 네 가지 마음이 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하며 수행을 통해 계속해서 키울 것을 권한다. 

하지만 이를 증장시켜야 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힘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무량심을 키움으로써 다스릴 수 있는 감정인 분노와 혐오, 열등감과 시기심 같은 것은 가장 쉽게, 또 자주 일어나는 감정이면서 스스로를 괴롭혀서 편안하지 못한 상태로 만드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면 결국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하면 몸도 편해진다. 그러므로 사무량심은 모두 함께 잘 어울려 살기 위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이다.

행복 위한 네개 마음, 사무량심
쓰고 그리며 집중한 감각과 마음
소마틱스 결합한 신체 치유 안내
몸·마음 치유 관심과 경험 녹여


이 책에서는 사무량심 각각이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어떻게 작용해 사라지게 하고, 또 그렇게 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생긴 내 몸의 문제가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살핀다. 더불어 사무량심을 키우는 ‘특별한’ 방법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명상 혹은 불교 수행 관련 도서들이 사무량심 증장법으로 ‘정(靜)적인’ 명상을 제시하는 것과는 다른, 활동적인 방법을 전하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명상이란 가만히 앉아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각과 마음에 집중하는 정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상이 익숙하지 않거나 감각이나 마음에 집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러한 명상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상을 하는 방법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한다고 해도 집중력이 부족해서 진득하니 유지할 수 없다거나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재미가 없어서, 허리 혹은 다리가 아파 한 자세로 있을 수 없다거나 등등 명상을 하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자신의 마음과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는 등 심리 치료의 한 방법인 표현예술 치료에서 차용한 방식을 바탕으로 사무량심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방법은 바로 ‘움직임’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우리나라서 ‘몸 치유’ 또는 ‘자가치유’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소마틱스(somatics)에 그 바탕에 두고 있다. 소마틱스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진화하는 몸을 가리키는 ‘소마(soma)’가 스트레스나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적인 문제나 신체 기능 저하 등으로 생긴 몸의 불편을 해소하고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둔 이론이다. 이 책에서는 소마틱스의 활동과 사무량심 명상을 함께 소개한다. 움직임을 통해 분노나 혐오, 집착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내보내고, 그 빈자리에 자애와 기쁨 등 긍정적인 감정을 채우는 식이다. 그리고 실천법으로 특정 상황에서 하면 좋은 여러 난이도의 움직임을 찬찬히 소개한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인 〈사무량심의 가치 재발견과 체화 프로그램 개발〉(중앙승가대, 실천불교 전공)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듬고 보충했다. 그래서 이론적 바탕이 되는 개념에 대해 알기 쉬우면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실천 방법에 대한 설명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와 더불어 저자가 완화의료병동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나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 있어 에세이를 읽듯 편안하게 보면서, 자연스레 소마 사무량심 명상을 해보려는 마음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연 재마 스님이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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