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이 시기가 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 미담들이 언론 매체들을 통해 보도된다. 

18년째 돼지저금통에 기부하는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의 ‘얼굴없는 기부자’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까지 5억여 원의 기부금을 주민센터에 전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는 6년째 쌀을 전달하는 익명의 농부도 있다고 한다. 

최근 동국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동국대에 따르면 12월 5일 본인의 이름을 절대로 밝히지 말아달라는 불자가 대외협력처를 방문했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2억 원을 쾌척했다. 독실한 불자인 그의 자비행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2009년 3억 원, 2017년 2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태도였다. 장학금 기부가 “부처님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힌 익명의 불자는 “기부는 절대 대가를 바라면 안된다. 재물은 내 것이 아닌 부처님 가피로 얻은 것이기에 수입의 90%를 보시하고 있다”고 했다. 

동국대는 기부금을 기부자의 뜻에 따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부는 대가를 바라면 안된다”는 그의 말에서 ‘집착없이 베푼다’는 ‘무주상보시’의 진정한 의미를 만난다. 보시는 수행의 결실과 함께 구제받지 못한 세상의 모든 유정물을 구제해 준다는 이타의 서원(誓願)이자 이타행의 극치다. 

어느 누구에게 드러내지 않으며 보시를 하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보살이다. 올 연말 우리도 ‘얼굴없는 보살’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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