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언급, 도미니카 시민권 문제 걸려

미국에서 설법 중인 17대 까르마빠. 사진출처=까르마빠 공식홈페이지

달라이라마를 이어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17대 까르마빠 오걘 틴레 도제(34)의 거취를 두고 오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까르마빠 자신은 인도로 귀국하길 바란다고 인도정부 관계자가 언급했다.

12월 6일 ‘티베탄 저널’ ‘더 힌두’ 등의 현지 매체들은 인도정부 티베트위원회의 전임고문 아미타브 마투르(Amitabh Mathur)의 인터뷰를 통해 까르마빠의 거취에 대한 문제를 보도했다.

난민증명서 포기 의사 걸려
인도당국과 대화 더 길어져
티베트 내 안 좋은 루머도
그의 부재 티베트에 악영향


까르마빠는 지난해 5월 전법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래 미국에 머물고 있다. 미국망명설이 한때 대두됐으나 지난 7월, 라디오 자유 아시아(Radio Free Asia)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서 열릴 티베트 불교지도자 회의에 참석을 위해 귀국할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특히 이 회의는 티베트 4대 종단의 수장들과 원로들이 모여 달라이라마의 후계자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는 기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1월 29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회의가 닝마파 종단 종정 까톡 게쩨 린뽀체의 갑작스런 입적으로 무기한 연기, 까르마빠의 귀국도 무산됐다.

마투르 고문은 까르마빠의 귀국문제에 대해 “까르마빠는 인도로 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며, 오는 1월 말 부다가야에서 열릴 법회를 주재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또 “만약 법회기간 중에 귀국이 가능하고, 그 사이에 불교지도자 회의가 재개되면 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관해 인도 내무부 관계자는 까르마빠의 귀국문제 대해 “올해 초 까르마빠가 어떠한 언급도 없이 망명티베트인 신분을 포기하고, 도미니카 공화국의 시민권을 취득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까르마빠는 이미 여러 차례 인도귀국 비자를 요청했으며, 인도 정부가 발급한 난민증명서를 반납하겠다는 서신을 뉴욕의 인도 대사관에 발송했다. 까르마빠가 인도로 귀국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난민증명서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인도정부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인도당국과 까르마빠 간의 교착상태가 그의 귀국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마투르 고문은 인도당국의 회신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까르마빠는 모종의 압력을 느끼고 있다. 까르마빠가 귀국하기 위해서는 달라이라마와의 확고한 연계를 재확인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까르마빠의 귀국에 대한 혼란은 티베트 불교 공동체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까르마빠의 귀국이 늦어지면서 여러 루머들이 돌고 있다. 이번 불교지도자 회의가 무기한 연기된 것도 사실은 까르마빠가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티베트 망명정부 관계자들은 까르마빠의 부재가 회의 연기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그를 포함하지 않고 회의 재개를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투르 고문은 “회의 연기가 까르마빠에게 원인이 있다는 말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하며 “오히려 네팔과 스리랑카 불교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중국정부와의 정치적 민감성이 더 큰 요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까르마빠의 귀국과 거취문제를 두고 티베트 불교계와 인도-중국 간의 정치적 민감성이 고조 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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