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화엄경(華嚴經) 1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바로 〈화엄경〉이다. 모든 문장이 명쾌하고 박진감 넘쳐서 좋다.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이 넘치는 경전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야할 길을 네비게이션처럼 확실하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에 앉아 시동을 걸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혹은 네비게이션만 켜놓고 출발하지 않는다면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이처럼 실천하는 행동력을 상세히 보여주는 경전이 〈화엄경〉이다.  

나는 올 해 봄부터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젊고 활기찬 학인스님들을 화엄의 세계로 안내하며 그들이 세상 속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인연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방법론을 가르치며 그 길을 함께하니 말 할 수 없이 좋다. 

지금 수행을 시작한 이들에게 놓인 많은 갈림길에서 혹여 길을 잃거나, 확신 없이 막연히 흐름을 따라가거나, 살아있는 수행을 하고 싶거나, 심지어 모두 멈추고 싶은 그 때에 나는 이들 모두를 부처님의 광명 속으로 인도하고 싶다. 〈화엄경〉은 모든 수행을 안내하는 교과서라서 행복을 찾는 확신으로 가득 찬 삶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불교는 부처님이 만나신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수많은 경전들이 존재한다. 이 많은 경전들을 다 포용하며 중생이 부처님이 되는 큰 그림을 그려가는 가르침이 〈화엄경〉이다. 다른 경들도 모두 각 분야에서 뛰어난 경전들이지만 다 깨달음과 행복으로 가는 조각들이다. 〈화엄경〉은 이 조각을 다 모아서 하나로 만든 완성된 퍼즐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세계성취품’과 ‘화장세계품’을 통해 세계가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것을 보여주며 존재가 이루어진 것은 인연 따라 만나고 흩어진다는 연기(緣起)가르침으로 나를 돌아보게 한다. 마치 나의 몸이 100조의 세포로 이루어져 나라는 사람이 된 것처럼 공존만이 살 길임을 알게 한다.
 

힘든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성제품’과 ‘여래명호품’ 그리고 ‘광명각품’을 통해 모든 괴로움을 푸는 열쇠인 사성제인 고집멸도의 가르침을 주신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여 중생의 안목을 버리고 부처님의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하여’
첫째, 가장 행복한 길을 보여주시는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지니는 법에 관한 십신(十信)이다.

둘째, 일체중생은 모두 부처님의 성품을 지녔으니 삶의 바라보는 마음가짐인 불자의 가치관 십주(十住)다. 

셋째는 행복한 마음으로 사는 열 가지 실천 법인 십행(十行)을 시작하게 한다.

넷째는 실천하는 동안 행복해졌으니 그 행복을 나누는 십회향(十廻向)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다섯째는 행복을 나누는 동안 자존감이 높아져 생겨나는 불협화음을 아름답게 하모니를 이루도록 해주는 마음의 지혜나눔인 십지(十地)의 길에 들어서게 한다.

여섯째는 몸도 마음도 모두 행복하니 주변에 모인 모든 이들도 평등하게 행복해 진다. 부처님이 보시는 곳을 보고 있는 등각(等覺)의 경지에 오르지만 아직 내 것은 아니다.

일곱 번째는 세상에 머물되 세상에 물들지 않으며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부처님이 탄생하니 묘각(妙覺)의 경지다. 묘각은 중생이 보살이 되고 보살이 부처님이 되어 다시 중생곁으로 돌아오신 것을 말한다. 이렇게 52가지 방법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화엄경은 다시 한번 선재동자의 순례를 통해 우리에게 확실하게 행복을 이루게 하고, 그 길의 결론을 보현의 행원으로써 지금 이 순간 우리도 중생에서 바로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필요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져 있으며 매 순간 십바라밀을 실천을 권한다. 〈화엄경〉 결론은 ‘보현행원(普賢行願)’이다. 고통에 빠진 우리들을 구하러 오신 부처님을 기억하고 우리도 부처님처럼 사는 방법인 보현행원으로 멋진 인생의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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