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비다선 차명상
4) 차명상의 네 가지 틀

행다의 알아차림

직관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아는 인식이다. 있는 그대로 아는 힘으로 모든 존재를 추론할 수 있다. 추론하는 것은 사유 분석하여 통찰하는 것을 말한다.

직관을 통하지 않고 추론하는 것은 그 대상을 오류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반대로 직관을 통해 바르게 알았다면 그 앎을 토대로 대상을 사유 분석했을 때 그만큼 오류를 줄이고 왜곡에서 벗어나는 통찰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행다의 알아차림은 차명상의 바탕이 된다. 상상과 이야기 속에서 일어나는 명상의 여러 가지 현상들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힘에 바탕을 둘 때 집중과 사유 통찰과 자비, 그리고 이 모두를 회통하여 일미를 깨닫게 한다.

사유통찰-지혜

()를 매개로써 인간관계, 인연관계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자체가 바로 지혜이다. 지혜가 있으면 차의 색··미를 맛본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자유롭다. 흔히 우리들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대로 진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진실을 알기 위하여 겉모양의 틀을 깨트리고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그것을 포착하여 알게 하는 것이 분석사유이다. 마치 추리소설속의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 범인을 잡기 위해 조그마한 단서를 추론하여 범인을 잡아내는 것과 같다.

이미지를 시각화 하는 상상

꿈과 상상과 현실은 장소만 다를 뿐 인식하는 것이 같기 때문에 신체적 반응이 같게 나타난다. 꿈속에서 강도를 만나면 땀 흘리고 도망가기 바쁘다. 실제로는 꿈일 뿐이지만 신체적 반응이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물며 상상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꿈과 상상과 현실은 같다고 하는 것이다. 상상이라는 환경 속에서 집중인식과 사유분석의 인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이다.

스토리

명상을 통하여 다르마의 이치가 드러나면 착각과 왜곡과 잘못된 견해가 없어진다. 효과적으로 착각과 왜곡과 잘못된 견해를 소멸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로써 무상, 상호의존, 공 등의 다르마를 내용으로 한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공과 연기, 무상, 그리고 오직 마음뿐, 밖의 경계가 없다는 이치를 드러내는 지혜가 매듭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매듭이 자성청정한 마음의 본성을 자극하여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이것이 차명상의 특징이다.

이야기는 지혜와 자비를 일으킨다. 매듭과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흐름은 무상과 상호의존과 인과로서 있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닌 중도의 흐름이며, 한마디로 다르마의 흐름이다. 매듭은 번뇌 망상과 망념의 매듭이자 다르마를 아는 지혜의 매듭이다. 자비와 지혜에 의해 망상과 망념이 녹고 번뇌의 뿌리를 잘라 가면 속박하고 있던 번뇌의 매듭은 사라지고 그 매듭이 다르마를 아는 지혜와 자비의 매듭으로 바뀐다. 자비와 지혜의 내용이 다르마이기 때문이다.

명상 중에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는 물과 바람이 있고 형상 으로 풍광이 있다. 이 모두는 비유와 상징과 심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은 그 영향을 받아 아뢰야식의 종자들이 현상으로 나타난다. 모두 본인의 심리현상이다. 그런데 이를 현상으로 보는 것은 망상과 망념이 반응하여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반면 상징과 비유와 심리의 내용은 다르마를 지칭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현상을 무상, , 무아, 상호의존 등 다르마로 볼 때 마음(망상 망념)의 흐름은 멈추게 된다. , 지혜가 생기고 자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명상 틀의 구성요소는 무상, 상호의존, 공 등의 다르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차명상의 수행의 정도에 따라 깨달음과 자유라는 체험으로 나타난다.

비유하자면 대나무는 비어 있다. 비어 있기만 하면 대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매듭이 있기 때문에 대나무는 더 높이 자라난다. 마찬가지로 대나무의 비어있음은 공성에 비유한다면 매듭은 공성을 아는 자비와 지혜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지혜와 자비의 매듭으로 인하여 대나무에 비유되는 수행자는 정신이 성숙해지면서 깨달음이 일어나고 자유로워지게 된다.

언구

차명상의 멘트의 언구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다르마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차 명상 스토리는 언구로부터 출발하고 언구를 떠나 다르마의 뜻으로 들어간다. 언구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견해가 무너지면서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 마음의 변화는 명상중 이해로 나타난다. 체험이 있다는 것이며 그 체험에서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처음은 언구를 통하여 내용을 파악하고 두 번째는 내용의 뜻을 알아차리고 세 번째는 뜻으로 들어간다. 내용이 파악되면 언구를 떠나는 것이며 뜻을 알게 되면 그 내용을 떠나는 것이며 뜻으로 들어가면 그 뜻을 버리는 것이다. 물론 언구를 통하여 바로 뜻으로 들어가는 것이 최상이다.

그래서 수행자는 처음 길잡이의 언구의 멘트를 통해 명상하고 다음에는 자기 자신에게 언구의 멘트를 하고 그 다음에는 멘트 없이 명상하여야 다르마의 뜻에 들어갈 수 있다.

차명상 틀의 요소

첫째는 비유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서는 비유가 필요하다. 비유는 설명하기 힘든 수행체험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깨달음의 평등을 표현하기 위해 허공과 같다라고 허공을 비유하여 표현한다. 감로차 명상과 오색차 명상에서 차의 색··미가 모래에 물이 스며들 듯이라고 비유하고 색한마음 다선의 찻물의 맑고 투명함의 비유는 거울과 허공이다.

둘째는 상징이다. 다실 꾸미기 명상에서 집은 오온(五蘊)을 상징하며 명상정원은 수행 중의 내면을 상징한다. 시냇물은 생사, 탐진치를 상징하며 여섯 징검다리는 육바라밀, 연못은 선정, 연꽃은 깨달음, 빈 마당은 공성, 다실은 완전한 깨달음을 상징한다. 색한마음 다선에서는 찻잔-옹달샘-연못-호수-바다-하늘은 몸을 상징하며 찻잔의 찻물이 맑고 투명함, 연못의 물-호수의 물-바닷물-하늘의 텅 빔의 맑고 투명함은 마음의 본성을 상징한다.

셋째는 심리다. 행다선에서 모든 행다하는 행위에는 본인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오색차 명상에서 색채는 심리이다. 색한마음 다선에서 찻잔과 하늘까지의 이미지는 본인의 심리 현상이다. 차명상의 상상과 이야기가 모두 심리로 이루어져 있다.

넷째는 다르마(). 다르마는 상호의존 인과 변화(無常불만족(자아 없음(無我) 자성 없음()이다.

행다선에서 의도가 원인이 되어 행다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실 꾸미기 명상도, 오색차 명상도, 색한마음 다선도 모두 인과로 이루어져 있고 인()과 과()의 상호 의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변화·불만족·자아없음·자성 없음 등의 다르마가 차명상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차명상의 모든 명상 틀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틀로 나타난 명상수단

결과이면서 수단이라는 것은 알아차림이 계()가 되고 알아차림이 익으면서 집중이 되어 정()을 이루고 정을 의지하여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혜는 차명상의 틀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면서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 상승하는 수단이 된다. ··혜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일미(一味)를 아는 지혜가 잠재되어 있는 마음의 무한 잠재능력과 가능성이 발휘되면서 범부가 성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말하자면 알아차림을 통한 감각기관의 단속인 계는 차명상의 틀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이면서 명상수단이 된다. 첫째, 행다할 때 대상에 반응하는 느낌과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릴 때 집중의 토대가 되는 감각기관을 단속하여 도덕적인 계를 이룬다. 계에 의지하여 일어나는 번뇌의 고요한 삼매()는 명상대상에 대한 알아차림이 익어가는 현상으로 집중이 생긴다. 집중은 찰나삼매를 일으키고 본삼매에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이다. 삼매는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온다. 모든 수행의 단계는 삼매 속에서 이루어진다.

알아차림 속에서 삼매가 일어나면 무상··무아를 아는 지혜가 생긴다. 변하는 것은 불만족스럽고 불만족은 뜻대로 안 된다. 그래서 주재하는 자아가 없는 무아이다. 이렇게 무상··무아의 지혜가 생기면 번뇌 속박은 풀어지고 자유가 온다.

차 명상으로 끝으로 자비선 명상의 연재를 마친다. 자비공관 명상에 대한 것은 다음기회가 있으면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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