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불교사회硏 세미나서 일선 교사들 토로

현재 시판 중인 검인정 교과서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살펴보니 국정교과서 시절 〈국사〉와 불교 서술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관성적 서술로 검정교과서에 올라오니 어려운 불교한자용어가 그대로 사용됩니다. 현재 한글 전용세대에게 한자용어는 그냥 외계어입니다.”

현재 역사 교과서에서 불교 관련 서술은 과거 국정교과서에서부터 이어져 온 관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유 한자 용어는 암기요소에 불과해 학생들이 불교를 어렵게 인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는 김영주 국회의원실과 함께 12월 5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불교관련 서술체재와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화쟁·중관·유식 등 전문용어
교사·학생 모두 이해 어려워
“한글 세대에 한자는 외계어
‘불교 어렵다’ 인식만 가중돼”
사상 중심 윤리도 마찬가지

집필자·교사 위한 자료 시급
종단 차원 연수·자료집 개발
일선 지도교사에게 제공해야

12월 5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개최 세미나에 참가해 발표한 조왕호 대일고 교사(사진 왼쪽)과 고기홍 동국대 부속 영석고 교사.

이날 조왕호 대일고 역사교사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고기홍 동국대부속 영석고 역사교사는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분석해 발표했다.

조왕호 교사는 고교 역사교과서 불교 서술이 지나치게 관성적이고, 어려움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예를 든 것이 통일신라기 서술이다. 대부분 교과서들이 원효·의상 등의 사상들만을 기술하고 있으며, 이는 오랜 관성의 산물이라는 게 조왕호 교사의 주장이다.

조왕호 교사는 “화쟁 사상의 경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화쟁 사상을 한국사 교과서에 서술해야 한다면, 이것을 학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 이는 교사 개인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중관·유식 등 전문적인 불교용어 역시 학생과 교사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한글 전용 세대 학생들에게 이 같은 용어는 암기사항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학생들에게 ‘불교는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중학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고기홍 교사는 교과서 마다 서술의 소재, 내용 등이 천차만별이며, 이 같은 편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럼에도 현재 학생들에게 교과서 내 불교는 여전히 ‘어려운 종교’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함을 분명히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선 교사들은 교과서 집필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종단 차원의 자료집과 교사들의 교육 참고 자료 발간·배포와 관련 교사 연수 프로그램들을 제안했다.

고기홍 교사는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역사 관련 기관에서도 풍부한 콘텐츠로 교사 연수를 진행하지만, 불교문화재 관련 연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불교학술단체에서 불교문화재에 대한 연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사들의 불교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나리 동대부속고 교사도 “관성적 불교 기술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며 “종단 차원 교육 자료집을 제작해 일선 교사들에게 배포하고 이를 참조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는 김영주 국회의원실과 함께 12월 5일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불교관련 서술체재와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교과서 불교서술 수정 등의 활동을 펼쳐온 전문가들도 한자 중심의 표현을 교과서에 풀어쓰는 게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을 위한 참고자료를 제작해 현장서 용어의 이해를 돕는 게 순서임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교과서 불교서술을 바로잡는 데 힘써온 김형중 동대부여고 교장은 “예전에는 정혜쌍수나 돈오점수 같은 표현을 당연한 듯 썼지만 사실상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거부감을 준다. 암기형식의 표현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교과서 집필진이 표현을 풀어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용어해설집 등을 종단 차원서 마련해 출판사에 배포하는 단기적 계획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역시 “한글반야심경의 해석을 놓고 여전히 분분한 것처럼 교과서 내 불교 고유 용어를 한글로 바꾸기엔 무리가 따른다. 다만 지도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교서술은 비단 역사교과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상을 담아내야 하는 윤리교과서 또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다.

이에 대해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윤리 분야에서는 철학적 개념이 많아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교과서 집필자 중 불교전공자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교과서 집필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들조차 불교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을 위한 참고자료 제작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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