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부처’ 키워낸 교정교화 어벤져스
‘소년부처’ 키워낸 교정교화 어벤져스
  • 글=윤호섭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승인 2018.12.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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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소년원 봉사단체 안양계
안양계는 안양시 소재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에서 불교반을 운영하는 봉사모임이다.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정토이자 안양소년원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진은 11월 10일 서울 관악구 참나선원에 교정교화 관련 교육 연수를 위해 모인 스님과 재가자들을 함께 찍은 것이다.
안양계는 안양시 소재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에서 불교반을 운영하는 봉사모임이다. 아미타불이 살고 있는 정토이자 안양소년원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진은 11월 10일 서울 관악구 참나선원에 교정교화 관련 교육 연수를 위해 모인 스님과 재가자들을 함께 찍은 것이다.

교정전법 지원 절실불교 쉼터 필요

소년(少年)은 많은 것들의 미래다. 좁게는 한 가정, 넓게는 한 나라 그리고 전 세계의. 하지만 미래를 보려하지 않는 소년들이 있다. 당장 처한 현실이 괴로워 미래를 내다볼 여력이 없는 이들이다. 아픈 소년, 마음이 많이 아픈 소년이다. 마음 아픈 소년들은 결국 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 자신의 잘못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픈 마음이 치유되지 않으니 잘못을 반복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연기(緣起)랬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마음 아픈 소년이 저지른 잘못의 원인은 아픈 마음에 있고, 아픈 마음은 그 이전 무엇인가가 원인이다. 부처님은 색((((()을 비추어 모든 것이 공함을 알면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하셨지만 소년에겐 그만한 역량이 없다. 그래서 스님들이 나섰다. 스님들은 소년의 아픈 마음을 쓰다듬으며 왜 아픈지, 그리고 아프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한다. 청소년 교정교화를 위해 활동하는 비구니 스님과 재가자들의 모임 안양계(安養界)’. 지난 1110, 청소년 교정교화 관련 교육 연수를 위해 서울 관악구 참나선원에 모인 안양계를 만났다.

따로 또 같이
안양계의 주 활동무대는 안양시 소재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정심학교는 소년법에 따른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은 여성청소년이 입소하는 시설이다. 안양계라는 단체 명칭은 아미타불이 살고 있다는 정토라는 불교용어면서도 안양시의 안양(安養)과 같은 한자다. 열반의 다른 표현인 안온, 극락정토를 의미하는 안락국 등의 뜻도 담았다.

대표는 조계종 교육아사리 재마 스님이 맡고 있으며 회원으로 무관 스님(경찰병원 지도법사), 지선 스님(사회복지사), 성윤 스님(속리산 탈골암), 청하 스님(중앙승가대 학인) 등이 활동하고 있다. 선문 스님(조계종 총무원 사업국장)은 지난 봄 NGO 로터스월드의 캄보디아 씨엠립아동센터 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출국해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안양계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동안 진행되는 종교활동 시간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법회를 연다. 1주차에 지선 스님, 2주차에 무관 스님, 3주차에 청하·성윤 스님, 4주차에 재마 스님이 번갈아가며 법회를 주관하고, 사찰 봉사자들도 힘을 보탠다. 주차별로 개별 활동을 하면서도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다같이 모이는데, 마치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를 연상케 한다.

안양계의 정심학교 법회는 일반사찰 법회처럼 삼귀의례와 반야심경 독송, 사홍서원을 하지만 미술·음악·명상 등 여러 분야를 접목해 아이들과 교감한다. 여기에는 도서출판 솔바람 대표 동출 스님이 지원한 만화책과 조계종 포교원 만다라북 등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조계종 교육원 승가결사체로 등록되면서 700만원 상당의 지원금 대상 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성청소년 교정교화 앞장
정심학교 불교반 하던 스님들
의기투합해 봉사단체 조직해
매주 번갈아가며 법회 주관
음악·미술·명상 접목 눈길

조계종 승가결사체 등록
종단 재정적 지원 받기 위해
안양계이름 짓고 활동 펼쳐
사찰봉사자들도 함께 힘 보태
그래도 여전히 인력은 부족

안양계 스님들이 교정교화를 위해 의기투합한 건 2014년경. 하지만 정심학교 봉사에 나선 배경은 제각기 다르다. 대표인 재마 스님은 2011년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소개로 정심학교를 알게 됐다. 재마 스님은 서울대 총불교학생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었다. 당시 정심학교에는 대한불교진흥원의 대원불교문화대학 재가자들과 수원 봉녕사 학인스님들이 봉사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지도법사가 없었고, 봉녕사 출가자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정심학교 교화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재마 스님은 이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정심학교 아이들이 그냥 예뻤어요. 보통 소년원이라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든데 아이들은 참 순수했거든요. 호기심 많고 잘 웃고, 무엇보다 다른 아이들보다 표현력이 굉장히 솔직했습니다. 상대방 입장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중요시하고 잘 아는 것 같았는데, 성격에 따른 장단점이 확 느껴졌죠.”

재마 스님은 정심학교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이처럼 회상했다. 그 시절 불교반에는 30여 명의 아이들이 찾아왔다. 전체 학생이 150명 수준일 때였다. 아이들은 짧게는 반 년, 길게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정심학교에서 보냈다. 그런데 유독 입소기간을 다 채우고 나간 아이들이 다시 입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대상이 부정적으로 낙인찍히면 실제로 점점 더 나쁜 행태를 보인다는 낙인효과였을까? 안양계 스님들에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던 소년들은 바깥보다 차라리 정심학교에서 지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다시 잘못을 저질렀다. 몇몇 학생들은 잔여 입소기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켜 연장하곤 했다. 안양계 스님들은 이런 현상이 마음 아팠다.

정심학교에 더 오래 머무르려 하거나 다시 입소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적 문제로 인해 돌아갈 곳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으니까요. 한 친구는 4번이나 정심학교에 입소하기도 했죠. 안양계는 아이들이 다시 이곳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심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는 겁니다.”

재마 스님과 비슷한 시기에 스님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정심학교 봉사를 시작한 무관 스님은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의 처지를 깊이 공감하며 이 같이 말했다. 사회에서 잘못을 저질러 입소한 아이들이지만 한편으론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연기(緣起)였다. 사회는 대개 잘못한 사람에게 쉽게 손가락질 하지만, 정작 잘못 이전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에는 무관심하다. 이같은 세태를 향한 경종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25일 봉행된 정심학교 불교반 수계법회. 이날 아이들은 오계를 수지하고, 참회진언을 외며 불제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안양계 제공.
지난 11월 25일 봉행된 정심학교 불교반 수계법회. 이날 아이들은 오계를 수지하고, 참회진언을 외며 불제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안양계 제공.

온 몸으로 느낀 성장과정
안양계 스님들은 수년간의 교정교화 활동을 통해 정심학교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불교를 체득한다. 감동의 순간이다.

한번은 법회에서 관세음보살에 대해 배운 뒤 다 같이 익명 글쓰기를 했다. 주제는 자신이 겪은 고통이었다. 우울증을 앓던 한 아이는 자신의 글을 통해 삶이 얼마나 괴롭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지 적었다. 돌아가며 글을 읽어본 뒤 스님들이 말했다.

관세음보살님은 모든 이들을 고통에서 건져주는 서원을 세우셨어. 불자들이 고통스러울 때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거든. 하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 기울일 때 우리 모두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단다.”

그러자 자신의 고통을 적은 아이들이 다른 친구가 겪는 어려움을 듣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기감정을 우선시하던 아이들이 남의 감정에 공감한 것이다. 법회가 끝나고 한 아이가 스님에게 속삭였다.

저는 능력이 부족해서 항상 고통스럽고 도움을 받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다른 사람들 도와줄 수 있단 걸 깨달았어요. 이곳(소년원)에서도 가치 있게 사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정심학교 아이들은 불교를 만나면서 훌쩍 자라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지난 25일 정심학교 불교반 수계법회를 통해 새롭게 불교와의 연을 다졌다. 수계식에 참여한 11명의 아이들은 오계(五戒)를 수지하고, 참된 불제자로 살아갈 것을 서원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스님들은 마정수기로 계를 내렸으며, 아이들은 참회진언을 외며 새 삶을 살 것을 다짐했다.

아이들이 수계하면서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취침시간에 제대로 잠을 못 자던 친구는 기도를 하거나 관세음보살님을 속으로 외면서 숙면이 가능해졌다고 하고요. 사실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첫 인상과 전혀 달랐어요. 저는 항상 아이들이 용기를 갖고 사회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선문 스님 제안으로 올 초 안양계에 합류한 청하 스님은 최근 수계법회에서 아이들에게 감동 받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외부인과의 대화가 제한적인 정심학교 규정과 관련해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히 알 수 없어 서로 속내까지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외부인에게 물건을 받거나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눠서는 안 된다는 규율이 아이들과의 교감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셈이다.

얼마 전 한 아이는 청하 스님에게 휴지가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단다. 정심학교에서 매주 아이들에게 일정량을 지급하지만 부족했던 것이다. 이 아이는 스님에게 엄마가 제대로 돈을 주지 못한다고 호소했지만 스님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청하 스님은 그 아이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을 텐데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회고했다.

정심학교 불교반에서 활용할 '명상 선 기공 13식'을 배우는 안양계.
정심학교 불교반에서 활용할 '명상 선 기공 13식'을 배우는 안양계.

교화 한계 분명한 불교계
안양계의 꾸준한 활동으로 정심학교 내 불교에 대한 분위기는 좋았다. 최근 수계식에서도 담당교사들이 아이들보다 먼저 마정수기를 받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불교의 주 수행법인 절이나 명상이 체벌의 방편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어느 날 법회 프로그램으로 염주만들기와 108배를 하려는데 아이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재마 스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썽을 일으켜서 개별실에 다녀왔다는 아이가 그러더군요. 학교에서 벌로 500배를 시켰다고. 그 얘기를 듣고 학교에 따졌습니다. 종교수행을 왜 체벌로 사용하느냐고요. 그래서 시정은 됐는데 요즘은 명상을 시킨다고 하네요. 법회시간에 명상하려고 하면 역시나 반응이 좋지 않아요. 좋은 수단을 안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니 불교반에는 손실이죠.”

안양계 스님들이 활동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청소년들을 위한 불교거점이 전무한 것이다. 정심학교 입소기간을 채우고 나간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갈 불교시설이 없다는 뜻이다. 스님들은 아이들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이따금씩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시간이 지나면 몇몇 아이들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대부분은 도움이 필요한 경우다.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임신한 경우 등 스스로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었다. 스님들은 지방쉼터 등을 알아봐주지만 쉽사리 연결되지 않았다.

이웃종교보다 부족한 인프라
도움 필요한 청소년 많지만
불교계 청소년쉼터는 전무해
타 종교, 시설 등 여건 갖춰
청소년 위한 불교거점 절실

그래도 꺼지지 않는 원력
교정교화에 대중 관심 적지만
아이들 심성 변화 감동 받아
승려생활 병행하기 어려워도
더 큰 단체 발원하며 자비행

정심학교 아이들이 스님들과 함께 만든 만다라 작품들. 안양계 제공.
정심학교 아이들이 스님들과 함께 만든 만다라 작품들. 안양계 제공.

이웃종교는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을 비롯해 인프라가 굉장히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요. 정심학교에서 나온 아이들도 충분히 연계가 가능하고, 유관 단체들끼리 결연사업도 하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도움 요청을 받았을 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무관 스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스님들은 의왕시 소재 고봉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 불교반을 담당하는 불교여성개발원 교정교화센터가 안양계의 목표와 같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단체로서 별도의 물리적 공간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단일창구로 학교 측과 대화하기 때문에 원활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여성개발원 측은 매년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공신력을 얻기 어려운 안양계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목표다.

이런 스님들이 불교계에 바라는 건 없을까? 재마 스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교정교화 활동을 하면서 승려생활을 병행한다는 게 참 쉽지 않아요. 저는 동부구치소에도 봉사활동을 가는데 사실상 지원이 없기 때문에 봉사자들이 공양물을 다 챙겨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해결되지 않으면 활동하기 어려워 한계가 분명해요. 이웃종교에서는 매주 또는 격주로라도 늘 같은 신부님이나 목사님이 봉사하러 옵니다. 스님들이 처한 상황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거겠죠. 한편으론 부럽습니다.”

안양계 스님들은 고정적인 봉사인원과 재정적 지원의 중요성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재마 스님은 다행히 지난 여름수련회 간식비는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을 통해 지원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지역사찰이 도와준다면 교정교화 활동이 보다 활성화된다. 불교계의 관심이 소년원이나 구치소에도 닿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양계는 현재 마음 아픈 소년들에게 더 나은 심적 안정을 제공하고자 발걸음을 내딛는 단계다. 그래서 아직까지 체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안양계가 품은 교정교화 원력은 서방정토만큼이나 크고 아름답다.

정호승 시인이 자신의 시 소년 부처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경주박물관 앞마당 머리 없는 돌부처에 아이들이 자기 머리 얹는 모습을 보고 누구나 일생에 한 번씩은 부처가 되어보라고 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라고. 안양계는 머리 없는 돌부처 대신 마음을 비운 부처님이다. 아픈 너의 마음 나의 빈자리에 담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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