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 ‘대고려 918ㆍ2018, 그 찬란한 도전’
국립중앙박물관 12. 4 ~ 2019. 3. 3

고려 건국 1100주년 특별전 대미 장식
고려 미술 총망라 450여 점 전시 최대 규모
북한 유물 ‘왕건상’ 등 유치 추진도

 

1100년 전 우리의 이름이었던 ‘고려(918~1392)’, 그리고 오늘의 이름(KOREA)이 된 그 시절은 많은 것들을 남겼다. 찬란한 문화 속에서 빛났던 미술은 ‘고려’라는 이름이 지닌 역사적 의미처럼 우리의 오늘을 이루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었다. 그 도전이 남긴 고려미술을 총망라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12월 4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대고려 918ㆍ2018 그 찬란한 도전’을 개최한다.

과거의 장르별 전시와는 달리 고려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기 위한 이번 특별전은 2017년 12월 국립제주박물관(삼별초와 동아시아, 나주박물관 순회전시) 특별전을 시작으로 고려를 주제로 이어진 전시들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대 규모의 특별전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아미타여래도(14세기,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소장)’, ‘건칠희랑대사좌상(고려 930년경, 보물 제999호 해인사)’ 등 고려의 삶과 정신의 중심이었던 불교의 중요 미술과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고려 12세기, 보스턴박물관)’ 등 국외(미국, 영국 이탈리라, 일본) 4개국 11개 기관을 포함한 45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문화재 450여 점이 전시된다. 아울러 왕건상 등 북한 소재 고려 유물도 함께 선보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건칠희랑대사좌상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에 북한의 왕건상이 함께 전시된다면 천 년의 세월을 건너 한 나라의 임금과 그 임금의 스승이 다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희랑대사는 고려 건국 과정에서 태조 왕건을 도왔으며 고려 건국 이후에는 왕건의 스승으로 존경받았던 인물이다.

불감(고려 14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475년간 이어지면서 찬란한 문화를 이룩했던 고려는 통일신라와 발해의 문화를 이어 과거의 전통을 융합했고,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문화를 이루었다. 세계사적으로 ‘코리아’라는 이름을 알릴만큼 예성항에는 많은 외국인이 출입했고, 이 시기는 동북아시아의 송ㆍ요ㆍ금이 교체되는 격동기였다. 고려미술에 담긴 우수성과 도전성에 담긴 새로운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이번 특별전은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됐다.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고려 1098년, 해인사 소장)

 

△첫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출발한다. 밖으로 열려 있던 사회, 고려의 바다와 육로를 통해 드나든 다양한 물산과 교류 양상을 살펴본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미술이 개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고려 왕실은 최대의 미술 후원자로, 왕실의 주도하에 회화ㆍ금속공예품ㆍ나전칠기ㆍ자기 등 최고급 소재로 새로운 차원의 물질문화를 창조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고려 사찰로 가는 길이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와 유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평화적으로 공존했다. 이 가운데 국교라는 큰 지지기반에서 이룩한 불교문화는 정점을 이루며 이후 1100년 동안 여러 방면에서 우리문화의 중심이 되어왔다.

고려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낼 만큼 오랜 출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려의 사찰에서는 사경을 통해 경전을 조성했다. 필사의 전통에서 인쇄로의 전환은 세계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쇄문화는 종교의 성전(聖典)을 매개로 꽃피웠다. 대장경에는 불교의 성전이라는 신앙적 의미뿐 아니라 지식을 체계화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장경을 전시함으로써 인류의 지혜와 소통의 노력이 현재도 유효함을 보여준다.

다음은 불교미술의 정점인 고려 불상과 불화다. 신앙의 중심인 불상과 불화에도 고려 문화의 독자성과 다원성이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다원적으로 전개된 고려의 불상, 불상에 모신 복장물(腹藏物)과 섬세한 직물은 동북아시아 불교 의례의 중요한 자료다. 청양 장곡사의 약사여래좌상은 고려를 대표하는 보물이다. 10미터가 넘는 발원문에는 삶에서 병마가 비껴가기를 기원했던 칠백 년 전의 서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이다. 다점은 현대의 카페처럼 고려인의 일상 깊숙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번 전시에는 차가 고려인의 생활과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에 주안점을 두어, 관람객이 시각과 후각, 청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차를 마시던 공간에서 바라보았을 경치와 귓가를 스쳤을 소리, 실제 차를 덖는 향기를 전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에서 그리고 고려인의 삶 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했던 문화로, 다점에서 고려의 수준 높은 지식과 문학, 예술 그리고 다양한 향유 계층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이야기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으로,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공예 미술의 아름다움이다. 고려의 미술은 도전의 역사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다양한 재료와 이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은 10세기에서 14세기에 이르는 시기, 동북아시아가 이룬 공통적인 문화 성취다. 그러나 기술을 어떻게, 어디에 쓸 것인가의 결정이 위대한 예술을 창조했다.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면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주도하는 공장에 소속되어 일할 수 있었던 포용적 기반에서 고려의 찬란한 미술은 꽃필 수 있었다. 고려청자가 당시의 신기술에 대한 고려인의 도전을 보여준다면, 정교하고 섬세한 고려불화의 아름다움과 나전칠기의 치밀함은 예술의 정점이다. 고려인들은 기술과 미감, 취향의 교류와 융합을 통해 뛰어난 미술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 문화는 더욱 풍부해지고 개성 넘치는 또 하나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아미타여래도(고려 14세기,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소장)
건칠희랑대사좌상(고려 930년경, 보물 제999호 해인사)

고려가 이룬 문화와 예술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융합과 포용, 통합으로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성과가 오늘의 삶을 이루고 있다고 볼 때, 이번 특별전은 앞으로 또 다른 1100년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의미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고려가 남긴 유물을 통해 사라진 중세의 왕조가 아닌 고려의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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