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삼 스님

‘왜 푸른 산에 사느냐 묻거든 그저 웃지요.’
하는 옛 시가 생각난다. 오래전 유명한 스님도 열반하셨고, 얼마 전 많은 여자들을 설레게 했던 유명한 모 배우도 갔다.
“연기(演技)하며 살다 / 연기(煙氣)되어 보니 / 연기(緣起)로 남는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 강물이 흐르며 내는 소리 / 도망간 입맛을 찾아야겠다”
다들 간다는데 안가는 놈은 누구냐.

 

 

소공거사

이 글을 쓰기 전에 거사님이 살았던 전향원(향기밭을 가는 집)에 다녀왔다. 겨울이 오고 있는지 화단의 나무는 이미 마당 가득 낙엽으로 쌓인 게 세속을 벗어난 이야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한 때 무수한 길들 사이에서 진정한 내 집을 찾아가는 도중에 잠깐 들렀던 곳이 전향원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거사님과의 마주침 자체가 이미 길이었음을 거사님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의 평범한 어느 일상이 지나가는 초학자의 길에 긴 여운의 화두와 빛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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