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산하 작가 모임 나우회 회원들과 도쿄 일원 박물관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탐방 기간 중 필자를 당황하게 만든 곳은 도쿄 미나토구에 소재한 네즈 미술관이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잘 정돈된 정원들 들어서니 누가 봐도 한국에서 건너왔을 석탑, 부도, 석등, 석주, 문인석, 석조 동자상들이 정원 장식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레를 산책하는 데만 20여 분이 걸리는 큼직한 정원에 한국에서 건너온 성보들은 제대로 서 있는 것들이 없었다. 본래 자리에서 해체해서 가져와 복원했으니 조합이 맞지 않았고, 접합부 사이가 들뜬 것들이 다수였다. 

11월 27일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이 2000년 10월 도난당한 울산 신흥사 승탑부재(1701년 제작)와 2013년 1월 도난당한 창원 상천리 석조여래좌상(조선시대) 등 석조 불교문화재 2점을 회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 성보들은 개인 자택 등에 은닉돼 있다가 단속반의 지속적 수사 끝에 회수된 것이다. 

찾은 성보 중 창원 상천리 석조여래좌성의 사진을 보며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본 네즈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어느 부잣집 정원의 조형물로 활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상천리 어느 사지에 있던 이 불상은 원래 불두가 없었다. 이를 은닉했던 소유주는 자신의 임의대로 불두를 만들어 훼손시켰다. 그래서 불두와 아래 여래상은 색도 다르고 조화롭지 못한 느낌이 강하다. 복원 불두와 기존 여래상의 암질이 같은 지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회수된 불상에 대해 “옷자락을 잡은 수인의 형태 등에서 조선 시대 지방에서 조성된 불상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여래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래상이 도난을 당한 시기는 2013년이다. 1960~80년대 문화재 도난에 대한 의식이 미비하던 시기에 도난된 것이 아니라 문화재도난백서가 발간되고 도난DB가 활용되는 시대다. 

그럼에도 폐사지에 덩그러이 놓여있던 여래상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것은 현재 정부가 폐사지 등에 소재한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소홀한지를 보여준다. 

지난 국감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수민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도난 문화재는 1만2977점에 달하며 회수율은 1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난된 문화재는 국가지정 9점, 시·도지정 231점, 비지정 1만2737점 등으로 국가지정 및 시·도지정 문화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감독이 허술한 비지정 문화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지정 도난문화재는 2015년 509점, 2016년 729점, 2017년 1274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비지정 문화재의 도난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등 정부기관은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실태조사와 기초조사를 강화해 급증하는 도난을 예방한다. 

또한 다수의 문화재 장물 유통은, 선의취득 조항을 일부 거래자가 악용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만큼 선의취득 배제에 대한 단서조항을 명시하는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불교 성보가 추악한 탐미주의에 빠진 자본가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막아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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