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물 서구화 비만 급증
‘승려건강헌장’ 등도 출간

태국 스님들은 비만 탈출을 위해 최근 다이어트와 전쟁을 선포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스낵류 및 단 음료로 주로 제공되는 탁발 공양물이 지목됐다. 사진출처=AFP

태국 스님들 사이에 때 아닌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 매일 아침 탁발하는 스님들에게 올린 공양물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에 걸린 스님들이 급증했기 때문.

채널뉴스아시아 등 외신이 지난 11월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태국 스님들은 비만 탈출을 위해 최근 다이어트와 전쟁을 선포했다. 피핏 사라킷위농(Pipit Sarakitwinon·63) 스님은 다이어트로 30㎏ 감량에 성공했다. 산책과 운동을 매일 병행했다는 피핏 스님은 “다이어트 시작 전에는 100m를 걷는 것도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한때 체중이 180㎏에 달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원인은 ‘탁발’이다. 태국 스님들은 매일 아침 탁발을 해 신도들로부터 공양을 받는다. 태국은 전 국민의 95%가 불교도인 불교 국가로, 태국인들은 스님들에게 공양을 제공해 선업(善業)을 쌓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공양물이 대부분 스낵류나 단 음료로 제공되다 보니 스님들이 자연스레 비만에 노출됐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태국 스님들은 낮 12시 후 식사를 할 수 없어 오후에는 주로 단 음료만 섭취한다. 이를 과다 섭취한 것이 문제인 것.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골다공증 등 합병증을 불러와 더 심각한 문제다. 

이는 정부 차원의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에 따르면 태국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비만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태국 스님들은 48%가 비만이며, 이 가운데 42%가 고혈압이다.(출랄롱코른대학교 2016년 실시 조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승려들의 건강한 음식섭취를 권고하기 위해 ‘승려 건강 헌장’을 출판하는 등 승려들의 다이어트에 신경 쓰고 있다. 태국 당국은 해당 출간물을 비롯해 승려들에 대한 건강관리 교육이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스님들이 신도들이 제공하는 음식을 거절할 이유도 마땅히 없다. 탁발하는 공양물을 가리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은 스님들에게 담배도 준다. 애연가였던 조상에게 바치는 의미”라면서 “신도들이 스님들에게 음식을 잘 선별해 공양물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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