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금강경 공부로 인재를 만들다

조선시대 교육의 교과서는 성인군자의 말씀인 ‘사서삼경’이었다. 군자의 법식을 이해하고 마음을 닮게 하여 보통 사람을 군자처럼 지혜롭게 만드는 교육방식, 말하자면 인성교육과 지혜교육의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으로 배출한 조선의 인재들은 아상을 닦아 밝아지는 수행을 병행하지 않았기에 정치에서 사색당쟁이 있게 되었고, 경제적으로는 상공업을 천시하는 사농공상의 풍토로 인해 국력이 쇠퇴하고 결국 침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은 되었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조선 오백 년간의 지혜교육과 인성교육이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예리하게 통찰한 어느 서양 사회과학자 임마뉴엘 페스트라이쉬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조선의 교육정신이 경제를 바닥 상태에서 현재의 풍요로운 상태로 만드는 데 잠재적 역할을 하였다고 분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세계10대 경제대국이 된 결정적 힘은 조선시대의 교육이 아니라, 선진국을 따라잡는 교육 즉 지식교육과 모방교육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교육이 경제 성장에 상당한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선진국을 모방하는 지식교육 형태로는 창조적 두뇌개발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벽을 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재들은 해외유학 시 번번이 미국 등 선진국 학생들에 대해 많은 열등감을 느끼곤 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질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운 정답만 찾는 교육, 지식만 배우는 교육으로는 창의성 교육을 받은 선진국의 학생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에는 귀납법과 연역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귀납법은 경험이나 정보를 토대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귀납법으로 얻은 진리는 완벽하지 않은 경험이나 정보를 토대로 하였기에 이로부터 얻어진 진리 역시 불완전한 진리라 하겠습니다. 이에 반해서 연역법은 올바른 전제를 토대로 하는 방법으로, 이때 얻어진 진리는 100% 옳은 진리, 완전한 진리가 된다 하겠습니다.

특히 연역법은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기본 가정을 토대로 한 진리 탐구 방법이기에, 비록 그 방법이 서양에서 시작되었지만, 동양에서 더 활용되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자신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제거하지 않고 단순 지식이나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얻은 지혜는 불완전한 지혜라 하였는데, 이는 귀납법적으로 얻은 지혜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천재가 사라지고 도인이 부재한 21세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로지 귀납법에 의존하여 진리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발견된 진리를 현장에 적용하여 얻은 교육이나 경영은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금강경〉과 같은 고전의 가르침을 기본 전제로 시작하는 연역법에 의한 경영 또는 교육이 존재한다면, 이 방법은 당연히 귀납법으로 제시된 것보다 더 완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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