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법화경(法華經) 2

〈법화경〉이 설해진 장소는 누구나 영축산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법화경〉은 2곳에서 3회의 설법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서품부터 제10품까지 영축산의 영산회상에서, 두 번째는 11품부터 22품까지 영축산 하늘로 자리를 옮긴 허공회상에서, 세 번째는 23품부터 28품까지 다시 영산회상에서 이루어졌다. 천태지의(538~597)는 〈법화경〉 7권 28품을 1부터 14품을 석가모니불의 자취인 적문(迹門)과 15부터 28품까지를 본래불의 모습인 본문(本門)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 경은 인간에게 가정 다정하게 설법하신 경이라 처음엔 강렬한 포스를 드러내시어 날카롭고 엄하게 시작되어 너무도 섬세하고 부드럽게 “모든 중생은 나와 다름없이 평등하다”, “삼계중생이 모두 나의 자식이다” 하시며 온갖 방법으로 제도하셨다. 그런 부처님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법화칠유(法華七喩)’이다. 중생을 깨닫게 하려는 부처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화택, 궁자. 약초, 화성, 의주. 계주, 의사의 아들의 이야기를 비유로 든 것이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와 안목을 갖추도록 깨달음에 관한 모든 것을 다 펼쳐 보이는 것은 그들도 똑같이 얻게 하고자 함이며(開), 보여주기 위함이고(示), 깨달음을 성취토록 함이며(悟), 깨달음의 길로 들어오게 인도하기 위한 것(入)이다. 바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오신 가장 큰 의미다. 우리를 위하여 부처님이 오신 것을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 했으며, 〈법화경〉 속에서 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무량의경(無量義經)을 마치고 마음을 하나로 정하여 움직이지 않는 깊은 삼매, 무량의처삼매에 드셨던 세존이 삼매에서 깨어나 사리불을 향해 설법을 한다. 

 “모든 부처님의 지혜는 너무나 깊고 한량이 없어서 그 지혜의 문에 성문, 연각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들어가기도 어렵다.”

그동안 부처님은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제 와서 아무나 부처님이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에 사리불은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그러나 부처님의 눈을 보고 알았다. 성문, 연각의 지혜로부터 대승의 지혜로 업그레이드시키시려함을 알아차렸다. 

여래의 지혜는 광대하고 깊어서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 그런 부처님의 마음을 어떻게 중생이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 무수방편으로 우리를 인도해달라고 해야겠구나 싶어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니 부처님이 손을 저으시며 “사리불아, 그만하라”고 한다. 청천벽력같은 첫 번째 거절이다. 충격이다. 왜 설법을 거절하신 걸까. 지금까지 닦아온 삼승의 길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의 종착점이 아니라 경유지이니 좀 더 가야 한다고 하셨으니 당연히 제자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주셔야 하는데 거절하셨다. 아직 온전한 청법의 말씀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그만두라고 하신 것이다. 부처님은 오직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인 여래만이 여래에게 설법할 수 있다며 너희 성문과 연각은 들어도 이해 못 한다고 하니 사리불과 제자들은 청천벽력같은 절망을 느꼈다. 사물의 10가지 실상에 관한 것을 다 아는 십여시(十如是)를 통달하여 절대평등을 이해하고 차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너희는 그 경험을 하지 못했으니 법을 들어서 알 수 있는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이미 해탈의 길에 들어섰고, 이제 열반을 성취했다고 여겨 제자를 거느리며 교만하게 차별심으로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부처님은 중생교화를 하지 않고 도태일로에 서 있는 제자들을 위해 뼈아픈 말을 하고 계신 것이다. 

사리불이 눈치를 채고 어떻게 해야 수행을 완성하는지에 대해 두 번째로 법을 청한다. 부처님은 “그 의미를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지금 설한다고 해도 그대들은 모두 두려움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신다. 사리불은 이 말을 듣고, “저희가 부처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다 받아들이고자 한다”며 간곡히 세 번째 청을 하게 된다. 부처님이 세 번째 청도 거절하자 사리불과 부처님만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은 법을 받아 반드시 실행하겠노라 맹세한다. 부처님과 사리불이 이렇게 삼지삼청(三止三請)하는 것을 보고 있던 대중들 가운데, 평소에 우쭐거리길 좋아하던 사부대중 5천 명은 자존심이 상하여 설법을 듣지 않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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