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중계] 존엄한 죽음은?... 맞이하는 '죽음'
[강의실 중계] 존엄한 죽음은?... 맞이하는 '죽음'
  • 정리=김지원 기자
  • 승인 2018.11.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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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진흥원 화요열린강좌...임정애 불교여성개발원 생명존중본부장

주제 : 불교적 임종과 호스피스 의료

(재)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이각범)은 11월 20일 서울 다보빌딩 다보원서 <돌아가는 길, 나의 등불>의 대표저자인 임정애 교수를 초청해 ‘삶과 죽음을 성찰하다’ 강좌를 진행했다. 임 교수는 강의를 통해 “불자들이 사전연명치료의향서 작성 등을 배우고, 가족과 도반 등 주변부터 호스피스 봉사를 베푼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불교적 죽음 교육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정애 교수는…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MGH 교환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서는 임종이 곧 재생의식
임종자가 내세에 불법 만나게
돕는 보호자 역할 충실한다면
저절로 자신의 죽음교육 대비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보셨나요? 이전까지 임종기 환자의 죽음은 병원 중환자실이나 간호사 처치실에서 낯선 의료진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소한 환경에서 보호자도 없는 이런 죽음이 과연 존엄한 죽음인가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죠.

호스피스의료 부족한 불교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는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가족이 중심이 됩니다. 호스피스는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 영역에 대한 고통을 줄여줌으로써 환자와 가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 활동입니다. 잘 죽고자 하는 게 아니라,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잘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죠.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임종방이란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임종방은 1인실이고, 말기 환자와 그 보호자가 오롯하게 지내면서 환자가 부처님 생각을 할 수 있고, 보호자가 부처님 말씀을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불교에서는 임종 후에 하는 시다림과 49재 등은 준비되어 있어요. 하지만 스님, 도반, 불자 봉사자들은 평상시 불교적 생사관과 불교적 임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웃종교에 비해 불교 호스피스병원, 요양병원, 불자 간병인 수가 매우 적은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불자 환자와 보호자들은 가장 부처님을 생각하고 기도해야 할 임종기에 황망해하며 어쩌지도 못하고 임종을 맞는 상황이 정말 많습니다.

제가 의사를 위한 표준 호스피스 완화의료 과정을 수료한 당시, 불교계에는 호스피스 의료과정이 지금보다도 불모지였어요. 그래서 저는 이웃종교계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배웠습니다. 수업 중에 “내게 남은 마지막 몇 개월의 영적 성숙이 인생 전체의 영적 성숙보다 클 수 있다”고 하신 교수님 말씀은 제 머릿속을 흔들었습니다. 죽음의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처음 인식했죠.

그리고 호스피스 실습과정에서 봉사자들과 참 좋은 인연으로 많이 만났어요. 실습한 곳이 22명의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센터였는데, 그 중 5명이 불자였어요. 다른 종교를 믿는 봉사자들은 결코 그 불자들에게 다른 종교를 믿으라고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환자를 위해 가톨릭 봉사자들이 찬불가를 배웠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다른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찬불가를 들려주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었죠. 그 모습에 감명 받은 저는 작은 힘이지만 불교계에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좀 더 알려야겠다고 서원했습니다.
 

불교 사생관에 따른 임종의식
불교에서는 임종 전후를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봅니다. 임종 때 어떤 마음을 지니느냐에 따라 내세가 달라진다고 보고, “임종의식이 내생의 재생의식이다”고 표현합니다. 불교적인 관점에 따르면 임종 때 정념을 유지하고 부처님의 자비광명 속에 임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임종 때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르고 선한 마음을 일으키고 지성껏 염불하면 아미타 부처님의 구제 원력과 임종자의 자력이 합쳐져 극락왕생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먼저 환자는 이 시기 생에 대한 집착보다는 부처님을 생각하고 참회, 보시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생명, 남겨진 가족과 재산 등에 대한 애착과 집착을 뒤로 하고요. 오직 부처님을 생각하며 임종과정이 부처님의 자비광명 속에 함께 하길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환자는 참선, 염불, 사경, 독송 등 그동안 해온 여러 방법의 불교 공부와 신행생활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속 해나간다면 가장 좋습니다. 평소에 기도나 염불을 하지 않았던 불자의 경우는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가장 많이 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안·이·비·설·신 5개의 감각 중 촉각과 청각이 가장 늦게까지 남기 때문에 의식이 없어지더라도 염불을 놓지 않겠다는 결심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말기 환자가 되면 불안한 마음으로 개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환자의 의식이 혼미할 때 당사자 동의 없이 타 종교를 믿는 가족에 의해 개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따라서 환자는 호스피스의료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미리 불자로 남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밖에도 자신의 장례 계획과 49재 등에 대해서도 보호자, 스님과 도반들과 이야기하고 결정하게 됩니다.

환자가 더 힘들까요, 보호자가 더 슬플까요? 임종자가 내세에도 불법을 만나도록 해드리는 것이 보호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죽음을 잘 수용하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종을 앞둔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은 매우 큽니다. 이 때문에 보호자 스스로의 슬픔은 잠시 뒤로 밀어놓고 모든 초점을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환자가 임종한 뒤에 남겨진 보호자들은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상실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슬퍼하는 것도 치유의 한 방법일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존엄하게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보호자가 최선을 다했는지 여부가 상실감의 크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임종방에서 환자와 오롯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추후 겪을 상실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예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 환자와 보호자가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보호자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환자에게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기에, 보호자는 개종보다는 환자가 평생의 믿음 속에서 편하게 임종을 맞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불교적인 죽음은 의학적 죽음과 차이가 있습니다. 즉 제7, 8식(識)인 말라식과 아뢰야식이 몸을 떠날 때 죽음으로 봅니다. 식(識)은 의학적인 사망선고 이후에도 짧게는 20~30분에서 길게는 24시간 몸에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에, 불교적 호스피스에서는 임종 후에도 2시간 정도는 병실에서 계속 보살피면서 염불을 해 드립니다.

임종 전 환자가 말기를 알지 못하거나 말기임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는 병상의례를 진행합니다. 임종의례가 예정돼 있다면 스님을 모시고 삼존불에서 아미타부처님의 손과 임종자의 왼쪽 집게손가락을 오색실로 연결해 임종자가 부처님의 가피를 느끼게 합니다.

오감 가운데 청각은 의식이 없을 때도 마지막까지 유지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종까지, 그리고 임종 직후에도 계속 안심하고 위로하는 말을 들려드리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잘 견디셨습니다. 좋은 부모님이셨습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함께 합니다. 극락왕생 하십니다’ 등을 보호자가 임종자에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임종 직전에 보호자가 심전도 파형 등의 모니터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러시면 좋지 않습니다. 오직 임종자에게 집중하여 최후의 순간까지 기도와 염불을 해드리는 것이 좋겠죠. 또한 임종이 선언되면 주 보호자는 청각이 남아있는 임종자에게 임종됨을 조용히 알려드리게 됩니다. 보호자가 크게 울거나 임종자를 흔드는 것은 좋지 않고 위로의 말씀과 조념염불을 계속할 수 있게 합니다. 스님이 집전하시는 임종의례를 못할 경우에는 나무아미타불을 일심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보시행으로 웰다잉 준비
평소에 염불수행을 한 사람도 말기환자가 되고 임종을 맞이할 때까지는 여러 가지 고통을 겪고 경황이 없어서 허둥거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위한 교육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에 대한 의향을 문서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병원, 보건소, 비영리단체에서 작성하기 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정보를 알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은 등록기관에서 1대 1 상담을 거쳐야만 되고요. 상담사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한 뒤에는 중앙 시스템에 입력돼 법적 효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 불자들은 본인의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때 자연히 잘 죽고자 결심한다면 역설적으로 잘 살아야겠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다시 말해 의향서를 작성하면서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부처님이시라면”,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이라는 질문을 갖고 더욱 의미 있게 살고자 하는 결심을 하는 중요한 기회를 갖는다는 겁니다.

불자라면 잘 살고 잘 죽기 위한 결심을 한 다음, 결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보시행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도반 등 주변 사람들부터 호스피스의료에 대해 알리고, 돕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위한 불교적 웰다잉 교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개개인의 실천에서 더 나아간다면 불교적 호스피스와 임종에 대한 출판, 불교 호스피스병원과 요양병원 설립, 불자 간병인·봉사자 육성 등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불교계와 불자들이 불교적 임종과 호스피스 의료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더 많은 불자 말기환자가 보호자, 스님, 도반, 봉사자의 기도와 염불 속에서 임종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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