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위원회 출범 1주년 대화마당
전문가들 “포교 방향성, 시설이 먼저”

조계종 미래세대위원회가 11월 28일 개최한 출범 1주년 대화마당. '미래세대 정책과 지원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열린 대화마당서 불교 패널들은 청년밀집지역에 불교공간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탈종교화로 인해 미래세대 포교가 모든 종교의 현안으로 떠오른 요즘, 불교계 청년포교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청년 밀집지역 종교시설 마련을 꼽았다. 청년들이 더 이상 사찰을 찾아오지 않는 현대사회에 사찰이 대학가 등 도심지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회(위원장 심산)1128일 서울 견지동 전법회관 3층서 미래세대 정책과 지원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출범 1주년 대화마당을 열었다. 이웃종교의 미래세대 지원정책을 알아보고, 불교계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된 대화마당에는 불교 패널로 ()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 김영섭 ()자비신행회 사무처장, 조계종 청년대학생전법단 사무국장 효석 스님, 김동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불담기자단장 등이 참석했다.

핫 플레이스동떨어진 불교
이 자리서 마가 스님은 노량진에 개원한 마음충전소 활동을 소개하면서도 이웃종교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호소했다. 마가 스님은 인근 강남교회는 매일 1000명의 고시생들에게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천주교는 정원을 갖춘 30평 건물을 매입해 청년쉼터인 천주교 친구네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10여 평 건물을 월세로 운영하는 마음충전소는 후원금과 자원봉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속성의 위기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강대 종교학과에 재학 중인 김동현 단장은 소위 청년들의 핫 플레이스인 신촌 인근 4대 종교시설 위치를 짚었다. 그에 따르면 창천교회는 신촌 중심지인 연세대 정문 맞은편에 위치하고, 연희동성당은 중심지는 아니지만 인근 대학생 주거밀집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원불교 신촌교당 역시 중심지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높았다. 불교는 신촌 봉원사뿐인데 중심지와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일부러 버스를 타고 이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접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났다.

김 단장은 젊음의 거리 중 신촌만의 사례지만 젊은이들이 불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없다. 최근 불교계가 도시락 지원 등 대학가에서 사업을 펼치지만 1회성 사업이다.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청년과 유대감을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광역시 대표적 고시촌인 장동로타리서 청년식당을 운영하는 자비신행회 김영섭 사무처장의 비유가 눈길을 끈다.

청년식당을 이용하는 한 친구가 떡을 잘 먹기에 좋아하느냐고 물어봤어요.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떡을 안 좋아하는 줄 알고 살았는데 먹어보니 맛있다고. 안 먹어봐서 그 맛을 몰랐다고 말이죠. 고시촌 청년들이 배식해주는 스님을 보고, 살면서 스님과 처음 대화해본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불교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한 단면입니다.”

광주지역 자비신행회가 운영하는 청년식당.

청년과 호흡하는 이웃종교
그렇다면 이웃종교는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을 어떻게 창출할까? 청년선교는 개신교가 선두주자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도시선교를 펼쳐온 미와십자가교회는 공연장, 전시회장, 연극연습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아이를 지난 20142월 대학로에 오픈했다. ‘상상을 넘어 표현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문화예술을 시작하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무대를 열 수 있는 실험실과 같은 공간이다.

왕십리에는 홍대클럽 분위기의 기독교 문화공간인 ‘Dear Dancing David 클럽(춤추는 다윗아 클럽, 이하 DDD클럽)’이 있다. DDD클럽은 문화공연(콘서트, 뮤지컬, 연극, 파티, 예배)에 목말라 있는 한국 기독교 젊은이들을 위해 대관을 해주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발생된 이익은 클럽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캄보디아 선교 기금으로 활용된다.

기독청년아카데미도 주목할 만하다. 대학로에 위치한 기독청년아카데미는 하나님나라, 공동체, 생활영성을 고민하고 함께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가는 공부-실천 공동체로 20049월에 열었다. ·여름·가을·겨울 네 학기에 다양한 강좌와 프로그램을 열어 20~30대 청년대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마가 스님이 노량진에 개원한 마음충전소. 고시촌 생활에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는 1인 텐트 등을 갖추고 있다.

공간이 주는 포교가능성
대화마당에서 포교전문가들은 청년밀집지역 불교공간 건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형성에 힘써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김영섭 사무처장은 경험에 비추어볼 때 좋은 프로그램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이 공간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도 사람이 모일 공간이 없으면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김 사무처장의 발언에 마가 스님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불교계가 청년밀집지역에 불교공간을 운영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많은 사찰들이 카페 등을 운영하지만 대부분 청년밀집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상 부산 해운대 송정해수욕장 앞 문화카페 쿠무다와 대한불교진흥원이 서강대 후문 인근에 운영 중인 문화공간 숨도정도를 꼽을 수 있다.

고영인 대한불교진흥원 공익사업부장은 진흥원의 숨도빌딩은 문화공간과 카페, 책극장 등을 갖추고, 젊은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불교공간이 청년들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자연스레 청년들이 불교를 접하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숨도에서 동문들과 명상시간을 보내는 서강대불교동아리 혜명회김경록 회장은 불교공간이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학생들이 불교콘텐츠를 중심으로 활동하려 해도 공간을 구하지 못해 무산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여러 공간을 통해 청년들이 불교를 접할 기회가 늘어난다면 불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앞에 마련된 문화카페 쿠무다. 쿠무다를 운영하는 주석 스님은 여름철 청년들로 붐비는 송정동에 건물을 마련해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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