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18 달라이라마 일본법회

일본 요코하마 퍼시피코 국립대홀서 3일간 열린 달라이라마 방일법회. 이날 법회에는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기위해 5천여 명의 대중이 몰려들었다.

세계 각국 불자들이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듣기 위해 일본에 모였다. 법회장인 요코하마 퍼시피코 국립대홀 앞은 이른 아침부터 참가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넓은 홀에 한 자리도 남김없이 앉은 불자들은 단상에 마련된 달라이라마의 법좌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단상을 향해 삼배를 올리거나 조용히 염불을 하는 불자들도 곳곳에 보였다.

요코하마서 5천여 불자 운집
<반야심경><수습차제> 등 주제
한국불자들도 500여 명 참석해
오래 전 대승불법 전해진 한국

보통 해외법회서 수여하지 않는
금강상사 관정내려 파격 선봬

티벳하우스재팬(대표 룽똑)1114일부터 3일간 요코하마시의 중심에 위치한 요코하마 퍼시피코 국립대홀에서 ‘2018 달라이라마 방일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법회는 지난해 달라이라마의 건강상 이유로 취소됐던 법회주제를 그대로 이어 진행됐다.

매년 진행되던 방일법회가 취소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 달라이라마의 건강이상설을 의식해서인지 예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법회에 참석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국에서도 500여 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법회에 참석했다.

이번 법회로 29회째 일본을 방문하는 달라이라마는 첫날 <반야심경><수습차제:중편>을 주제로 법회를 시작했다. 달라이라마는 저의 오랜 벗이자 도반인 여러분들을 다시 뵙게 됐다. 우린 여기에 재물을 위해서나 구경거리가 있어서 모인 것이 아니다.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배우기 위해 모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달라이라마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단지 들을 뿐만 아니라 숙고하고 실천하는 문사수(聞思修)의 수행을 닦아야 한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불자들이 스스로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모든 가르침은 모든 현상이 그 실체가 없다는 무자성을 말한다고 강조하고 공성을 숙고할 때 집착이나 번뇌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모든 행복은 이타의 보리심에서 생겨난다. 언제나 자비심을 키우고 개발하면 마음의 평화가 생길 것이다. 이생과 내생의 행복을 위한다면 공성과 보리심 두 가지 수행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법회에 앞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위원회 스님들이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있다.

이튿날 오전 7시 법회가 시작되기 직전, 달라이라마가 묵는 호텔에서 한국인 단체친견이 있었다. 새벽부터 친견을 위해 모인 500명 남짓의 사부대중은 옴마니반메훔6자 진언을 외우며 달라이라마를 기다렸다.

10분간의 단체친견에서 달라이라마는 한국은 오래전부터 대승불법이 전해지는 나라라며 티베트와 동일한 불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혜가 없는 믿음은 맹목적이고 어리석은 믿음이다. 지혜를 가지고 불법을 배우십시오라고 격려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감동은 길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정견화 보살은 건강에 이상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나이에 비해 너무나 정정한 모습이라 안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봉행된 관세음보살 관정은 항례적인 관정과 달리 특별하게 진행됐다. 달라이라마는 이 관정이 밀교의 관정 중에 제일 상위 관정인 무상요가부의 관정이며, 5대 달라이라마부터 전승되는 법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통 해외법회에서는 수여되지 않는 금강상사 관정’(제자에게 장래에 밀교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아사리의 자격을 수여하는 관정)까지 내린 것은 파격적인 진행이라고 일본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 오사카에서 왔다는 히로메 이쿠오 씨는 달라이라마께서 참석한 모든 이들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관정의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내리시는 것에 감동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법회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가는 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의 법회를 위해 티베트에서 친구와 함께 왔다는 한 남성은 해외출장을 둘러대고 여권을 발급 받았다. 달라이라마의 법회에 왔다는 것을 중국당국에 들키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 달라이라마를 직접 뵙고, 관정까지 받았으니 다음 생엔 삼악도에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신심에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

마지막 날인 16, ‘근대과학과 불교과학의 대화라는 주제로 대담회가 열렸다. 인지심리학자인 요시카와 사키코 교수, 뇌신경 과학자 이리키 아츠시 박사, 물리학자 주촹씬 박사가 단상에 올라 차례로 최근 연구경향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 후 달라이라마는 과학자들과의 대화에서 최근 뇌과학에서 미세한 의식에 대해 말한다. 불교에서는 일찍이 유식학파를 중심으로 미세한 의식을 설명했다며 불교의 과학적인 논리체계와 근대과학의 논리체계가 상호보완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주장했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대담회의 마지막에 짧은 질의응답시간이 있었다. 참가자들 중 발언권을 얻은 이들은 각자의 수행경험이나 이틀간의 법문에서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이 중 한국에서 온 효림 스님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관상명상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하는가?”라고 질문했다. 달라이라마는 이에 대해 단지 대상을 보고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명상이 아니다. 그 대상의 개념[共相]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라며 단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에 집중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달라이라마는 법회장을 퇴장하기 전 마이크를 잡고 5천명의 대중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여러분께서 상기하시길 불제자로서 부탁드린다. 부처님께선 자신이 자신의 스승이라고 하셨다. 미래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지, 부처님조차 정해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용수보살과 같은 위대한 스승들과 수행자들도 우리와 동일한 인간이었고, 우리는 그분들과 똑같이 두뇌를 가진 인간으로서 정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가졌다며 불법을 배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수행정진 할 것을 당부했다.

박수갈채 속에 자리를 뜨던 달라이라마는 출구 바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달라이라마가 다시금 대중들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잠시 기도를 올리자 회장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모두를 위해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기도를 마친 달라이라마는 손을 흔들며 3일간 법문을 들은 모두에게 감사를 표했다.

달라이라마가 퇴장한 후로도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법좌가 있던 단상을 바라봤다.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기며 달라이라마의 방일법회가 회향했다.

한국인 단체 친견에서 한 신자가 내민 탱화에 서명하는 달라이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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